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대중화에 앞섰던 두 명의 과학자

과학 관련한 뉴스를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위 사진에서 좌우의 두 얼굴이 낯익으실 겁니다. 빌 나이(Bill Nye)와 닐 디그라세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입니다. 빌 나이는 우리 나라에서도 EBS에서 방영된 바 있는 “빌 아저씨의 과학 이야기”의 진행자이고, 닐 타이슨은 얼마 전 내쇼날 지오그래픽사에서 리메이크 한 칼 세이건작의 코스모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둘 다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유능한 과학자이자 과학 해설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들입니다. 각종 TV 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대중과 과학의 거리차를 좁히는데 큰 일을 하고 있는 과학자들입니다.

하지만 오늘 떠올리고자 하는 과학자들은 이 두 사람이 아닙니다. 이 두 명이 겨우 중고등학생으로서 과학자의 꿈을 키워 가고 있었을 듯한 시절, 이미 우리나라에는 과학자이자 저술가로서 대중과의 과학을 통한 소통 활동을 하고 있던 분들이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두 분 모두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만약 살아계셔서 요즈음의 인터넷과 SNS의 힘을 활용하셨다면 저 두 사람 못지 않게 유명해졌을 것 같은 분들입니다. 바로 김정흠 박사님과 조경철 박사님입니다.

 

왼쪽 : 고 김정흠 박사 (1927-2005) 오른쪽 : 고 조경철 박사 (1929-2010)

아마 어려서부터 과학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은 낯이 익은 얼굴들일겁니다. 두 분은 의외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 북에서 태어나 625 동란 시절 월남하셨으며, 아직 과학이란것이 낯설었던 1950년대부터 국내외를 오가며 많은 연구를 하셨고, 70년대부터는 과학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신, 대중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과학자라고 부를만한 분들 입니다. 어릴적 과학자의 꿈을 한번이라도 꾸어 본 사람이라면, 이 두 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신 분들이지요. 안타깝게도 두 분 모두 비슷한 시기에 지병으로 타계하셨으며, 살아 생전에는 서로 절친이셨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흠 박사님은 1927년 4월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났습니다. 1953년도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1961년 미국 로체스터 대학원에서 양자역학으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우리 나라의 1세대 물리학자이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였습니다만 학계에서의 활동 뿐만 아니라 각종 저술, TV 출연 및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하여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선 국민 과학자로 더욱 많이 기억 되고 있습니다. 1987년도에는 당시 처음으로 국내에서 시판되었던 컴퓨터 광고에도 출연하였습니다.

그 외 한국 물리학회 회장 뿐만 아니라 한국 과학 저술인 협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셨습니다.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회자 옆에서 차분한 어조로 정답을 설명해 주던 그 모습과 목소리가 아직도 눈과 귀에 생생합니다.

김정흠 박사님이 항상 진지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섰다면, 조경철 박사님은 마치 옆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하면서도 즐거운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있을 것만 같아 보이던 과학자라는 직업을 우리 옆으로 끌어 오신 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29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출생한 조경철 박사님은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놀랍게도 북한 최고의 명문이라고 하는 김일성종합대학 1회 입학생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일성 암살 시도(!)에 연루되어 북한에서 투옥되었으나 남한으로 망명하여 연희전문 (현 연세대) 물리학과에 입학하게 됩니다. 이 분의 독특한 행보는 계속 되는 데, 졸업 후 전공을 바꿔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합니다. 이후 또 다시 전공을 바꿔 미시간 대학교 천문학과에 입학한 후,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합니다.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68년 해외 과학자 국내 유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귀국하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각인된 조경철 박사님의 모습은 아마도 두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1968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착륙하던 순간을 생방송으로 KBS에서 중계하던 때인데, 해설자로 나선 조경철 박사님은 암스트롱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 모습이 그대로 공중파를 타 전국에 중계된 덕분에 아폴로 박사님이라는 국민 칭호를 받았습니다.

또 다른 모습은 1990년대 이경규씨가 진행하는 몰래카메라에 출연하였을 때인데, 한강변에 착륙한 UFO에서 외계인이 나왔다는 다소 황당한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장면입니다. 너무나도 놀랍고 당황스런 순간에도 침착하게 외계인에게 인사를 건네던 천진난만한 박사님의 모습, 그리고 몰래카메라임을 알게 되자 화를 내기는 커녕 진행자인 이경규씨와 같이 호탕하게 웃던 모습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미국에서 빌 나이와 닐 타이슨이 새로운 시도로 과학의 대중화에 나서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70-80년대에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했던 훌륭한 과학자 두 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한번 떠올려 보면 미국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습니다. 이 분 들이 살아계셨다면 우리의 타임라인은 좀 더 재미있는 과학 뉴스로 가득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득 오늘 이 두 분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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