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박테리아? 제대로 알자.

얼마전 ‘사자’의 기운이 충만한 대학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super-bacteria)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가 지면을 장식했다.

(본 기사의 삽화를 보시고 피식하고 헛웃음이 나오시는 분이라면 이 글은 이미 알고 계시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를 뒤이어 다른 기사가 깐이마또까의 테크트리를 보여주고 있다.

(댓글 보면 뒷목 잡게되니 신경 쓰지 말자. 안 본 눈 삽니다 ㅜㅜ)

본 글에서는 슈퍼박테리아가 무엇인지, 왜 위험한 것인지, 이를 예방하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1/3. Super-bacteria

Super! bacteria. bacteria (세균)라는 글만 있어서 뭔가 무서운데, 무려 Super라는 말이 덧붙었다. 비슷하게 슈퍼맨, 즉 Super-man은 man의 능력에 비해 전지전능하다고 표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물론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 그의 패션감각은 능력과는 무관하니 이해하도록 하자.

Super-bacteria도 이와 비슷하게 bacteria의 능력에 비해 강함을 가지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가공할만한 능력은 바로 세균 죽이는 화학무기, 항생제로부터 생존 가능하다는 것이다. 끝판왕 격인 항생제를 투여해도, 무려 그런 약들을 섞어서 투여해도 끄떡없이 살아 남는다. 이 가공할만한 능력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인간에게는 재앙이다. 몸 안에서 세균이 자라고 그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는데 이 놈을 죽일 무기가 없는 것. 이러한 이유로 Super-bacteria는 의학용어로는 다제내성세균(multidrug resistant bacteria)으로 정의한다. 흔하게 쓰는 super-bacteria는 사실 사회적인 용어에 더 가깝다. (Wikipedia의 정의)

세균은 자체 생존이 가능한 DNA와 이를 통한 자가 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생명체로 간주한다. 대부분의 세포들은 가장 중요한 DNA를 핵막으로 둘러 쌓아 2중 잠금장치로 보관하고 있으나 세균은 DNA를 다른 세포 소기관과 함께 공평(?)하게 대접한다. 우리는 이런 세균을 원핵세포(prokaryote)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세균은 보편적으로 진핵세포(eukaryote)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데, 이러한 특징은 원핵세포만 특이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표적 물질이 된다.

그림 1. 진핵세포와 원핵세포의 차이. 원본링크

 

이 중 prokaryote에’만’ 존재하는 구조물이 무엇인가? 그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목표물이 될 것이다. 눈썰미 좋은 당신이 바로 찾은 바로 그 것. Cell wall, 세포벽이다. 세포벽의 주 구성성분은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이며, 그람(Gram) 염색약은 이 펩티도글리칸에 흡착되어 특유의 색깔을 나타낸다.

그림 2. 그람 염색. 그대 세포벽은 보라빛처럼~ 아래 분이 생각난다면 아재인증이다.

 

이렇게 보라색으로 염색된 세균은 그람염색에 양성임을 뜻하고, 분홍빛으로 보이는 세포는 그람염색에 음성인 세균이다.

(보다 명확하게 하자면, 그람 염색 도중 보라색 염색 후 세척하고 나중에 분홍색으로 대조염색을하는데 펩티도글리칸에 흡착되어 탈색되지 않은채로 남아 있는 세균은 보라색으로 보이며, 그람 염색약이 탈색된 후 대조염색약이 염색된 것이 핑크빛을 보인다)

그람염색을 기준으로 간단하게 그람양성, 그람음성균으로 양분하며, 다시 모양을 기준으로 구균(coccus), 간균(bacillus), 나선균(spirillus)로 나눈다. 그림 2는 그람양성구균과 그람음성간균이 혼재된 사진이다.

그람염색에 강한 보라빛을 보인 그람양성균의 대표격은 우리와 늘 함께 살고 있지만 그 때문에 산전수전 다 겪으셔서 무서운 그 분, 가끔 우리를 아프게 하시는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이 있고, 그람음성균의 대표격은 우리 대장의 터줏대감 대장균(Escherichia coli)이 있다. 물론 이렇게 간략히 언급하기에는 재기발랄한 세균찡들이 많이 있으니 그들을 무시하진 말자.

갑자기 말이 옆으로 많이 샜는데, 다시 슈퍼박테리아로 돌아가는 중이다. 세포벽이라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약제는 진핵세포에 ‘거의’ 무해하게 세균을 죽일 수 있다. 휴가를 떠나려는 급한 마음에 실험이야 어떻게 되는 말든 대충 마무리 해놓고 가신 그 분때문에 발견된 그 약제는 얄궂게도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이었다. 될놈될은 지구상 그리고 역사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ㅜㅜ

그림 3. 될놈될이신 Alexander Fleming
그림 4. 히말라야시이다 나무처럼 펴 바른 것이 세균이며, 중앙 아래는 푸른곰팡이(Penicillium)가 자란 것. 푸른곰팡이 주변의 투명한 곳은 세균이 자라지 못하는 곳, 즉 푸른곰팡이가 분비하는 물질 때문에 세균이 죽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5. Alexander Fleming이 Penicillium으로부터 분리한 최초의 항생제, Penicillin 구조. R 부위를 바꾸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 penicillin계 약물이 된다.

Alexander Fleming이 발견한 세계 최초의 항생제, Penicillin 구조 중 한 가운데 네모 모양이 실제로 펩티도글리칸의 중합(cross-linking)을 억제하는 active site다. 이 구조를 beta-lactam ring이라고 부르며, 따라서 이 구조를 갖는 항생제는 모조리 베타락탐계 항생제라고 부른다. 베타락탐링 옆에 오각링을 갖는 것이 Penicillin이며, 육각링을 갖는 것이 Cephalosporin 항생제다. 베타락탐항생제들은 펩티도글리칸이 중합체로 되는 것을 억제하기에 펩티도글리칸층이 얇은 그람음성세균보다 두껍게 가지고 있는 그람양성균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그림 6. 그람음성균(왼쪽)과 그람양성균(오른쪽)의 세포벽 차이. 그람양성균은 가장 바깥 외벽에 lipopolysaccharide (LPS)층을 가지고 있다.
이 층은 강력한 염증유발 물질인 그 LPS가 맞으며, 흔히 endotoxin이라고 부르는 물질이다. 실험실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간혹 ‘endotoxin-free’로 적힌 plasmid preparation kit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실험실에서 plasmid를 증폭시키기 위해 노예(…)로 부리는 DH5a같은 E.coli가 바로 그람음성세균이기 때문에 plasmid extraction 과정에 필연적으로 endotoxin이 대량으로 발생한다

Penicillin 혹은 cephalosporin의 구조를 변경하여 차츰 그람음성균에도 효과적인 항생제를 개발하였고 현재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베타락탐항생제들이 임상에서 아주 널리 쓰이고 있다. (관련 위키피디아 링크)

2/3. Super-bacteria의 위험성

하지만, 항생제에 무차별로 당하고 있을 세균들이 아니었다. 세균들은 항생제에 대항하여 살아 남는 생존 기술을 획득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내성균들은 베타락탐 고리를 끊어버리는 효소(beta-lactamase, 혹은 penicillinase)를 보유하고 있었다. 어떻게 beta-lactamase를 획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전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애초에 보유하고 있었던 내성 유전자가 활성화 된 것 혹은 내성 유전자를 외부로부터 전달 받은 것 혹은 둘 다 함께 작용한 것으로 설명한다.

항생제로 세균을 인위적으로 ‘죽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인간과 세균의 끝나지 않을 시소 게임이 시작되었다. Penicillin이 쉽게 대사되어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되자 인류는 penicillinase-resistant penicillin 을 개발하였고,(대표적으로 cloxacillin, oxacillin, nafcillin, dicloxacillin, methicillin이 있다. 필자는 머릿글자를 따서 CONDOM으로 괴랄하게 외웠다. 당신도 이제 암기했다고 자신한다 ㅎㅎ )

이를 임상에서 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penicillin-resistant penicillin 에 저항성을 갖는 세균찡이 등장하였다. 심심하다 싶으면 한번씩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MRSA 가 바로 이 세균이다. (MRSA. 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

입원한 환자가 발열이 있고 어딘가에 염증, 혹은 감염의 증상이 있으면,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항생제 처방에 앞서서 적절한 항생제를 택하기 위해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하는데 그 때 반드시 포함되는 항생제가 바로 Methicillin 이다. (혹은 nafcillin. 병원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다.)

혈액배양 검사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동정되었으면 1차적으로 확인하는 결과가 바로 Methicillin의 감수성 결과다. 이 Methicillin에 감수성(S, sensitive)이면 Methicillin을 포함하여 감수성으로 판명된 항생제 중 하나를 적절히 골라서 쓰면 된다. 하지만, 만약 Methicillin에 내성(R, resistance)으로 확인되면 MRSA에 의한 감염으로 확정하고 치료제는 Vancomycin으로 결정된다.

 (비록 다른 항생제에 감수성이라 할지라도 vancomycin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그림 7. Vancomycin의 분자구조. 크고 아름다워(…) 베타락탐고리는 없지만 펩티도글리칸의 중합성을 저해한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보아야할 점은 세균찡이 내성 유전자를 외부로부터 ‘전달’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외부로 전달 받을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외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세균은 자신의 유전자 뿐만 아니라 외부 DNA와 공생관계로 사는데, 소규모 원형 DNA로 세균의 세포질에 기생하는 DNA를 우리는 plasmid라고 부른다. 세균은 자신의 세포내 공간과 에너지 즉 집과 밥(…)을 plasmid에게 제공하면 plasmid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일부 활용하여 세균이 가지고 있지 않은 형질을 채워줘 세균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 나름 밥 값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plasmid는 세균의 세포질 내에서 쉽게 복제되며, 세균과 세균 사이를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끝도 없이 증식하여 여기저기 다 침투할 수 있다. 이렇게 plasmid를 받아들이면 세균은 plasmid가 가지고 있는 고유 형질을 획득할 수 있다. 그렇다, 항생제 내성의 상당한 경우는 plasmid를 통해 세균간에 전파된다.

(분자세포생물학의 기본 술기 중 하나인 bacteria transformation은 이 현상을 직접적으로 이용한다. 실험에 쓰이는 DH5a같은 E.coli는 ampicillin 혹은 kanamycin을 포함한 모든 항생제에 감수성이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plasmid에 포함되어 있고, 우리는 이 항생제를 이용해 plasmid를 포함한 E.coli를 ‘selection‘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plasmid를 대량으로 증폭할 수 있다. Plasmid에 포함된 내성 유전자를 특별히 selection marke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그림 8. Plasmid. 정말 쓸모 있다고 생각하면 plasmid를 자신의 genomic DNA에 삽입시키기도 한다

 

 

그림 9. Plasmid의 전파. 좋은 것을 나눠쓰는 아나바다 정신이 투철하다(…)

 

애초에 생명주기가 극도로 짧은 세균과 인간의 과학 기술이 생존을 놓고 경쟁한다는 것은 인간이 이기기 힘든 싸움이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만에 내성균이 나타나버린다. 우리는 그 동안 무분별하고 계획성 없는 그리고 개념도 없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수많은 내성균을 양산했다. 무시무시한 세균으로 언급되는 MRSA. 각종 보고에 의하면, MRSA를 키우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약 2% 내외라고 하며, 그 중 대부분은 코에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50명 중 한명은 MRSA를 애지중지 키우고 계시는 분이므로 혹시나 걱정된다면 코딱지 파려고 노력하지 마시라 권한다. (관련 논문 링크)

천만 다행인 것은 우리는 흉악한 세균들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서 외부와 통하는 곳 에서는 수 많은 세균들이 그 표면적을 뒤덮어 살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정상세균총(normal flora)이라고 부른다.

(피부, 위장관등이 해당한다. 뇌, 심장 등을 포함한 내부 장기 그리고 혈관은 외부와 통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세균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이 곳에서 세균이 존재한다면 그 것은 감염되었음을 뜻하며, 아주 위중한 상태다.)

인간 세계도 흉악범이 선량한 시민들과 뒤섞여 살고 있듯이, 흉악한 세균들도 정상세균총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그리고 정상세균총 덕분에 흉악한 세균들이 비정상적으로 창궐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시라, 발뻗고 살 공간도 빠듯하고 때때로 공급되는 식량도 일정하다. 그마저도 1/n로 나눠야 하니 흉악한 세균들이 창궐하지 않는다. 이 말을 뒤집으면, 정상세균총이 사라지면 어떤일이 발생할까?

정상세균총은 다양한 세균들이 모여 살고 있다. 지구를 빼곡히 덮고 살고 있는 인간을 생각하자. 이 정상세균총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면 전멸에 가깝게 몰살당하게 된다. 바로 세균 죽이는 화학무기, 항생제가 몸속에 들어온 경우다. 항생제가 매우 많은 양으로 충분히 긴 시간으로 투여되면 정상세균총은 일시적으로 제거되었다가 항생제의 농도가 유효 농도보다 낮게 떨어지면 급격하게 다시 정상으로 회복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다. 왜 지렁이가 꿈틀했는지 아시는지? 정답은, 제대로 안 밟았기 때문이다. 밟혀서 죽었다면 꿈틀거리지 못 한다. 죽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죽이지 못 했기 때문에 지렁이가 꿈틀했던 것이다. 피식 웃음 나온거 안다. 왠지 분한 마음이 생길 듯 ㅎㅎ

세균들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기전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 항생제가 병원균을 포함한 정상세균총을 적절히 죽이지 못하고, 장난치듯이 톡톡 건드는 수준에서 그치면 열받은 세균찡들은 자신을 공격했던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다. 본의 아니게 세균들에게 화학무기에 대항하는 을지훈련를 시키게 되는 셈이다.

다들 어렸을 때 감기라는 이유로 주먹 한가득 약을 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루나 이틀 지나면 속 쓰려서 먹기 싫고, 챙겨먹기 귀찮고, 안 먹어도 살 것 같고, 다 귀찮고 그냥 약 먹기 싫어 하는 다양한 이유로 처방 받았던 약을 다 먹기 전에 자의적으로 투약을 중단한 사람들이 4열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가 넘는다에 500원 정도 걸 수 있다. 주먹 한가득 약 속에는 다양한 항생제가 섞여 있었다.

(물론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만큼 잘 못 된 처방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것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고,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이바구를 풀어보기로 약속한다)

당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당신 스스로가 몸 속 세균들에게 을지훈련을 시켜왔던 것이다. 항생제 내성균 들은 누가 책임이라 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관여한 대삽질의 향연으로 발생한 사태다. 항생제의 자의중단이 내성균의 등장에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손 꼽힌다. 물론 불필요하게 처방된 남용, 잘못 처방된 오용 역시 매우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Superman도 패션 감각이 괴랄할 뿐 기본 외형은 man과 동일하게 팔도 두개, 다리도 두개, 머리도 하나였던 것처럼, super-bacteria도 기본적으로는 bacteria와 같다. 제 아무리 super-bacteria라고 할지라도 원핵세포이며 정상적인 인체의 면역체계에 의해 적절히 진압될 수 있다. 다만 인체 면역체계가 잠시 약화됐을 때, 때마침 항생제가 정상세균총 위로 투하되어 사라졌을 때 기회를 틈 타 미쳐 날뛰는 상황이 발생한다. 고분고분 살고 있던 super-bacteria를 건드리면 주옥된다. ** 누구든 이 돌+아이 세균을 건드리면 *되는거에요. 아주 *되는거야(..) 만약 피치 못하게 건드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죽여 없앤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MRSA를 언급하면서 마치 super-bacteria가 그람양성균만 존재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겠다. Super-bacteria는 다제내성세균을 의미한다고 미리 언급했듯이, 어떤 세균이던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경우 모두 super-bacteria다. 주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는 살모넬라균도 다제내성을 갖는 균이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여기에 가장 먼저 언급 된 Acinetobacter baumannii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위에서 한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MRSA로 확정되면 치료제는 Vancomycin으로 결정된다.

Vancomycin은 beta-lactam계 항생제는 아니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peptidoglycan의 중합성을 억제한다. Vancomycin은 Amycolatopsis라는 다른 bacteria가 생산하는 항생물질이며 MRSA의 거의 유일한 치료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Vancomycin의 내성을 갖는 장내세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us, VRE)이 이미 위협적인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입원환자가 VRE 보유 환자로 확정되면 철저히 격리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이미 VRE가 보고되었고, 1990년대 중반에는 그토록 경계하던 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VRSA)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다행이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VRE 보유 환자가 MRSA에게 내성 유전자를 전파하여 VRSA가 창궐하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vancomycin의 처방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VRE 보유 환자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문제가 된, 사자의 기운이 충만한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Carbapenem-내성 균주가 발견된 것이다. 카바페넴은 베타락탐계 항생제 중 한 계열이며 VRSA 까지 죽일 수 있는 항생제다. 따라서 카바페넴 내성균주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 유전자가 VRSA에게 전달된다면, 인류가 보유한 마지막 카드를 잃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뜻한다. 다행히도 현재 발견된 균주는 카바페넴내성장내구균(Carbapenem-resistant Enterococcus, CRE)이다. VRE처럼 철저히 관리해서 CRE의 내성 유전자가 재기발랄한 다른 세균찡들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패한다면? 그 파국은 생각하기도 두려울 정도다.

가끔 혼동하는 개념으로 독한(?) 항생제를 언급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항생제에 대한 개념이 잘 못 되어 있어 발생하는 흔한 오해다. 필자 역시 이해를 돕기 위해 끝판왕(?)이라는 표현으로 항생제를 표현하였지만 이 역시 잘 못 된 개념이다. 항생제는 자물쇠와 열쇠 관계처럼 생각해야 한다. 특정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는 것처럼, 특정 세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한가지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다양한 세균을 묻지마 죽여버리는 항생제를 쓰는 경우도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아직까지도 매독균을 치료할 때는 최초의 항생제 penicillin G가 특효약이다. MRSA를 죽이는 독한(?) 항생제인 Vancomycin은 그람음성세균에게 거의 항균작용을 나타내지 못 한다. 그 특유의 크고 아름다운 분자 구조가 그람음성세균의 두터운 lipopolysaccharide (LPS)층을 뚫고 들어가지 못 한다. 그람음성세균의 입장에서는 vancomycin은 쪼다일 뿐이지만 aminopenicillin 은 무시무시한 독약이다. (대표적으로 ampicillin, amoxacillin) MRSA에게 aminopenicillin을 썼다가는… ‘MRSA를 죽이겠습니다. 죽이겠습니다. 앙 되자나? 어? 죽, 죽이는게 앙대, 죽일 수가 없어. 앙대~’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사실 super-bacteria의 끝판왕은 이미 존재하고 계시다.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라는 녀석인데, 워낙 병원성도 약하고 땅과 물속에 흔하게 널려있는 병원체며 인체 면역체계에 의해 쉽게 청소되는지라 애초에 듣보잡 취급 받았던 녀석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병원체로 이 균주가 동정되었다는 것은 인체의 면역체계의 역할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약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로지 항생제를 믿고 무찔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카바페넴을 포함한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계, 퀴놀론계 항생제 모두에 내성을 나타내는 MRAB (Multidrug 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면역체계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MRAB가 몸 속에서 창궐하고 있는 상황이면,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편이 유일한 치료약일 수도 있다. 강한놈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놈이 강한 것이다는 명대사가 떠오른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상술했다시피 super-bacteria인 MRAB 역시 일반 세균인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체 면역계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무찌를 수 있는 약한 병원체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면역체계의 건재가 중요하다.

 

3/3 우리의 할일

Super-bacteria의 창궐로 인류의 마지막 카드를 잃게 되면 인류의 운명은 세균찡들에게 먹히게 되 버릴 것이다. 우리에게 진정 희망은 없는 것일까? 재밌게도 들여다 볼수록 세균찡들도 인간과 다를게 없는 녀석들이다. 고등동물 인류가 세균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면 참 우울하긴 하지만(…) 인간도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 다르듯이, 돈을 빌려갈 때 마음 다르고 갚을 때 마음 다르듯이, 세균찡도 plasmid와 함께 오랜기간 살고 있는데, 이 놈이 마땅히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고마웠던 그 시절을 생각 못 하고 plasmid를 버리게 된다. 내 집, 내 돈, 내 시간을 써서 저 놈을 키워준다고 생각하니 괘씸한 것이다. 어떤 경우에 plasmid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렇다, 내성유전자가 필요 없는 상황, 항생제가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장기간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악독한 내성균도 plasmid를 퇴출시키고 독이 빠져서 순한 세균으로 교화된다.

그래서 의약분업을 거쳐 가장 먼저 바로 잡은 것이 항생제의 오남용 근절을 위해 항생제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여 처방제로 바꾼 것이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xxx 항생제 주세요~’ 하면 ‘뭐지 이 병ㅅ은?’ 하는 눈초리를 받게 된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던 항생제를 일단 투여하기 시작했으면, 반드시 마지막 한 알까지 먹어야 한다. 항생제의 자의적 중단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당신의 정상세균들에게 화학테러를 대비하기 위한 을지훈련을 시키는 꼴이다. 기억하자.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를 줄이고, 일단 투여를 시작했다면 중단없이 마지막까지 먹는다.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아름다운 인간-세균 공통 문화(..) 덕분에 우리는 마냥 잿빛 미래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을 갈음하기 위해 본 글 도입부에서 언급한 최초의 기사 삽화로 돌아가고자 한다. 첫 번째로 언급한 기사에 삽입된 삽화는 슈퍼박테리아 혹은 그냥 세균도 아닌 ‘바이러스’다. 왜 헛웃음이 나오는지 이제 아셨을 거라 생각한다. 헛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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