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생이 산타클로스를 이해하는 방법

일본의 만화 채널인 Animax에서는 2013년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기 위한 조건을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그 결과를 예측한 영상입니다. tSL에서 번역 후 자막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의 번역자이자 tSL에서 안야로의 생정보를 연재중이신 안야로님은, 계산 중간에 나오는 85만개의 집이 지구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가정이 “존재 가능한 최악의 수로 계산 되었다”는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어느 한 점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기 때문에, 공간으로 보면 그렇게 넓은 곳을 커버할 필요가 없지만, 균일하게 퍼져 있다고 가정하면 필요 이상으로 넓은 공간을 커버해야 한다”고 안야로님은 주장중 입니다.

안야로님과 편집장의 이과스러운 대화

균일하게 바둑판 모양으로 퍼진 네트워크가 한 점을 중심으로 거의 다 뭉쳐 있는 네트워크에 비해서 훨씬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산타가 다녀야 할 공간도 너무 넓어지기 때문에, 결국 이 영상은 지구 멸망이라는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그것을 도출하기 위한 잘못된 무리수라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이 그럴듯 하다 싶어 좀 더 자세한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이 계산에서는 산타가 선물을 배달해야 할 가구 수를 85,700,000으로 가정하였고, 집들은 변의 길이가 1.4km인 정삼각형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한 집이 차지하는 면적은 0.7km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에 내접하는 육각형의 면적과 같고, 이 면적은 1.26km2입니다.

한 세대가 깔고 앉아 있는 땅덩어리의 면적은 반지름을 0.7km로 하는 원에 내접하는 정육면체의 면적과 동일 (=1.26km2)

이 면적을 가구수로 곱했을때 나오는 면적은 108,360,000 km2 입니다.

해외판 네이버 지식인에 해당하는 사이트, Quora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총 면적이 510,100,000 km2 이고 육지의 면적이 150,000,000 km2이며, 산과 빙하를 제외한 사람이 거주 가능한 면적이 63,780,180 km2이기 때문에, 안야로님의 주장대로 실제로 조금 과한 숫자를 사용한 것이 맞습니다. 게다가 계산 초기에 이슬람, 힌두, 불교를 믿는 가정은 제외했는데, 이러한 특정 종교는 한 지역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몇몇 지역은 통째로 걸러도 된다고 가정할 때, 산타가 커버해야 하는 면적은 이보다도 훨씬 줄어 들을 것 입니다. 특정 도시의 인구 밀도를 고려하면 더 숫자가 적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구체적인 상수를 알수 없는 인구 밀도는 제외하고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면적(63,780,180km2)만을 기준으로 재계산 한 결과, 산타는 이 동영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초속 1,000km로 달려야 할 필요까지는 없고, 약 초속 750km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광속의 0.26%밖에(?) 안되는 느린 속도네요.

다만 이 영상의 계산에서 간과한 것은, 8천 5백만 가구가 일직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1.4km를 한 변의 길이로 하는 정삼각형의 꼭지점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 썰매는 선물을 주기 위해서 한 집에서 멈추고 다음 집으로 초속 1000km 이상의 속도로 이동해야 하는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충격파는 물론이거니와 썰매에 미치는 중력가속도, 그리고 이러한 가속과 감속을 하기 위해 순록이 만들어 내야 하는 운동 에너지 등이 계산에서 빠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것이 반영되었으면 훨씬 완성도 높은 설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건 크리스마스에 지구 멸망이 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참고로,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세야마 마리코는 전 닛폰TV(NTV, 日本テレビ放送網株式会社)의 아나운서로서 일본의 명문 게이오 대학 환경 정보학부를 졸업한 후 2004년에 NTV에 아나운서로 입사합니다. 2010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성인 사진 모델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여자 프로레슬러(!)로도 잠시 활동하는 등의 신기한 이력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해설자로 출연한 일본 물리학 연구소의 스즈키 테츠시 교수는 저희가 조사한 결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일본에는 일본물리학연구소 라는 연구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 단위의 연구소로 가장 유명한 곳은 일본이화학연구소(리켄)인데, 이곳에는 물리학을 연구하는 부서가 없습니다. 아마도 위의 코믹한 영상을 위해 만든 인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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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ience Life의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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