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도시화와 자조주택 – 2

커버 사진 : 몽골의 주택가 풍경. 필지를 둘러싼 담장 안으로 전통가옥인 게르, 가족들이 살면서 꾸준히 공사중인 집, 재래식 화장실, 그리고 한켠에 쌓아둔 건설자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김호정)

 

이 전 글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주택문제와 관련하여 슬럼, 자조주택(self-help housing), 그리고 도시 성장의 매커니즘을 살펴보고, 몽골 사례를 통해 개도국의 도시화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역시 몽골의 사례를 통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집을 개량 해 나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혹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앞의 글들을 읽고 오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 1편 개발 도상국 주택과 슬럼의 이해

- 2편 개발 도상국 사람들의 집짓기

- 3편 선진국과 개도국 도시 개발의 차이

- 4편 몽골의 도시화와 자조주택 – 1

 

필자는 몽골인의 도움으로 여러 집을 방문하여 그들이 어떻게 집을 개량시켜 나갔는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음은1998년 지방에서 이주하여 울란바타르에 자리를 잡은 후, 수년에 걸쳐 집을 지어 나갔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예입니다. 700m2의 필지를 확보한 후, 약 20년에 걸쳐 조금씩 집을 개량 해 나가고 있는데요, 2015년 조사 당시 4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고, 가장은 53세였습니다. 가장은 철도 관련 기술자이며, 한달 급여는 약 80만원이었고, 온 가족의 수입은 한달에 180만원 정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꽤 안정된 소득을 가진 집이네요!

사실 2015년 당시 한국과의 환율은 1원 : 1.7몽골 투그륵 정도였지만, 본격적으로 집 공사를 시작한 2006년도에는 약 1 : 1.1 정도였기에, 그냥 제 맘대로 환율을 1 : 1로 적용해서 ‘원’ 이라고 적었습니다. 공사비가 얼마나 들어갔나보다는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함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같은 집들은 아닙니다만, 집을 지어나가는 과정을 유추 해 볼 수 있는 사진들입니다. 위 사진에서는 담장 안에 당장 기거할 게르, 그리고 그 옆에 건설 자재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는 아직 완성된 것 같지는 않지만 번듯하게 지어질 2층 집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뒤쪽은 벽이랑 너무 가까이 붙은 느낌이 있네요. (사진: 김호정)

 

이 가족이 집을 개량 해 나간 과정은 지금까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먼저는 게르를 치고 살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8년 후에 공사를 시작해서는, 4년에 걸쳐서 기초공사, 골조공사, 마감공사를 진행 했습니다. 그 후 꽤 오래 전부터 단열 보강 공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실천하지는 못했네요.

처음에는 친척들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했고, 저축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했지요. 역시 건설 업자의 도움을 받으며 가족들이 모두 일손을 보태는 방식으로 지어졌는데요, 그렇게 상당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족이 겪었던 어려움들은 역시 전문성의 부재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건설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공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구요, 필요한 자재 물량을 잘못 계산해서 운송료를 두 배로 지불한 쓰라림이 있습니다. 기초공사를 할 때 자리를 잘 못 잡은 아쉬움도 있고, 창문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나중에는 다시 벽돌로 채워 넣기도 했네요.

이 가족의 이야기를 표로 간단히 정리 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이 가족은 꾸준히 집을 개량시켜가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올 해 보다 더 좋은 집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집들도 그 지어지는 방식은 대동소이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단계 한단계 집을 지어 나가다가는 것이지요. 필자는 2008년부터 꾸준히 몽골을 방문 해 오고 있는데요, 10년 전에는 동그란 텐트가 가득했던 동네들이 이제는 벽돌로 지은 집들로 빼곡한 것을 볼 때면 주민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승리의 현장’ 입니다 (제 2편,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집 짓기’ 참조).

 

저는 참 많은 꿈을 꾸는데요, 그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에 건축학교를 세우는 일입니다. 그 곳은, 건축 기술도 교육의 범위에 들어가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공간을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또 당장은 어설프더라도 10년 후 아름다운 집이 되기 위해 어떤 디자인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교입니다. 나아가 너무 자기 땅 안에 자기 집에만 몰두하지 않고, 옆집들과의 상생을 통해 어떻게 살기 좋은 마을을 이루어 낼 지에 대해 고민하는 곳입니다. 더 나아가 자재도 공동구매 하고, 서로 일손도 도와가며 협력할 수 있다면, 힘겨운 주민들의 삶에 제법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 해 봅니다.

 

이번 기사로 개발도상국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에 대해,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슬럼의 문제에 대해 정부나 국제기구가 온전히 대응하지는 못하지만, 주민들은 각자의 노력으로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이번 특집기사를 통해 독자분들이 개발도상국의 한 부분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혹시 개발도상국을 여행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그 사람들의 땀과 주름속에, 그 웃음 속에, 이런 치열한 일상이 담겨져있구나- 하고 함께 웃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주택 관련한 또 다른 흥미로운 내용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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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예전에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어요. "집"과 "도시"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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