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빙자한 마케팅

요즘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는 셔츠 입니다. 셔츠에 쓰여진 문장을 읽으실 수 있나요?

Intelligence is the ability to adapt to changes. – Stephen Hawking


지능이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 스티븐 호킹

 

읽기 쉽지는 않아도 결국은 읽어 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실제로 스티븐 호킹이 옥스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저 문장이 왜 저 티셔츠에 써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입고 다니면 관심을 끌 만은 할 것 같습니다.

다음 문장도 한번 보실까요?

Aoccdrnig to a rscheearch at Cmabrigde Uinervtisy, it deosn’t mttaer in waht oredr the ltteers in a wrod are, the olny iprmoetnt tihng is taht the frist and lsat ltteer be at the rghit pclae. The rset can be a toatl mses and you can sitll raed it wouthit porbelm. Tihs is bcuseae the huamn mnid deos not raed ervey lteter by istlef, but the wrod as a wlohe.


According to a research at Cambridge University, it doesn’t matter in what order the letters in a word are, the only important thing is that the first and last letter be at the right place. The rest can be a total mess and you can still read it without problem. This is because the human mind does not read every letter by itself, but the word as a whole.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한 단어 안의 글자들이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맨 처음 글자와 마지막 글자이고 나머지는 안에서 아무렇게나 배열 되어도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이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는게 아니라 단어를 통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로제타 스톤 같군요…)

 

제대로 된 철자가 별로 없는 위의 문장들에서도 그 내용을 이해 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런 문제는 오래 전 프로그래머들에게 골치거리기도 했습니다. 실행하면 문법 에러 (syntax error)가 나는데 어디에서 오타가 난 것인지 눈으로는 쉽게 찾을 수가 없으니..

Hello World 너마저…..

철자가 아닌 소리에 의존했다는 점에 있어서 약간 원리가 다르기는 하지만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후기도 돌아다닙니다.

 

인터넷에 많이 인용 되면서 인간 뇌의 유연성과 정보 부족을 메꿔 나가는 능력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이러한 문장은 그 자체로 신기합니다. 두번째로 보여드린 문장은 워낙 유명해서 심지어는 캠브리지 대학 효과 (Cambridge University Effect)라는 이름까지 부여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로 뇌의 유연성에 의한 것일까에 대해 질문을 던진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의 두 연구자는 저 위에 있는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 결과라는 것에 대해서 깊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캠브리지 대학 vs 히브루 대학 : 영어와 히브루어의 글자순서 바꿈이 읽기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어떤 캠브리지 대학이 진행한 어떤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왜 캠브리지 대학 효과라는 이름까지 붙어서 인터넷에서 나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결론입니다. 저 문장 자체가 인터넷에서 조작된 도시 전설 (urban legend)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두번째로, 이들은 영어와 히브루어를 모두 구사할 줄 아는 (집에서 두가지 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문장을 보여주면서 비교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글자 내부의 순서가 바뀌었을때 히브리어에서의 가독성이 영어에 비하여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이것이 뇌가 가지고 있는 어떤 특별한 능력이라기 보다는 영어 알파벳이라는 글자 자체의 특수성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자들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 설계를 진행하여 과학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과학이 반드시 연구소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캠브리지 대학 효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누군가가 만들어 냈을 이 문장에 하필 캠브리지가 들어간 것은 그 학교의 권위에 힘입어 그가 만들어 낸 이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주기 위한 장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 티셔츠에 당대의 석학이라고 할 만한 스티븐 호킹의 문장이 쓰여져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은 반드시 노벨상만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구심은 호기심 만큼이나 중요한 과학의 원동력입니다. 잘못된 믿음이나 미신을 타파하고 인터넷에 널려있는 수 많은 정보들 중 무엇이 잘못된 정보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야 말로 과학이 있는 삶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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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ience Life의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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