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도시화와 자조주택 – 1

커버사진 : http://www.viajarmongolia.com
이 전 글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주택문제와 관련하여 슬럼, 점진주택(self-help housing), 그리고 도시 성장의 매커니즘을 살펴보았습니다. 혹시 아직 안 읽으신 독자께서는 아래의 링크를 통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1편 개발 도상국 주택과 슬럼의 이해
- 2편 개발 도상국 사람들의 집짓기
- 3편 선진국과 개도국 도시 개발의 차이

이번 글에서는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살펴본 이야기들을 실제 사례를 통해 되짚어 보려 합니다. 오늘 소개할 사례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아직 그 세부 내용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몽골’입니다. 몽골 이야기는 상 하편으로 구성하려 하는데요, 상편은 배경에 대한 일반적 내용들입니다.

사진 : 김호정

몽골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널리 알려진 나라입니다. 드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는 말들과 양떼들을 떠올릴 수 있죠.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유목민’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몽골은 소비에트연방 다음으로 세워진 공산주의 국가였고요, 1992년에 다당제와 자본주의로 체제를 변환했지요. 몽골에서 한국은 무지개라는 뜻의 ‘솔롱고스’라고 불리는데요, 여러 설이 있지만, 고려시대 원나라로 끌려간 공녀들의 색동저고리에서 유래됐다고 보는 설이 유력합니다.

오늘의 주제로 넘어가서, 1991년 몽골에서의 공산주의가 막을 내린 후,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는 엄청나게 빠른 도시화를 경험합니다. 울란바타르의 인구는 1990년 56만명에서 2000년 76만, 2010년 112만, 2017년 144만명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출처: 몽골 통계청).  30년 만에 거의 3배가 증가하였으니 그 속도가 엄청나지요? 이 와중에 수도 울란바타르의 인구가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에서 절반 정도로 증가하였습니다. 인구의 절대적 증가와 더불어 도시로의 집중이 한번에 일어난 것입니다. (편집자 주 : 한 독자분 덕분에 인구수의 오류를 발견 후 수정하였습니다. 오류를 잡아주신 그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림 출처: http://www.themongolist.com/blog/society/89-rethinking-ulaanbaatar-s-population.html

몽골의 국민들이 수도인 울란바타르로 급거 몰려들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원래 개발도상국의 도시화는 여러 Push and Pull factors (시골은 사람을 내몰고 도시는 사람들을 부르는 요인들)에 영향을 받습니다. 젊은이들은 농사일에서 벗어나 세련된 일을 하고자 하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 하지요. 세련된 쇼핑몰이나 카페들도 도시의 매력이고, 건강이 염려되는 사람들에겐 더 나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도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체제 변환 이후 몽골의 상황이 어땠는지 하나씩 살펴보지요. 물론 개정된 헌법으로 인해 거주이전의 자유가 생겼음을 전제합니다!

그 전 까지 몽골은 계획경제 체제 아래서 대규모 국영 목장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정부는 공공 목장을 정리하고 목자들에게 양떼 등 가축들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축을 3자에게 팔고 도시로 새로운 직업을 찾아 모여들었습니다. 또한 국영 공장들이 민영화 되거나 생산성이 낮은 공장들은 가동을 멈추는 일도 생겨났는데요, 이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날 수 밖에 없었지요. 체제 변환 이후 소련의 지원이 끊기면서 지방의 학교들은 더 이상 운영될 수 없었구요, 비슷한 이유로 지방에서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당시 사람들이 수도로 이주하기 위해 물어야 했던 세금이 폐지됐는데요, 당시 1인당 세금은 5만 투그륵으로서, 보통 사람들의 한달 월급의 절반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1999년과 2001년에는 ‘챠강조드’ 라고 부르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얼어죽고 굶어 죽어서 약 30%의 국민이 직접적 피해를 입었고요, 이로 인해 생계를 잃고 수도로 이주한 사람이 직접적으로만 7만여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수백만두의 가축이 얼어죽고 굶어죽은 재난의 현장입니다. 저 양을 잡아 먹기도 하고, 털이나 고기를 팔아 돈도 벌어야 하는데, 저 뒤에 보이는 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었겠네요.
[출처: http://www.sonin.mn/news/culture/11630]

몽골 하면 유목민, 유목민 하면 텐트 같은 집이 생각나시지요? 몽골의 텐트 집은 ‘게르’라고 부르는데요, 게르는 몽골어로 ‘집’이기도 해서 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보통 집을 말하는건지, 텐트집을 말 하는건지 – 사람들은 트럭 뒤에 자기들 집을 싣고(!) 도시로 모여들었습니다. 빈 땅에 텐트집을 치고, 여기가 내 집이다! 하고 살게 되었지요. 따라서 도시의 외연적 확장은 그 속도와 규모가 엄청났겠지요?

주택의 특징으로 ‘이동이 불가능하고, 건설기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이 비싸다!’ 라고 배운 우리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 있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왼쪽은 몽골의 게르를 잘 설명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원형의 집에 가운데는 난로겸 부엌이 있고, 침대나 가구들이 벽에 붙어 있습니다. 문화적 맥락에 따라 가구를 배치하는 방법도 정해져있는데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오른쪽는 도시로 이주하는 이사짐 트럭을 잘 보세요. 잘 개어진(?) 집 안채가 트럭에 실려있음이 보입니다.  
[사진출처: 왼쪽 https://nl.pinterest.com/explore/mongolian-ger/?lp=true, 오른쪽 http://www.assa.mn/content/10648.shtml?a=politics]

 

약 5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지역을 찍은 위성 사진을 비교해 보니, 주택가가 엄청나게 확장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구글어스 캡쳐]

몽골의 도시를 살펴볼 때,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토지제도’입니다. 아주 일반화 시켜서 말하면, 얼마 전까지 몽골의 모든 토지는 국가에 속해 있었고, 전 국민은 700 m2 (211평 : 편집자 주)의 토지를 국가로부터 장기간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즉, 몽골 국민인 A씨가 국가에 토지를 신청하면, 적당한 위치에 700m2의 토지를 임대하여 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최근에는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각 개인에게 소유권을 불하하여 사유화가 일부 진행되었는데요, 어쨌든 오늘의 핵심은 ‘국민이 약 200평의 땅을 저가에 합법적으로 사용할 있었다’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토지제도의 영향으로 몽골의 도시화는 묘하게 진행됐습니다.

– 개별 가옥은 분명 텐트인데, 전통 가옥의 양식으로서 ‘슬럼’으로 규정하기는 찜찜함.

– 상하수도 등 인프라는 구축되지 못했지만 개별 가옥의 필지가 넓직해서 과밀하지는 않음.

– 토지를 국가로부터 임대하거나 완전히 자기 소유로 불하받았기 때문에 쫒겨날 염려가 없음

– 기타 등등.

이러한 묘한 점들을 안고 몽골의 도시는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허름한데 쫓겨날 위험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답은 엄청나게 적극적인 집에 대한 투자입니다!

눈 덮인 울란바타르 외곽의 새로운 주택가입니다. 뭔가 휑하다는 것은, 한편 밀도가 높지 않다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합니다.  [사진: 김호정]

 

오늘은 몽골 도시화의 배경에 대해서 압축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들, 주민들의 ‘적극적 투자’로 활기차게 성장한 몽골의 도시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에 대해, 또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을 지어나가는지에 대해 더 재미있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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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어요. "집"과 "도시"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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