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티스푼이 모기 가려움증을 없애준다고?

얼마 전 JTBC에서 방영중인 비정상 회담에서 의료 전문가 두 명이 출연하여 여름철 모기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관련 동영상과 화면 캡춰가 여러가지로 재생산되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문제가 좀 많아 보입니다.

팩트를 하나 하나 체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을 보시지 않은 분들은 일단 아래 영상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모기는 O형을 가장 좋아한다? – 그렇지 않다.

모기의 혈액형 선호도에 관한 연구는 사실 꽤 많이 진행 되어 왔습니다. 이 방송에서 예를 든 요시카즈 그룹의 2004년도 연구는 아마도 아래 논문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Landing preference of Aedes albopictus (Diptera: Culicidae) on human skin among ABO blood groups, secretors or nonsecretors, and ABH antigens. 

혈액형별 성격 분석의 원조(?) 국가답게 일본에서 발표한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모기가 어떤 혈액형을 좋아하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준 것 같이 ABO 각각의 혈액을 놓고 어느 모기가 어느 피를 더 많이 먹는가를 본 것이 아니라, 각각의 혈액형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누구에게 더 많은 모기가 앉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실험은 확실히 O형의 지원자에게 모기가 조금 더 많이 앉는 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연구는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14년도에 나온 한 논문에서, 연구진은 말라리아 모기가 창궐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혈액형을 분석한 결과 O형이 가장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흥미를 느낀 연구진은 모기의 혈액형별 선호도를 실험으로 확인한 결과 O형이 가장 모기가 “”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O형의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말라리아 모기에게 가장 덜 물리기 때문에 죽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고, 그 결과 더 많은 자손을 퍼뜨릴 수 있게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이렇듯 혈액형과 모기의 선호도는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있다는 논문들은 나오고 있습니다만, 특별히 어느 혈액형이 모기에 더 많이 물린다 라고 단정 지어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모기의 종류, 주변 환경, 인종적 차이, 땀 냄새, 체온, 혈액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맞을것 같습니다. 따라서 특정 혈액형이 더 모기에게 많이 물린다라고 단정지어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2. 모기가 내뿜는 포름산 때문에 가려움이 느껴진다? – 그렇지 않다

포름산의 순 우리말 이름을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말은 못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포름산은 개미산이라고도 불리우는 화학 물질로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산성 물질들 중 가장 단순한 구조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산 입니다. 이름에서 말해 주듯이 모기가 아닌 개미들이 이 산을 분비합니다. (그것도 모든 개미가 분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성이다보니 민감한 피부에 닿으면 다소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포름산의 구조. 모기가 내뿜지 않습니다.

모기가 가려움을 일으키는 원인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면역 반응입니다. 모기는 빨대를 피부에 꽂아 넣으면서 여러가지 물질을 내뱉습니다. 그 중 하나는 피를 섭취하는 동안 피가 굳지 않도록 해 주는 항응고 물질, 그리고 또 다른 것은 모기 특유의 단백질입니다. (혹은 말라리아 모기 같이 박테리아가 주입되기도 합니다.) 이 외부 물질들은 바로 우리 몸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의 제거를 위해 위해 백혈구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때 더 많은 백혈구를 물린 부위로 유도하기 위해서 조직이 생성해 내는 물질이 바로 히스타민인데, 이 히스타민이 바로 가려움증의 원인입니다.

히스타민의 구조. 히스타민은 우리 몸이 생성하는 물질입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모기 물린 자리를 가렵게 만드는 것은 모기가 내뿜는 물질이 아닌 우리 몸에서 생성해 낸 물질입니다. 관련 논문

 

따라서 모기 가려움증을 해소하려면 항히스타민제를 섭취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고 오히려 환부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가려움증 해소에 조금 더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모기가 내뿜는 포름산 때문에 가렵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입니다.

 

3. 뜨거운 티스푼을 얹으면 가려움증이 해소된다? – 그럴지도 모르지만 설명한 원리는 틀렸다.

압력, 통증, 차가움, 뜨거움 등을 느끼는 수 많은 피부의 감각들 중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은 진화적으로 인간이 가장 예민하게 발달시켜 온 감각입니다. 체온 유지를 위해 따뜻한 곳을 찾아 다니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뜨거운 온도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려운 부위에 뜨거운 스푼을 올려 놓으면 그 주변의 감각 센서들의 역치를 올려줄 수는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극에 둔감해 지는 것이지요. 마치 온천에 처음 들어갈 때에는 물이 무척 뜨겁게 느껴지지만, 일단 들어가서 조금 앉아 있다 보면 뜨거운 고통은 사라지고 온도가 주는 편안함만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가려움을 느끼는 감각들도 조금 더 둔감해질 수 있는 효과를 줄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원인이 제거되고 시간이 지나면 역치는 다시 내려옵니다.

백번 양보해서 포름산을 내뿜는 모기가 있다 하더라도 포름산은 45-50도 정도의 온도에서 분해되지도 않습니다. 출연자는 이 현상을 “변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데 일반적으로 생물학에서 변성(denaturation)이란 3차원이나 그 이상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 단백질이 온도나 극단적인 pH등으로 인하여 그 생물학적 활성을 잃어버리는 구조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름산과 같이 단순한 구조의 화학 물질은 저런 온도로 분자 구조가 바뀌기 쉽지 않습니다.

단백질 변성의 이해 

 

일반적으로 스스로 혹은 타인에 의해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가 말하는 내용에 대한 사실 검증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전달이 됩니다. 따라서 장삼이사가 길거리에서 외치는 소리에 비해 훨씬 더 큰 무게감과 책임감을 지닌 발언을 해야 합니다.

의학 전문 기자이자 예방의학 의사라는 사람들이 –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 TV에 나와서 기초적인 사실 관계는 커녕 도시 전설쯤이나 될 만한 내용을, 심지어는 그것이 사이언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며 우리 나라의 올바른 과학 교육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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