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보다 가기 힘든 그 곳, 심해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마리아나 해구 유인 탐사 내용을 다룬 영화, 딥 시 챌린지)

우리는 지금 우주의 블랙홀을 관찰하는 놀라운 과학발전을 보고 있습니다. 우주보다 더 어둡고, 미지의 세계는 바다 속에 있습니다. 지구 바깥궤도에 발을 내 디뎌본 우주인이 무려 536명이라면(우주인의 정의에 따라 다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도달해 본 사람은 현재까지 단 세 명입니다. 그 중 유명한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도 한 명이며, 그는 최초로 심해 단독탐사를 성공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저에 대한 열망과 누구도 가본적이 없는, 어쩌면 누구도 본 적 없는 세상을 가보고 싶어 타이타닉 영화를 계획했다는 사실을 멋지게 TED 강연에서 밝힌바 있습니다.

198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주재(National Geographic Society Explorer–in-Residence)소속 해양학자 Dr. Robert Ballard 와 우즈홀 연구소의 공동원정은 수심 3840m에서 타이타닉호를 발견합니다. 사고 이 후 73년 만이었습니다. 세상의 손길조차 불허하는 심해는 얼마나 깊고,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아직도 우리는 이 깊은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사진출처: NOAA/Institute for Exploration/University of Rhode Island (NOAA/IFE/URI))

 

심연에 대한 공포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본다면,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 볼 것이다. (Wer mit Ungeheuern kämpft, mag zusehn, daß er nicht dabei zum Ungeheuer wird.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니체의 명언 중에도 심연(Abyss)’ 이 등장합니다(철학적 해석은 생략합니다). 고통과 원망으로 가득 채워진, 영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 제목도 ‚심연으로부터‘ 입니다. 깊은 바다에 살던 괴물 오징어가 항해하는 선원을 덮치고 배를 가라앉히게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부터 심해는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서 공포감을 안깁니다. 심해는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구 심부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Deepsea, abyss, underwater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의할 수 있는 가장 깊고 깊은 극한의 공간을 초심해대(Hadal zone)로 수심이 6000m가 넘는 곳을 지칭합니다. 지옥과 같은 어둠에 싸여서 일까요? 어원은 지옥의 신 ‘Hades’ 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집니다. 전체 바다의 1% 미만을 차지하는 공간으로, 상상하기도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빙점을 웃도는 수온과 단절된 빛, 총알이 발사되는 힘과 같은 압력이 사방을 짓누르는 정말 지옥 같은 곳입니다. 태평양경계에는 이러한 환경을 가진 대 해구(>6500m)가 7개나 발견되었으며, 그 중 5개의 해구는 10km가 넘는 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일본-쿠릴-캄차카, 케마덱, 통가, 마리아나, 필리핀 해구(UN, 2016)). 인류가 가장 깊이 다다른 수심은 10994m, Challenger deep 로 이루어낸 기록으로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이르는 고도(약 9000m)보다 더 높은 세상이 반대로 있는 셈 입니다.

1801년, 프랑스 자연과학자 Pierre Dénys de Montfort 그림. 앙골라 해안에서 프랑스선원들이 공격받았던 상황을 전해 듣고 묘사함. 연체동물학을 주로 연구하여 8미터가 넘는 대형문어의 촉수를 향유고래 입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의 바다는….

지구는 하나의 바다를 가지고 있으며 (the global ocean), 5대양이 있습니다. 바다의 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연구하는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만, 빛의 유무, 산소의 존재, 유기물질의 농도나 물리적인 조건에 따라 구역(zone)을 나누기도 합니다. 빛이 바다를 투과하는 깊이는 약 200m내외이며, 광합성이 이루질 충분한 햇빛과 영양분이 가득한 영역으로 유광층 또는 sunlight zone이라고 합니다(빛이 바다를 투과할 수 있는 최대범위를 1000m까지라고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에너지생산의 근원이 되는 공간은 150~200m로 봅니다). 이는 전체 바다 면적의 10%를 차지하는 극히 적은 일부분이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분류되어 있는) 대부분의 생물체들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Photo by Shaun Lowon Unsplash)
우리에게 익숙한 다채롭고 화려한 바다 풍경은 전체 바다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바다는 사실 어둠이 드리워진 암흑의 세계에 가깝습니다.
평범한(?) 바다모습

(사진출처: NOAA)

 

심해, 세상에 없는 평화로움

나머지 90% 바다는 빛이 없는 공간입니다. 빛이 닿지 않는 바다는 이제껏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광층은 Midnight zone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수심 1000 ~4000m 범위를 이르며 평균온도 2~4 C˚를 가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심해’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해저가 이 곳에 속하며, 독특한 생김새의 심해어종이 서식합니다. 가장 깊이 잠수할 수 있다는 포유류 ‘향유고래(sperm whale)’ 가 거대한 대왕오징어와 종종 싸우기도 하고, 밤이 되면 수직이동을 통해 심해와 표층을 넘나드는 생물도 있습니다. 좀 더 깊이, 4000~ 6000m 수심을 가진 공간을 Abyssal zone 이라고 부르며 해저에 가라앉은 무산소 수괴가 평평한 해양분지 또는 해저사면 위를 뒤덮고 있기도 합니다(OMZs, Oxygen minimum zones). 독특한 이 구역은 지구에서 가장 큰 하나의 환경(the largest environment on Earth)이기도 합니다.

빛과 유기물이 풍부한 유광층을 살기 좋은 인기서식처라고 한다면(생태학에서도 hotspot 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드넓은 심해에서는 생명체를 만난다는 건 희박합니다. 그만큼 먹이를 먹는 것도 번식상대를 마주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기에, 많은 심해생물들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움직임을 줄입니다. 생명체수가 적다는 것은 포식자의 위험도 줄어드는 안전함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심해생물들은 위에서 먹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일생을 보냅니다. 간혹 떨어지는 대형고래사체가 이들에게는 로또당첨과 같은 대단한 일이기도 합니다. 입자성 유기물질(POM, particulate organic matter)이 눈처럼 흩날리는 평범한 심해저의 일상. 여기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해중설(marine snow)이 유유히 떠다니는 평화로운 곳으로 간간히 먹이를 유인할 심해생물의 빛이 보일 것 입니다.

눈 내리는 아름다운 바다

산호로 덮인 좌초된 선박 위로 내리는 해중설(2012년 멕시코 만에서 촬영됨4) The NOAA ship Okeanos Explore 4

 

심해가 가지는 의미

생물, 물리, 지질, 화학을 어우르는 모든 과학분야와 최첨단 기술 진보로 20세기 해양학은 엄청난도약을 이룹니다. 1977년, 유인잠수정 ‚앨빈호‘에 의하여, ‘심해열수분출공‘을 만나는 최고의 발견을 해냅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던 최악의 극심한 환경에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광경은 충격이었습니다. 태초의 지구가 뜨겁고 산소조차 없는 온화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추측한다면, 깊고 깊은 심해에서 우리는 원시지구의 모습을 만났습니다. 심해저연구는 생명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과학의 근원적 물음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끝없는 열망은, 자연 앞에 무한히 작은 우리의 존재와 인간의 한계도 바라볼 수 있기도 합니다.

 

Images courtesy of the Wildlife Conservation Society © WCS

1930년 처음으로 심해탐사를 시도한 William beebe 박사와 기술자 Otis barton가 개발한 잠수구. 화가 Else bostelmann가 통신을 통해 심해생물을 묘사한 그림 (영상과 글 링크 참조)

 

마지막으로 작은 숟가락을 하나 얹자면, 저 역시 바다를 공부하게 계기가 고등학교 과학책의 흐릿한 심해저의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잠수정의 불이 꺼진다면 가득 찬 어둠 속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깊은 밤, 모두가 잠들었을 때에도 심해는 밤이라는 것을 알까요?

 

다음 편 예고)

참고문헌

Baldrighi, E., Giovannelli, D., d’Errico, G., Lavaleye, M., Manini, E., & Manini, E. (2016). Deep-sea ecosystem: a world of positive biodiversity–ecosystem functioning relationships? 2. Biogeosciences Discuss., doi, 10.

BBC (2012 FEB 23) OCEAN TRENCH: TAKE A DIVE 11,000M, Science & Environment. URL: : https://www.bbc.co.uk/news/science-environment-17013285

Harris, P.T., Macmillan-Lawler, M., Rupp, J., and Baker, E.K. (2014). Geomorphology of the oceans. Marine Geology 352: 4–24. Doi:10.1016/j.margeo.2014.01.011.

Inniss, L., Simcock, A., Ajawin, A. Y., Alcala, A. C., Bernal, P., Calumpong, H. P., … & Kohata, K. (2016). The first global integrated marine assessment. United Nations. Accessed at on 5th February.

UN report online version URL https://oceanexplorer.noaa.gov/forfun/wallpaper/welcome.html

Jon Forrest Dohlin (2014 Aug 15), Commemorating a milestone in ocean exploration.Nationalgeogrpahic.

University of Oxford (2017 Aug 21), Shocking gaps in basic knowledge of deep sea life. URL: https://phys.org/news/2017-08-gaps-basic-knowledge-deep-sea.html

과학다큐 비욘드(2019.7.11), 또 하나의 우주, 심해탐사[다큐멘터리], EBS http://home.ebs.co.kr/beyond_ebs/main#none

살아있는 지구(2006 Dec 10), 깊고 깊은 바다 Planet earth 11, ocean deep[다큐멘터리], BBC

KBS 10대 기획 사이언스21(2003. 4. 29), 심해생명체의 비밀[다큐멘터리],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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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기후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마냥 바다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네요. 투명하고 반짝이는 생명체와 함께 해양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앵무조개와 고래상어를 좋아하고, 심해 잠수정을 타고 놀라운 생물들을 만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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