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년 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1)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일반적으로 생명의 기원에 관한 연구들은 유기물 합성을 기반으로 하는 생화학적 진화 모델로 설명됩니다. 지구의 생명체 역시 원시대기에 둘러 쌓인 원시바다에 유기물이 밀려들어 진화 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 들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유기물 그리고 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을 포함하고 있는 우리 지구의 역사가 특별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광활한 우주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우리 태양계 안의 물이든, 외계 태양계의 물이든 모두가 똑같은 기원으로 부터 오기 때문입니다. 즉, 쉽게 믿기진 않지만 우리가 마시는 물 한 컵은 외계 태양계 혜성의 일부였을 수도 있고, 외계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던 유기물 원소의 일부분 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더 정확한 생명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더 나아가서 지구 그리고 태양계의 출발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결국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도 예측가능합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것을 예측한 사람이 있다?

위대한 과학자 뉴턴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 사고관의 붕괴였습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뉴턴의 설명으로 인해 기존의 아리스토텔레스 사고관은 빠르게 붕괴되어 갔으며, 물리학은 찬란하게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뉴턴은 물리학자이기 이전에 신학자이자 성직자였습니다. 이 때문에 끝내 종교적 믿음을 저버리지 못한 채 태양계가 성운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성운설을 무신론적 이론으로 여겼습니다. 뉴턴에게는 신의 중재 없이 오래된 체계로부터 새로운 체계가 생겨난다는 것이 터무니 없어 보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뉴턴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태양계의 탄생과 행성 운동 기원을 “신의 일격”으로 주장하는 (적어도 물리학적으로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뉴턴 사후에 뉴턴의 이론을 중심으로 태양계 탄생에 관한 이론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뉴턴역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태양계의 탄생과 행성 운동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였습니다. 칸트의 성운설은 동일한 평면상에서의 행성운동 그리고 행성의 공전방향 및 태양의 자전방향 일치 등을 설명할 수 있기에, 최초의 과학적인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칸트를 철학자로만 알고 있지만,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분명 천문학을 다룬 내용이었기에 그는 철학자이기 이전에 천문학자 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현대 천문학계는 성운설에 약간의 수정을 담은 미행성 응집설(성운이 회전수축하여 태양과 원반을 형성, 즉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천체 들이 하나의 물질에서 파생되어 공간을 채움)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46억전년 우리에게 무슨일이 생겼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46 억년전, 우리 은하의 중심으로 부터 3만광년 정도 거리에 있는 나선팔 부근으로 가봅시다 (그림2에서 빨간별 부근). 때마침 초신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 폭발로 인해 별은 자신의 일생을 마치고, 다시 무(無)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폭발적으로 내뿜는 방사선은 광속의 10%정도 까지 가속되기에 주변 성간물질의 밀도 불안정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 충격파는 근처 새로운 별, 즉 우리 태양의 탄생을 위한 방아쇠였습니다.

 

 

 

① 충격파가 휩쓸고 간 자리에 엄청난 가스, 먼지 그리고 얼음 등의 잔해들이 남아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간의 중력으로 인해 뭉치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전하기 시작한다. 중심부는 볼록렌즈 모양의 형태로 변형되고 있습니다. 바로 원시 태양계 성운입니다. 드디어 우리 태양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② 대략 5만년 정도가 흐른 후, 이미 형성된 성운의 중심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돌며 주변 물질들을 흡수해 갑니다. 따라서 성운 물질들의 대부분은 원반 중심쪽으로 강착 되어가면서 빨려들어 갑니다. 먼지나 금속 성분의 물질들은 성운 전체 범위에 걸쳐 응축 되기 시작하고 물, 메탄, 그리고 암모니아 등은 낮은 온도에서 응축이 되기에 성운 바깥쪽에서만 응축이 됩니다.

③ 150만년 정도 지난 후, 계속된 강착 현상 덕분에 원반의 반지름이 점점 작아집니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회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중심부에 뭉쳐진 물질들이 서로 달라 붙으려는 강한 압력에 의해 중심부분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게 되고, 마침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핵융합을 시작하게 됩니다. 드디어 우리 태양이 태어난 것입니다.

④ 4백만년 정도 흐른 후, 태양을 돌고 있는 주변부의 고체 입자들은 서로 충돌하고 응집되면서 미행성을 만들어 냅니다. 이들은 태양을 자전하면서 주변의 가스, 먼지 그리고 암석 덩어리등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마침내 우리 태양계에도 행성들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⑤ 5백만년 정도 지난 후,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 가득한 태양풍이 태양계의 모든 물질들을 덮치게 됩니다. 덕분에 태양에서 가까운 행성들은 가벼운 수소와 헬륨 등의 기체를 거의 잃어버리고, 무거운 금속이나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행성이 됩니다. 태양풍에 의해서 멀리 날아간 수소와 헬륨 등의 가스들은 목성과 토성 등에 흡수 되고 있습니다. 큰 미행성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더 작은 먼지들을 만들어 내고, 결국 이들이 모여서 먼지원반 (debris disks)을 이룹니다.

 

우리는 그림3에서 뉴턴과 칸트의 이론 및 현대 천문학의 계산을 바탕으로 그려진 왼쪽 상상도 (출처: Plymouth University)와 오른쪽 실제 관측 (출처: ESA/Hubble/ ALMA/ESO/Jason Wang/ Christian Marois)이 놀랍도록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아릅답습니다. 이처럼 뉴턴과 칸트는 직접적인 관측과 맞아 떨어지는 아름답고 완벽한 추측을 했고, 최첨단 과학기술로 이를 증명하기까지 200 여년간 천문학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칼럼 설명

46억 년 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1)
46억년전 태양계의 출발을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설명하며, 실제 관측과 비교합니다.

46억 년 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2)  
이와 비슷하게 앞으로의 미래에 관해서 예측합니다. 태양계의 종말을 예측하며 우리가 왜 외계행성을 찾아야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설명합니다.  

46억 년 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3) – 천체 물리학의 최종 목표: 외계행성을 찾아라
필자가 속해있는 CARMENES팀의 연구를 중심으로 외계행성의 연구가 얼마나 진전이 되었는지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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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의 글은 필자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월간 잡지 과학과 기술에 기고한 글의 확장본 입니다.
지면 관계상 싣지 못했던 보다 자세한 설명들을 더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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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독일 Kiel/Heidelberg에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민재 입니다. 현재는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먼지원반(debris disks)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및 관련 과학을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칼 세이건의 정신을 마음에 새긴 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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