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에 유산균이 많다고? 유산균이 웃겠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인도네시아어)

오래 전 부터 청국장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혈전을 막아주고 혈압을 낮춰준다는 그럴듯한 문구가 소비자를 유혹했다. 말린 뒤 가루를 내거나 환으로 만들어 비싼 값에 팔고 있다. 문제는 그 효과가 크게 기대할 것이 못 된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먹어 나쁠 건 없으나 비싼 돈 주고 약용으로 사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식품은 식품일 뿐이지 특별한 약효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산균이 청국장에 많아 좋다면서 개가 웃을 소리를 해 필자 경기를 일으켰다.

청국장은 미생물발효로 콩 단백질을 분해하여 맛과 소화율을 좋게 한 식품이다. 고초균(bacillus)이라는 세균을 사용하며 이 균주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protease)를 대량 생성하는 미생물이다. 이 균을 삶은 콩에 번식시키면 많은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유리되고 맛과 소화율을 높인다. 단백질분해효소가 많아 생것으로 먹었을 경우 단백질의 소화를 다소 도와주는 역할은 할 듯은 하다.

얼마 전 모 프로에서 청국장이 유산균 덩어리라면서 몸에 좋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관련 자료) 예외 없이 의사, 한의사가 이런 주장에 추임새를 넣으며 구색을 맞추었다. 무식의 극치였다. 오래전 종편에 붙박이로 나오는 모 국립대 교수가 TV에서 주장한 이후부터 청국장의 발효균이 고초균이 아니라 유산균이 되어 버렸다. 그의 권위(?)를 모두가 맹신한 결과다. ​

모 신문 기사 캡춰 이미지

이는 유산균이 뭔지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없다. 고초균(枯草菌)이라는 바실러스(Bacillus subtilis)가 있을 뿐이다. 박테리아(세균)의 일종으로 내열성 호기성 포자형성균이며 단백질 분해효소의 생산력이 강한, 유산균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세균이다. 콩 속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유리시켜 맛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메주에도 많이 번식하여 간장의 숙성에도 관여하는 세균이며 인체에는 무해하고 살아있는 균을 먹어도 해가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우리 몸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살아있는 영양세균은 열에 약해 끓는 물에서는 순식간에 죽어버린다. 그런데도 청국장을 끓여놓고 유산균이 많아 좋다는 발언을 얼치기들은 서슴없이 토해낸다.

유산균이란 광의(廣意)로 당을 발효하여 유산을 생성하는 균을 말하나, 유산균의 일반적인 정의는 포도당(혹은 다른 단당)으로부터 50%이상의 유산을 생산하는 균으로 한정한다. 이런 유산균에도 Homo유산균(동종젖산발효-젖산만 생성)과 Hetero유산균(이종유산발효-젖산과 알코올 생성)이 있다.

세간에는 유산균에 대한 칭송이 대단하다. 과히 만병통치급으로 거의 매일 TV등에서 선전과 구매를 부추긴다. 몇 개의 홈쇼핑에서는 현란한 교언으로 판매에 열을 올리며 사이비전문가가 자기 이름을 내 걸고 그 효능을 과대 선전하여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소위 쇼닥터의 전형이다. 유산균이 인체에 유익하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실제보다 과대선전 된 것은 분명하다. 유산균의 만병통치급 효능에 대해 반론을제기하는 전문가(필자 포함)도 많다.

 

​청국장이라는 주제의 핵심에는 좀 벗어나지만 유산균에 대한 시중의 낭설을 하나하나 Q&A식으로 짚어보자.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정말 있기나 하나?

당연 없지는 않겠지! 쌀 속의 미(나락)정도로 혹은 관리부주의로 묻어 들어간 잡균정도로. 위에 설명한 대로 청국장발효균은 유산균이 아니라 세균의 일종인 바실러스균이다. 일본에는 Bacillus natto균이 한국에서는 Bacillus subtilis가 청국장 발효에 사용된다. 거의 같은 종으로 이를 서로 아종(亞種)이라 부르면서 구별한다. 점질성물질(감마 polyglutamate)을 생성하고 단백질분해효소의 생산력이 강력하여 콩 단백질로 부터 아미노산을 유리하고 맛을 좋게 하며 콩의 소화율을 높여준다. 점질성물질은 글루탐산으로만으로 되어 있는 특수단백질로 그 생리적 기능성을 강조하는 믿거나 말거나 한 논문이 많다. 기능성건강식품으로 제조, 판매하는 회사도 있다. 일본식 청국장인 낫또가 마치 우리의 청국장보다 우수하다는 식으로 선전하며 홈쇼핑의 쇼호스트가 거품을 무는 걸 봤다. 무식한지 양심을 파는 건지 모르겠다.

 

김치는 요구르트보다 유산균이 수십-수 백 배 많다?

김치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너무 지나친 데서 비롯된 현상 같다. 김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나서부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신비한 식품으로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 유행하지 않았던 것이 김치유산균의 덕택이었다는 믿기 힘든 보도(일부 논문)가 나가고 나서 김치의 신비화가 더 증폭되었다.

김치에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많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요구르트냐 김치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김치가 시어지는 것은 유산균에 의한 유산의 생성 때문이다. 많이 신 김치 일수록 유산균의 수는 많아 질수 있겠지만 산도가 높아질수록 유산균이 사멸하기 때문에 신맛과 유산균의 수는 비례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유산균은 국물에 있기 때문에 건더기만 먹어서는 유산균의 섭취에 제한이 있다. 발효의 정도(숙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김치가 요구르트 보다 유산균의 수가 많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이다. 물론 요구르트도 종류에 따라서는 유산균이 전부 사멸하여 김치보다 숫자가 적은 것이 있긴 하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많아 좋다? 

한때 막걸리 열풍이 대단했다. 이에 대해서는 “막걸리 열풍 어디로 갔나”(http://pnu2010.blog.me/220219954642)의 주제로 이미 글을 썼다. 막걸리에는 유산균뿐만 아니라 소화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타민을 비롯한 다양한 영양 성분이 풍부해 막걸리가 더 이상 술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준 영약(靈藥)의 반열에 들어서는 듯도 했다. 막걸리 열풍이 식어가는 즈음에는 막걸리에 미량 들어있는 파네졸이, 스쿠알렌이 항암효과가 있다면서, 노이즈 마케팅에 가까운 짓을 정부의 유수연구기관이 선도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술의 종류, 제조방법, 막걸리의 종류, 보존기간에 따라 천만별이지만 물론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들어있긴 하다. 발효초기 유산균의 증식으로 잡균의 오염을 방지해 알코올 발효균인 효모의 생육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효율적인 알코올발효를 위해서 유산이나 유산균을 첨가해 주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걸리에 유산균의 번식이 과다하면 술맛이 나빠진다. 유산균이 많다고 좋은 막걸리라고 자랑할 수는 없다. 막걸리에 유산균이 너무 많으면 시큼해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유산균에 대한 논문은 흔하지 않지만 있다. 막걸리에 물론 살아있는 유산균이 별로 없는 요구르트보다는 유산균이 많을 수는 있다. 유산균이 많은 막걸리가 반드시 좋은 막걸리라고는 볼 수가 없으니 유산균의 수를 가지고 막걸리의 좋고 나쁨을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실제는 농후발효유 같은 요구르트와 비교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적은 게 사실이다.

 

유산균은 금속수저에 닿으면 죽는다?

요구르트를 금속수저로 떠먹으면 유산균이 죽는다는 주장은 낭설이다. 유산음료를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유산균이 죽는다는 낭설이 퍼지고 나서부터다. 금속수저나 플라스틱수저나 유산균이 죽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금속에 닿는다고 죽는 미생물은 없다.

 

청국장의 나토키나제가 혈전을 녹여주고 동맥경화를 막고 혈압을 낮춘다?

청국장이 건강식품으로 선전되는 주요 이유는 나토키나제(nattokinase)라는 혈전용해효소가 함유돼 있다는 점이다. 이 효소는 시험접시(petri dish)에서 응고혈액을 녹이는 작용이 뛰어나다. 그 때문에 마치 혈관 속에서도 피딱지(응고된 핏덩이)를 없애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얼토당토않은 기대다. 아래 실험은 인공적인 응고혈액(혈전)에 청국장 콩알을 올려놓고 용해되는 과정을 시간별로 관찰한 결과이다. 당연 용해반이 나타나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in vitro (시험관 내의 반응) 실험을 in vivo(생체내의 반응)에 적용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라 아니할 수 없다.

 

낫또의 콩은 실제로 혈전을 녹이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험실에서의 결과(in vitro)와는 달리 경구 투여된 나토키나아제가 체내에 흡수되어 그 효과를 발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기대가 성립하려면 거대 분자인 효소가 혈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효소에 열을 가하면 기능이 상실된다. 생으로 먹더라도 효소단백질이 소화과정을 버티고, 위산에도 견디어 온전하게 흡수될 리는 없다. 만에 하나 소량 흡수된다 하더라도 혈관 속에서 효소 고유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에 가깝다.

핏줄에 혈전이 생기면 혈전용해효소를 정맥 주사해 막힌 부위를 녹여내는 치료를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주사제로 사용하는 효소는 청국장의 나토키나제가 아니라 인간의 면역기능에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효소단백질을 사용해야한다. 혈액에는 원래 혈전용해효소가 있으며 이를 활성화시켜 주는 효소도 있다. 예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는 소변을 모으는 통이 있었다. 이는 소변으로부터 유로키나제(urokinase)라는 효소를 얻기 위함이었다. 이 효소는 정제 과정을 거쳐 순수하게 만들고 정맥 주사해 혈전용해효소 전구물질인 plasminogen을 활성화시키는 데 쓰였다.

당연 나토키나제의 효능을 주장하는 관련 논문은 많다. 하지만 인간의 생리기능을 무시한 주장으로 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설에 불과하다. 전문가집단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장삿속에서 비롯된 주장으로 취급하고 있다.

 

일본의 낫또와 우리의 청국장은 어떻게 다른가?

일본의 낫또와 우리의 청국장은 다른 것이 아니라 동일한 식품이다. 낫또는 우량종을 순수 분리 해 뒀다가 쓰고 우리의 청국장은 볏짚속의 균이 자연착생해서 번식했다는 차이일 뿐이다. 낫또는 일종의 순수 배양형태라 실패의 확률이 적은 것은 분명하나(한국에도 이렇게 하는 업자가 있다), 형태나 맛,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청국장과 차이가 없다.

앞에서도 이야가 했지만, 청국장의 발효균 고초균은 Bacillus subtilis계통이다. 일본의 낫또 발효균 Bacillus nattoBacillus subtiis와 같은 종으로 일란성 쌍둥이쯤으로 취급되는 세균이다. 낫또와 청국장은 같은 것으로 이름을 다르게 부를 뿐이다. 한국의 생선액젓을 베트남에서는 늑맘이라고 부르는 차이정도 되려나

식품에 대한 왜곡된 가짜정보를 양산하는 것은 쇼닥터 뿐만 아니다. 유수일간지의 함량미달 기자들도 한 몫 한다. 가장 판매부수가 많다고 자랑하는 주류 신문에서도 찌라시 옐로페이퍼 못지않는 기사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너무 자주라 일일이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본 주제와 관련되는 게 일본식 청국장인 낫또비어천가(飛御天歌)였다. 제목도 그럴듯하게 낫또(納豆)에 유산균이 무려 1g에 10억 마리나 있다면서. “유산균·단백질·식이섬유가 풍부한 일본 전통 음식 ‘낫토”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28/2016072801426.html)라는 주제에서, “청국장 유산균은 체내면역력을 증가시킨다. 또한 장 속에서 위암·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 등 해로운 균을 서식하기 어렵게 하고, 나쁜 박테리아도 없애 변비나 설사를 예방한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이 기사는 ​전문지식이 없는 기자가 쇼닥터, 홈쇼핑, 인터넷에 도배한 글들을 그대로 곧이곧대로 믿고 적성한 글 같았다. 인터넷의 블로그, 지식in, 뉴스를 검색해 보면 전부가 이렇게 되어있으니까 도리가 없기는 하겠다. 필자, 인터넷에서 청국장 발효균이 유산균이 아니라는 글은 한 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다. 유산균이 좋다하니 엉터리들이 청국장도 유산균에 갖다 붙인게 아닌가 싶다.

그 출발은 얼굴이 잘 알려진 종편의 붙박이교수, 양/한의들, 얼핏 전문가로 보이는 작자들로부터 시작 된듯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누가 정말 진짜 전문가인지 헷갈린다. 스스로 지식인임을 자처하며 열심히 엉터리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얼치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청국장의 발효균은 유산균이 아니라는 것은 미생물에 대한 기본지식만 있어도 다 안다. 그런데도 기자는 전문가에게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엉터리 기사를 여러 번 내 보냈다. 물론 기사에는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모 병원 영양팀 파트장)의 자문을 받은 걸로는 되어 있다. 필자에겐 별로 전문가로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자문을 받은 게 화근이 된 듯하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낫또나 청국장에 유산균이 소량 있을 수는 있다. 관리를 소홀히 하여 유산균이 잡균의 형태로 오염됐을 경우에 말이다.

언론과 전문가연 하는 작자들이 대중을 우민화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 대부분 청국장균을 유산균으로 알고 있다는데 놀랐다. 심지어 혹자는 필자를의심하기도 한다. 유명인(?)이 그렇다는데 니가 뭘 안다고 하면서.

유산균이 인체에 유익하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다보니 유산균이 들어있다는 음식은 모두 만병통치로 둔갑하는 경향이 있다. 청국장뿐 만아니라 김치, 막걸리에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많아 좋다고 까지 선전한다. 일부 어설픈 지식인은 전문가로 자처하면서 유산균의 효능을 과대 침소봉대하여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 대부분 쇼닥터들의 소행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시청한 일반인들은 그들의 주장이 상식으로 굳어져 버려 필자 같은 전문가가 오히려 사이비가 되고 설 자리가 없어져 버리는 형국이 돼버렸다. 한심하다. 언론과 종편, 아니 지상파마저도 이런 불량지식의 전파에 주력하는 데에는 이제 필자 두 손 다 들었다. 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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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호

부산대학교 미생물학과 정년 명예 교수 이태호 입니다. 식품 생명 공학에 관한 연구를 위해 평생을 노력해 왔습니다. 식품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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