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로봇 전투, 그 결과는?

모두의 관심이 알파고 제로의 경이로운 발전에 쏠려 있는 사이,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조종사가 탑승하는 거대 외골격 로봇들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소형 무선 조정 로봇들끼리의 전투는 이미 나름 성숙한 리그가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탑승할 수 있는 외골격(exoskeleton) 구조를 가진 로봇끼리 전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형 전투 로봇 리그인 BattleBots의 한 장면

인간의 약한 근력을 보완하기 위한 도구로 외골격 로봇이 제안된 역사는 사실 매우 오래 되었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외골격 로봇에 대한 개념을 가장 처음 접했던 것은 80년대 안방 극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래 소년 코난 (명탐정이 아닙니다) 이라는 만화에서였습니다. 이야기의 중요한 한 축을 끌고 가는 인물 “다이스 선장”이 항상 타고 다니는 저 로봇은 세 개의 조이스틱을 이용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할 수 있던 외골격 로봇의 시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래 소년 코난(未来少年コナン(みらいしょうねんコナン)의 등장 인물들. 일본 만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처음으로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서 그의 초기 화풍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NHK 1978년작

외골격 로봇을 영화에 가장 자주 활용한 사람은 제임스 캐머론 감독인데, 그를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려 놓은 영화인 에일리언 2 (영화의 원 제목은 Aliens 입니다. 에일리언 2는 국내 상영하면서 붙인 제목입니다.)에서부터 시작하여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외골격 로봇은 인간이 하기 힘든 노동을 대신 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전투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용도로 사용되는 모습을 많은 영화속에서 보여 왔습니다.

영화 Aliens (20th century fox, 1986)에 등장하는 Caterpillar P-5000 Powered Work Loader

 

영화 아바타(20th century fox, 2009)의 AMP (Amplified Mobility Platform)

영화 Matrix Revolutions (Warner Bros. 2003)의 APU (Armored Personal Unit)

외골격 로봇의 개념을 가장 본격적으로 도입한 두 나라 답게 이번 전투도 미국대 일본이라는 국가전 양상을 띠며 흥행 몰이를 시작하였습니다. 2015년 여름, 미국의 Megabots Inc. 라는 한 회사는 일본의 대형 로봇 제작사인 쉬도바시 중공업(水道橋重工)이라는 회사에게 로봇 배틀을 도전하였습니다. 쉬도바시 사가 이 도전을 수락하면서 대형 로봇 전투를 위한 준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MkI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MegaBots 엔지니어들.

Kuratas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쉬도바시사의 엔지니어들.

그리고 그 전투가 마침내 2017년 10월 18일 미국에서 벌어졌습니다. 전투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종 격투기 단체인 UFC의 메인 캐스터로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는 Mike Goldberg를 진행자로 영입하는 등 나름 흥행을 위해서도 노력을 한 모습이 보입니다.

로봇들의 움직임은 다소 둔탁하고 어색하여 우리가 영화에서 보고 상상했던 것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진공청소기 vs 전자레인지 같은 느낌의 전투입니다. 하지만, 그 첫 시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현존하는 최고 사양으로 불리는 외골격 로봇은 우리 나라 기술진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국 미래 기술사에서 제작한 이 로봇은 높이 4m에 무게 1.6톤으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한궤도나 바퀴에 의존하고 있는 저 위 두 로봇에 비하여 이 로봇은 완벽한 이족 보행이 가능합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Jeff Bezos가 이 로봇을 직접 탑승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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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ience Life의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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