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인간 – 사건의 전말

세계 최초의 유전자 조작 인간이 어찌되었던 탄생했다. 이제 대중의 입에 막 유전자 분석, 유전자 편집 등의 용어가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GMO도 버거워 하는 단계였는데 GM 휴먼이라니… 너무 갑작스럽게 훅 들어왔다. 전세계 언론은 당혹감에, 과학자들은 황당함과 분노에 휩싸였다.

아직 정확한 데이타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완전한 검증이 이루어 지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그리고 발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추측으로 미루어 볼 때 실제로 유전자 조작된 배아를 착상시켜 출산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인 욕을 먹어가면서 거짓말을 할 동기도 빈약하다. 유전자 편집(혹자는 “교정”이라는 단어를 주장한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필자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다. 이 짓을 벌인 贺建奎(He Jiankui, 이하 贺로 부르겠다.)는 본인의 공명심에 눈이 멀어 현실 감각을 잃은 한 인간이거나 지구 정복을 노리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이거나, 혹은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사는 인간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사건은 “유전자 조작 인간이 세계 최초로 태어났다”라는 간단한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다. 과연 유전자 조작 (혹은 편집)이 무엇이고, 왜 세계의 과학자들이 인간에게는 하지 말자고 결의를 했으며, 이번에 태어난 아기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정말 간략하고 – 무엇보다도 쉽게 –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는 것은 앞으로 계속 벌어질 사건들의 관전 포인트임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도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초가 되리라 희망하며.

유전자 조작 기술의 두 축 – 유전자 분석과 유전자 가위

유전자의 일부분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수십억개 이상의 구슬(=DNA 염기, 혹은 base)들이 순서(시퀀스)대로 꿰어진 길다란 DNA에서 원하는 곳을 딱 찾아가서 잘라줄 수 있는 가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것이 제대로 잘라졌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돋보기다. 

여기서 “제대로 검증하다”라는 뜻은 원하는 곳이 원하는대로 잘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 “원하지 않는 곳이 실수로 잘라진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그 말인 즉슨 잘라진 지점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다른 곳이 잘라지지 않았음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두꺼운 책 내용의 일부분이 수정되었는데 수정한 사람이 어디를 수정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모든 책의 모든 문장을 다 확인하는 수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위보다 돋보기가 더 먼저 개발 된 기술이니 그걸 먼저 알아보자.

유전자 분석 : 시퀀싱 (Sequencing)

이 돋보기 같은 작업을 시퀀싱(sequencing)이라고 한다. DNA의 구성 요소인 네 개 염기 (알파벳 A/T/G/C로 표현)이 어떤 시퀀스(순서, sequence)로 적혀 있는지를 읽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물론 진짜로 현미경이나 돋보기 같은 것을 이용해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아니고, 읽고자 하는 DNA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빛 신호나 전기 신호를 디지탈 시그날로 바꿔서 읽는다. 2005년에서 2015년에 이르는 약 10여년 동안 인간은 이 시퀀싱 기술에 있어서 독보적인 발전을 이뤘다. 혹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발달한 기술이 시퀀싱이라고도 한다.

(너무나도 많이 울궈먹은 그래프이지만) 인간 한 명의 유전체를 시퀀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년도별로 비교하여 반도체 산업의 발전 속도 (Moore’s law)와 비교한 표. 세로죽이 로그스케일임을 주지하자.

다만 한번에 끊어지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길이가 제한되어 있다. (이마저도 극복되어 가고 있기는 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시퀀싱 기기(시퀀서)는 한번에 가장 길게 읽을 수 있는 길이가 대략 300개 염기 정도 된다. 이 300개 길이의 조각들 수십 수백억개 이상을 동시 다발적으로 생산해 내는 것이 대부분의 시퀀서들이 DNA를 읽는 방식이다.

인간 유전체는 염기가 30억개나 되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염주알 넘기듯 끊임 없이 한 줄로 읽기에는 너무 길다. 따라서 DNA를 읽을만한 길이로 랜덤하게 잘라서 읽은 후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다시 원래대로 복원한다. 어마어마한 양의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인공위성이 지구 표면 사진을 랜덤하게 찍은 후 이 사진들을 찍힌 사진 내의 패턴만으로 유추해서 조합하여 구글맵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원본) 위 사진은 인공위성이 촬영한 3장의 화성 표면 사진을 각 이미지 안의 중복되는 패턴을 단서로 하여 전체를 복원한 사진이다. 시퀀싱도 마찬가지다. 한번에 300개 염기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로 랜덤하게 여기 저기 찍은 후 30억개 염기를 원래 상태로 복원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어마어마한 양의 컴퓨터 리소스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시퀀싱 기술은 분자 단위에서 읽어들이는 기술 (직접 실험을 해야하니 손에 물을 적셔야 해서 wet lab work이라고 부른다.)에 컴퓨터를 이용해 퍼즐을 맞추는 기술 (크게 생명정보학, bioinformatics라고 부르며 wet lab에 대조적으로 dry lab이라고 부른다.)의 두가지가 필요하다. 요즈음은 후자의 중요성이 훨씬 더 부각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의 발견

그에 반해 원하는 부위를 자를 수 있는 가위 기술은 발전의 속도가 더뎠다. DNA의 특정 부위 – 우리가 원하는 것과 상관 없는 – 를 자를 수 있는 효소들은 수도 없이 많이 발견 되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잘라주는 효소를 만드는 것은 발견이 아닌 발명의 영역이다보니 매우 어려웠다. 이건 마치 정해진 노선으로만 다닐 수 있는 버스 같은 대중 교통만 이용하다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가용을 “구매”가 아닌 “발명”하고자 하는 일과 같다.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 없이 세월이 흘러가던 중, 과학자들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생물에서 큰 힌트를 얻게 된다.

바로 박테리아.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 일반에게는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여겨져 지저분함의 대명사요 박멸의 대상으로만 생각되는 그 박테리아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갈 것만 같아 보이는 박테리아에게도 나름 삶의 고충이 있었으니, 바로 박테리아를 감염시켜 죽이는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이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파지라고 부르는데,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킨 후 적당히 같이 살아가다가 특정 상황이 되면 박테리아 내에서 수 많은 새끼 박테리오파지를 생산한 뒤 박테리아를 터뜨리고 나와서 또 다른 감염 대상 박테리아를 찾아 간다. 박테리아에게는 말 그대로 에일리언 같은 녀석이다.

박테리아(아래 노란색)으로 침입하고 있는 박테리오파지들 (연두색) (이미지출처)

하지만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박테리아가 아니다. 수억년간의 진화는 박테리아에게 비록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인 면역 시스템을 부여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이전에 한번 들어왔던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자의 일부를 잘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또 다른 박테리오파지가 또 들어오면 이 보관하고 있던 유전자와 비교한 후 같은 종류로 판단되면 바로 달려들어 인정사정없이 박테리오파지의 DNA를 잘라버려서 감염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과학자들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특정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보면 가서 잘라버린다? 이것은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고 있던 과학자들이 수십년간 찾아 헤메던 작업 아닌가. 박테리아가 보관하고 있다가 참고로 사용하는 바로 그 유전자 조각만 인간이 원하는대로 바꿔주면 어떠한 DNA도 원하는 곳만 딱 잘라버릴 수 있는 정확한 가위가 되는 것이다. 이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조각을 크리스퍼 (CRISPR)라 부르고 크리스퍼 뒤에 달려있는 가위를 카스9(Cas9)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둘과 함께 여러가지 단백질이 붙어 있는 하나의 컴플렉스를 CRISPR-Cas9이라고 부르며 이것의 발견으로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신기원이 열렸다. 워낙 파급 효과가 큰 기술이라 최근 특허 관련 꽤 큰 소송까지 붙었었다.

이미지 소스

이는 위에서 말한대로 매일 버스만 타고 다니던 사람이 자가용을 타고 다니게 된 것 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인류가 불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매우 쉽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생물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겠지만, 아주 예전 황모씨가 주장했던 것 처럼 젓가락을 잘 다루는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던가 하는등의 예술이나 신기의 세계가 필요 없이 재료와 레시피, 그리고 적절한 트레이닝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의 기술적 한계가 극복이 되자 이를 응용한 신기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농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변경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이론적으로 모기를 멸종시켜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까지도 나왔다.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이 기술이 (자칭) 지구상 궁극의 생명체 –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사실에 쏠리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선언

이 사실을 우려한 전세계의 과학자과 윤리학자들은 2015년 미국에 모여서 선언문을 발표한다. 아주아주 간단하게 핵심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문은 여기에서)

2015년 12월 3일

인간 유전자 조작에 관한 국제 선언문

(…중략..) 우리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메카니즘을 연구하던 중 유전자 편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 기술은 기존에 비해 매우 높은 효율성과 정확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의학 연구에도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의 적용은 수 많은 윤리적 과학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흘간의 치열한 회의 끝에 다음과 같은 내용에 합의하여 발표한다.

  1. 기초 과학 및 전임상 연구에의 활용 : 법적, 윤리적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연구자가 어떤 기술을 쓰는지, 그리고 조작으로 인한 이익과 위험은 무엇이 있는지를 완전히 숙지하고 있으면 철저한 검증과 투명성을 보장한 상태로 사용하되, 조작된 배아는 절대로 착상 및 임신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2. 체세포에 대한 임상적 사용 : 체세포는 자손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데다가 유전자 조작을 하면 치료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들이 있기는 하지만 잘못된 교정과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숙지해야 하고
    조작으로 인한 잠재적 이익과 위험에 대해 철저한 사전 분석이 필요하며 조작이 완료된 이후에도 매우 깊이있는 검증이 이루어질 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
  3. 생식세포에 대한 임상적 사용 : 생식 세포 고치면 자손에게 전달된다.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니 절대 하지 마라.
  4. 이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몇년 지난 다음에 이 회의 또 하자.

3번 항목이 원문에서는 가장 길다. 그럼에도 위 요약본에서 필자가 가장 짧게 번역한 이유는 그 결론이 가장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냥 한 단어이다.

하지마“.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 범세계적 합의문을 깡그리 무시한채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중국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자국민의 유전자 정보를 다소 국가의 자원(?)으로 간주하는 덕에 자국민 유전자 정보의 공개가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 되어 있다. (덕분에 이번에 태어났다는 아기들의 전체 유전체 정보를 확보해서 분석해 볼 길도 사실상 막혀있다.) 그런 중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중국 과학자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했다기 보다는 한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 맞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데다가 (실험에 사용할 인간 배아의 확보를 제외한다면) 구현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일이 한번 터지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과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필자는 이번에 탄생했다고 보고된 아기들이 부디 정말로 세계 최초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기들의 탄생을 발표한 날은 저 위에 국제 선언문에 채택된 2015년 회의의 제 2회 모임의 몇일 전이었다. 그리고 이 일을 낸 贺는 이미 이 모임에 발표자로 내정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회의에서 이 내용을 발표하면 본인이 세계적 명사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착각하고 사전 작업해서 회의 직전 터뜨린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연구자라면 전세계적인 비난이 두려워 신청했던 발표도 취소하고 잠적할 것 같은데..) 그가 발표한 슬라이드들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법 이전에 도덕이 있기 마련이다. 백번 양보해서 하지 말자는 저 국제적 합의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도덕, 그리고 윤리의 측면에서만 바라보아도 해서는 안될 일이 너무 자명한 일인데, 기어이 일을 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과 질책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회의에 나와서 자신의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털이범이 범행 후 경찰서를 찾아와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오죽했으면 사회를 맡은 좌장이 그가 그 자리를 찾아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해 준 용기에 고맙다고까지 이야기 했다.

그가 조작한 유전자 – CCR5

그가 조작한 유전자는 CCR5라는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의 원인인 HIV의 감염 경로에 있는 한 단백질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유전자가 일부 잘려져 있는 형태 (CCR5-delta32라 부른다. 생물학에서 델타 뒤의 숫자는 정상적인 구성에서 그 숫자만큼의 염기 혹은 아미노산이 잘라졌다는 뜻)가 일부 유럽인에서 발견되는데, 이들은 HIV가 세포 내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보고되어 있다. 한 HIV에 감염된 백혈병 환자가 CCR5-delta32를 가진 공여자의 골수 이식을 받은 후 HIV가 재발하지 않은 사례도 보고되었다. 

贺는 이 유전자를 조작의 대상으로 삼았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CCR5 유전자의 32개 염기를 인위적으로 자른 태아를 만든다면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HIV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HIV, CD4(HIV가 세포 내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 그리고 CCR5 (CD4를 도와주는 역할)의 관계. 위 오른쪽 그림에서는 CCR5가 아예 없는 상황을 설정하였으나 실제로는 32 염기가 잘린 부분적인 형태만으로도 HIV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원본)

자신의 생각을 실현에 옮기기 위해, 그는 실험 대상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HIV 감염자 협회에 접근하여 아버지는 HIV에 감염되었으나 엄마는 감염되지 않았으며 자녀를 낳고 싶어하는 부부를 모집했다. 각자의 사연이 있을 애타는 부부 약 200여 커플을 모은 후 추가 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50쌍의 부부를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다.

중국 언론이 보도한 실험 대상에서 마지막에 마음이 바뀌어 빠져 나온 한 부부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고등학교 수준의 생물학적 지식만을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 편집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자신들은 새로 나온 백신이나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HIV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연구에 자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천인공노할 생체 실험을 자행하면서 그 대상자에게 정확한 설명도 하지 않은 것이다.

실험 대상 부부들 중 한 부부에게서 두 명의 쌍동이가 태어났으며 각각 루루(Lulu)와 나나(Nana)라는 이름(결과 발표용 가명)을 붙여줬다. 그리고 그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앞서 이야기 한 2회 국제 유전자 편집 최고회의에 나와서 “당당하게” 발표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발표일 당시 기준으로 현재 또 다른 배아가 착상되어 임신중이며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번째 유전자 조작 인간이 곧 탄생할 예정 이라는 것이다. 충격과 공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인간 유전자 조작 사실의 유출

贺가 유전자 조작 인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회의 이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보도가 아니었다면 贺는 아마도 사흘 뒤 회의에서 깜짝 발표를 했을지도 모른다.) 이 내용에 따르면 한 루루라 불리는 한 아기는 두 개 대립 유전자가 모두 잘라졌고, 나나라 불리는 또 다른 아기는  둘 중 하나만 잘라졌다고 한다.

(대립유전자 : allele, 전국민이 다 아는 ABO식 혈액형을 통해 내가 다리 밑에서 주워온 자식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떠올려보면 엄마는 A형, 아빠는 O형인데 나는 A형이라 나는 AO라네.. 엄마가 O형 아빠도 O형인데 나는 B형이라서 의심스럽다…..등이 생각날 것이다. 이 알파벳 각각이 대립 유전자이다. AO인 사람은 A형이 되고 OO라야만 O형이 되는 그 국민 유희가 대립 유전자, 그리고 열성과 우성을 설명하는 한가지 쉬운 방식이다.) 

CCR5의 결실은 두 대립 유전자가 모두 잘라져 있어야만 HIV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변이이다. 즉, 나나는 본인이 목표하는 바 대로 되지 않았으며 HIV 감염으로부터 여전히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상시켜 출산 시킨거다. 도대체 왜? 

발표 내용을 살펴보니 더욱 충격

학회의 발표 자료를 통해 실험 결과가 드러나자 세계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그 어느 아기도 제대로 조작된 배아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HIV로부터 방어를 한다는 그 변이(CCR5-delta32)는 총 32개의 염기가 잘라져야 하는데 발표 자료에 따르면 루루의 경우 실제로는 15개만 잘라졌고, 나나의 경우 대립 유전자 하나는 4개만 잘렸고 또 다른 대립 유전자는 오히려 1개의 DNA가 삽입이 된 것이다. 그 어느 아기의 어느 대립 유전자도 목표했던 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유전자 가위 실험으로서도 처참한 실패이다. 도대체 왜 이런 배아들을 착상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글에서 유일하게 어려울지도 모르는 표이지만 눈 돌리지 말고 아래 설명과 함께 한번 보자. 고등학생 정도의 이해력만 있어도 이해할 수 있다. (원본)

Unmodified : 수정되지 않은 자연적인 CCR5
Delta32 :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32 DNA가 잘린 CCR5의 결실 모습. 贺가 만들고자 했던 유전자
Lulu-15 : 루루의 한 대립 유전자. 32개 대신 15개만 잘려서 프레임 이동 없이 5개의 아미노산이 중간에 빠져버린 전혀 다른 CCR5가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허리가 잘리고 꼬리가 와서 붙은 CCR5.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Nana-4 : 나나의 한 대립 유전자. 여기는 4개만 잘리면서 프레임도 바뀜에 따라 10 아미노산 추가 연결 후 stop 코돈을 만나 단백질이 끝난다. 쉽게 말해 허리 잘리고 기형적인 모습의 짧은 꼬리가 붙은 CCR5. 이것도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Nana+1 : 나나의 또 다른 대립 유전자. 자르겠다더니 한 개를 오히려 삽입했다. Delta32의 허리에 10개 기형적인 아미노산서열이 들어온 후 꼬리는 delta32와 같이 끝난다. 이것도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2명의 아기 총 4개의 대립 유전자에 편집 시도를 하였으나 그 어느 allele에서도 원하는 편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1개는 건드리지도 못했고 2개는 전혀 엉뚱하게 잘라냈으며 나머지 하나는 심지어 새로운 DNA를 삽입한 결과를 만들어 낸, 실험적으로 볼 때 초특급 실패 결과다.

두 아기의 삶이 달린 문제라 “실패”라는 단어를 쓰기가 너무 맘이 무겁다. 수 많은 논문의 그림과 표들을 보며 다양한 샘플의 이름을 접해왔지만 이렇게 사람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실패한 표를 보는 것은 고통 그 자체다.

저 아기들의 건강? 알 수 없다. 물론 건강하게 잘 살 가능성도 있고 제발 그러하길 바란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둘 다 여태까지 인간이 접해본 적 없는 변이를 안고 태어나게 되었으며 상당한 위험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CCR5가 인간이 HIV에 감염되도록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유전자는 아닐 것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중요한 기능이 있을 수도 있는데, 贺 는 그냥 이 유전자를 기형적인 형태로 만든 후 아이들을 출산시켰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우선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도 나쁜 짓인데, 그것을 착상시켜 출산까지 했다는 것이 가장 나쁜 점이다. 인간을 실험 동물 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일이다. 자기 집 차고에서 혼자 화학 실험을 하다 본인이 불에 손을 데건, 아니면 차고를 통째로 날려버리건 상관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다른 대체 수단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굳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를 했다. 일반적으로 아빠가 HIV 감염자, 엄마가 비감염자인 경우 아기가 감염되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쉽고 안전한 수 많은 방법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하필 유전자 조작인가? HIV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기 보다는 본인이 유전자 조작 인간을 만들어 볼 맘은 이미 먹었고 그에 맞는 명분으로 찾아낸 것이 CCR5가 아닐까라는 강한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세계 최초라는 이름에 눈 먼 사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실험 대상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실험 대상자들은 본인이 새로운 HIV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였지 자녀들의 유전자가 조작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게 바로 사기다.

이 실험을 위해 200쌍의 애타는 부부들이 지원했고 그 중 적극적으로 실험에 응해 줄 것으로 판단되는 부부들만 골라 50쌍을 추렸다. 이들로부터 제공받은 정자와 난자를 통해 수정란을 만들고 유전자 조작을 한 결과 착상이 가능한 수준의 배아는 단 2개만 만들 수 있었다. 그마저도 한 부부에게서 나온 두개의 배아다. 그렇다면 나머지 49쌍의 부부는? 그저 자신이 실험할 배아 공급 대상이었던 것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자신의 허황된 명예를 위해 이용한 것이다. 죄질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 이 글을 쓰면서도 손이 부들 부들 떨린다. 

실험마저도 꽝났다. 물론 실험하다 보면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의 실패는 단순하게 실험도구 설겆이 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게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무모한 실험을 했고 그마저도 실패했으며 (정확한 데이타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실패한 배아마저도 그대로 착상시켜 출산했다. 도대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악행들의 수위가 너무 세서 상대적으로 별 것 아닌것 같아 보이는 효과가 생겼지만, 그가 국제 합의를 무시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국제 합의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이미 미국 등의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있었으며, 윤리 관련하여서는 몇몇 사람들의 자문을 받기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즉,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연구자들이 유전자 가위를 사용할때 가장 위험 요소로 꼽는 것은 원하는 유전자를 자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던 유전자를 자르는 것, 즉 off-target effect이다. 贺의 발표에서는 이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태어난 두 아기의 다른 어느 중요한 유전자가 어떻게 잘라져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개인적이고 허황된 공명심, 미숙한 실험으로 인한 실패, 윤리의식의 부재, 절박한 사람들의 처지를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모든 악마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런 사람은 엄중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우선은 유전자 편집을 인간 배아에 적용하는 것에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구속력이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과학자들의 선언문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만큼 초국가단위의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일이 벌어진 중국 마저도 이 사건으로부터 분명한 선 긋기를 하고 있으며 贺가 소속된 남방과기대에서도 공식 논평을 통해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허용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던 세계 각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허용 불가의 강한 공감대를 형성 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발전된다면 인간에게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미래의 무언가를 완전 부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과학자들은 오늘도 이 유전자 가위의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실제로 실험 동물이나 가축, 농작물 등에는 기존에 여러 해 걸리던 작업을 빠른 시간 내에 끝내 줄 수 있거나, 예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유전자 조작 인간 시대를 그린 SF영화 가타카의 트레일러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지구상에 있는 수 많은 동식물들과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지구상 가장 간단한 생명체라고 하는 박테리아와 같은 유전 정보 물질을 이용하고 있으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자크 모노드는 “대장균에서 참인것은 코끼리에게서도 참이다. (What is true for e. coli is true for the elephant.)”라는 말로 이 사실을 설명했다. 엄밀히 말하면 100% 맞는 말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볼 때에 맞는 말이다. 인간은 거대한 지구 생태계 시스템의 일부를 담당하는 한 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이면서도 동물이 아니다. 이 말은 인간이 도덕과 윤리라는 기반 위의 체계적인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하나 하나가 독립적인 존엄성을 지닌 개체라는 뜻이다. 자연상태로 살아가는 동식물은 변화해가는 환경에 따라 여러가지 진화압력을 받으며 진화해 나가고, 사람에게 재배되거나 사육되는 동식물들은 거의 대부분 인간의 필요에 의한 선택에 의해 교배가 되거나 도태되어 종이 변화해 나간다. 특히 가축이나 동식물은 원하는 형질이 나올때까지 끊임없는 교배를 통하여 수확량이 늘어난 품종을 인간이 키운다거나 하는 등의 인위적인 육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런 접근이 불가능하다. 어떤 형질을 어느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유전자가 그 형질 외에 또 다른 어느 형질과 연결되어 있는지 또한 알기 어렵다. 또 커다란 모집단을 가진 인간 유전체의 연구가 시작된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평생을 통해 어느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어 어떤 형질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도 자료도 미미한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말해서 영화 가타카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designer baby는 불가능하고 시도되어서도 안된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결론

일단 贺는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스스로의 공명심을 의해 사람을 실험 동물 삼았다. 과학계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명(이제 곧 세 명이 될) 아기들에게 그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태어난 아이들은 신원을 철저히 보호한 채 일반인들과 차별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식을 낳고자 할 때, 시대를 조금 먼저 산 어른으로서 과연 뭐라 말을 해 줘야 할 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과학계는 회의 결의안만으로 현실적인 제재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범국가적인 연대와 각국 정부, 혹은 UN과의 협력을 통해 추후 이런 사건이 합의 없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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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D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데 나는 왜 유전자에 관한 글을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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