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인간과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 – 유전자 결실

개는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가축화 된 동물들 중 하나입니다. 여러가지 가설이 있습니다만, 이미 40,000년 전에 가축화가 시작 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을 정도로, 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동물입니다.

개는 인간으로부터 먹이와 보호를 제공 받고, 인간은 개를 이용하여 경계와 사냥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 둘은 오랜 기간 공생 관계를 이루어 왔습니다. 사냥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동반자이자 반려자가 되어 그 어떤 다른 동물보다도 인간과 가까운 곳에서 공생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고기나 우유, 혹은 노동력 등을 위하여 가축화 된 돼지나 소, 닭과는 다른 방식의 공생 관계로서, 개의 지능, 사회성, 친화성 등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늑대와는 전혀 다른 개의 이런 특징은 오랜 기간에 걸친 인공적인 교배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가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우의 가축화에 관하여 러시아에서 오랜 기간 진행한 재미 있는 실험이 있는데, 이는 나중에 별도의 기사로 올려 보겠습니다.) 표현형(phenotype) 수준에서의 개 육종의 긴 역사적인 배경과는 별도로, 유전형(genotype) 레벨에서 어떤 유전적 변이가 개에게 이런 능력을 보유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주 과학 저널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개의 이러한 친화성 (friendliness)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전전 변이가 보고되었습니다. 연구진은 16마리의 일반적인 개와 인위적으로 사회성이 길러진 8마리의 늑대의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이미 기존 연구에서 개의 친화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가 되었던 6번 염색체의 약 5Mb 정도의 영역이었는데, 이들은 이 영역에 위치한 유전자들 중 GTF2I 와 GTF2IRD1가 이번 실험 대상인 개와 늑대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결실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유전자의 결실은 인간에게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증후군의 원인이라는 점 입니다. 윌리엄 증후군 (William-Beuren syndrome)이라 불리우는 이 유전 질환은 신생아 2만명 당 한명 꼴로 발생하는데, 염색체 7번에 포함된 27개의 유전자가 세포 분열 과정이나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결실 되었을 때 나타납니다. 이 증후군의 환자들은 선천적인 심장 질환, 근 밀도 감도, 상대적으로 낮은 지능 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와 동시에 극도의 사회 친화성, 친절함, 수다스러움, 그리고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고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등의 성격 등을 가진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낯선 것으로부터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멀리하고 경계 하는 능력은 척박한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따라서 이 능력을 상실하면 진화적으로 도태의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특히 자연 상태에서 이 능력 없이는 늑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신, 개는 친화성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함과 동시에 인간과의 성공적인 공생 관계를 만들어 냄으로서, 역설적으로 결국 더 높은 생존율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가설입니다. 특정 돌연변이가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 생존에 더 불리하게도 혹은 유리하게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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