어? 또 풀렸네?

안녕하세요? 저는 tSL의 신참 집필자인 옥토입니다. 사실 제가 연재하고 싶었던 주제는 훨씬 더 최첨단에 팬시하고 하이테크놀러지 기반의 과학기술이었습니다만… 오늘 아침 출근길에 풀어진 구두끈을 보고 올해 초 재미있게 보았던 과학기사와 논문이 생각나서 첫 게시를 신발끈을 가지고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 한번쯤은 자꾸 풀리는 신발 매듭 때문에 짜증이 났던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다보면 자꾸 신발 매듭을 다시 매주어야 하는 불편함에, ‘신발 매듭이 안풀리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으실 껍니다. 물론 그러한 이유로 어린 아이들 신발은 끈 없는걸 항상 구입하곤 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신발까지 만들어 팔립니다. (링크)

지난 4월 미국 UC버클리 기계공학과에서 재미있는 논문을 하나 발표합니다. 제목은 “The roles of impact and inertia in the failure of a shoelace knot” 입니다. 신발 매듭이 풀어지는데 충돌과 관성이 역할을 한다는 제목이지요. 이 논문이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유명한 과학저널에 출판된 건 아니지만, 많은 언론의 이슈를 받았습니다. The Economist, BBC News, ABC News, The Times를 비롯한 각종 잡지와 뉴스들 그리고 Nature 에서도 기사로 다루었네요.

https://www.nature.com/news/unravelling-why-shoelace-knots-fail-1.21815

이 논문의 교신저자인 O’Reilly 교수님이 딸에게 신발 매듭 묶는 법을 알려주다가 왜 신발 매듭은 “항상” 풀어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답을 찾아보았답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서 답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O’Reilly 교수님께서는 직접 답을 찾아보기로 하셨답니다. 저도 그 곳에서 6년간 공부를 했었는데요, O’Reilly 교수님 같은 괴짜같은 분들도 참 많은 곳입니다. 아 문득 그곳의 자유분방한 문화와 분위기가 그리워지네요… (물론 저같은 유학생은 그 자유를 누리지 못했습니다만… 흑흑)

해당 논문의 교신 저자, Olivery O’Reilly (UCB 홈페이지)

 

O’Reilly 교수님과 학생들은 우선 단순한 실험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학생 한명이 러닝머신에서 운동화를 신고 걷고 그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지요. 이 때 매듭 묶는 방식을 두가지를 비교하였습니다. 약한 매듭과 강한 매듭이라고 하는데요. 이 둘의 묶는 방식은 뒤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림 1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매듭이 풀어지는 모습 [1]
  1. 다리가 앞으로 가다가 멈추고 땅을 밟을때, 루프와 매듭의 끝 부분은 앞으로 쏠리게 되고 이때 관성에 의한 힘이 작용한다. 이 관성에 상대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매듭이 느슨해지고 공간이 생긴다.
  2. 발뒤꿈치가 땅에 닿을때의 충격력이 매듭의 변형을 유도한다.
  3. 매듭이 느슨해지면서 생긴 공간으로 인해 끈 사이의 마찰력이 감소하고, 루프와 매듭 끝부분의 관성력의 차이로 인해 루프는 점점 작아지고, 매듭 끝부분으로 연결되는 끈은 점점 길어진다.
  4. 결국, 매듭 끝 부분의 관성력이 루프의 관성력보다 훨씬 커지게 되면 매듭이 풀린다.

그림 2 충격력과 관성력에 의하여 매듭이 풀리는 과정

 

충격력과 관성력이라는 단어는 평상시에 잘 안쓰는 단어이니, 백과사전의 정의를 가져와 봤습니다. 두산백과에 아래와 같이 나오네요.

(1) 충격력 : 충돌하는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한 힘[출처: 두산백과]

(2) 관성력 : 관성이란 물체에 가해지는 외부힘의 합력이 0일 때 자신의 운동상태를 지속하는 성질이고, 관성에 의해 관찰되는 가상의 힘 [출처: 두산백과]

위 두가지 힘의 조합으로 신발의 매듭이 풀리는 원리가 설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단순하게 의자에 앉아서 발을 흔들어 관성력만 가해주거나, 아니면 제자리에서 땅을 구르기만해서 충격력만 가해주면 절대 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실험 장치를 만들고, 힘을 조절하기 위해 무게추를 달기도 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해서 위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그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참고 논문을 찾아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약한 매듭과 강한 매듭 중에 강한 매듭의 경우에 충격력과 관성력이 가해지더라도 매듭이 풀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떤 것이 강한 매듭인지 한번 보시지요.

그림 3 약한 매듭과 강한 매듭

 

약한 매듭과 강한 매듭의 차이는 첫번째 매듭은 갖고 두번째 매듭을 묶을때 끈의 위 아래 차이 하나입니다. 이 하나로 신발 매듭 풀어지는 정도가 달라지다니…

오늘 아침 확인을 해보고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는 약한 매듭으로 신발끈을 묶고 다녔던 것입니다… 흑흑

여러분도 바로 확인해보세요. 신발끈을 리본형태로 묶고 더 나아가 루프쪽 끈을 끝까지 잡아당겨서 아예 루프가 없어질 때까지 묶어줍니다(그림3(e,f)). 그럼 최종적으로 그림 3(g)와 같은 형태가 되는데요. 이때 왼쪽 모양으로 나오면 약한 매듭이었던 것이고, 오른쪽처럼 모양이 나오면 강한 매듭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신발끈, shoelace 등으로 검색해보니 신발끈 묶는법이 블로그에도 있고, 동영상에도 있습니다. 대부분 예쁘게 묶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 역시 강한 매듭 형태네요. 특히, 유명인들이 강의하는 인터넷 동영상 세미나인 TED에 2005년도에 Radius Foundation 의 디렉터인 Terry Moore의 영상을 한번 보세요.

그 분께서 아주 비싼 구두를 하나 샀는데 나일론 신발끈이라 매듭이 너무 쉽게 풀리더랍니다. 그래서 매장에 다시 갔더니 매장 직원이 신발 매듭 묶는 법을 잘 모르시는군요라며 방법을 알려주더랍니다. Terry Moore는 저와 마찬가지로 약한 매듭으로 묶었던 것이고, 매장 직원이 알려준 방식은 강한 매듭이었네요.

자, 저는 오늘부터 강한 매듭으로 고쳐 묶었습니다. 그리고 매듭 끝 부분과 루프 부분의 관성을 고려해서 매듭 길이도 조절하였습니다. 이러면 풀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물론 강한 매듭으로 묶는다고해서 신발 매듭이 절대 풀리지 않는다는건 아닙니다. 걸음 걸이, 끈의 재질, 관성 작용 방향, 매듭 길이 등의 변수가 많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버클리의 과학자들은 단순히 신발 매듭 하나 연구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매듭은 신발에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응용분야가 많이 있습니다. 안전줄, 수술용 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듭이 필요하지요. 과학자들은 그러한 매듭의 원리는 연구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 활용한 모델링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데 DNA 구조를 이해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신발 매듭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는 저의 메인 주제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참고문헌

  1. Christopher A. Daily-Diamond, Christine E. Gregg, and Oliver M. O’Reilly, “The roles of impact and inertia in the failure of a shoelace kno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473:2016077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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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재료 및 생체역학을 연구하는 기계쟁이입니다. 인체삽입형 의료기기에 대하여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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