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왜 우한에서 발생했을까?

(편집자 주) 최근 한 온라인 독립 과학 저널의 두 기고가가 이번 판데믹의 진원지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일 가능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인 하버드 대학교 조지 처치 교수가 트윗으로 인용하며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이 글은, 2012년도에 발표되었으나 주목받지 못한 한 논문의 내용을 근거로, 이번 바이러스가 이미 2012년도에 중국 남부의 한 광산에서 시작 되었으며, 이 샘플을 보관해 오던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가 2019년에 실수로 (혹은 관리 미숙으로) 지역에 유출 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해당 글을 토대로 PKD님이 알기 쉽게 정리하였습니다. (커버사진 원본)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지 어느 덧 반년이 넘었다. 작년 말 중국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발생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일상 생활을 이렇게나 바꿔 놓는 사건이 될 줄 예상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인류가 제대로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변화를 만들어 낸 최대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 우한, 그리고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 (Wuhan Institute of Virology)

처음 이 바이러스가 시작된 곳은 이제는 모두가 다 알다시피 중국의 우한이다. 관우가 찬바람 맞으며 지키던 형주의 맥성,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연환계를 발휘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유서 깊은 도시가 이제는 전 지구적 헬게이트가 열린 곳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마침 이 도시는 중국 최대의 바이러스 연구 시설인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Wuhan Institute of Virology, 이하 WIV로 칭한다.)가 위치한 곳이다. 중국의 모든 과학 연구 및 정책을 총괄하는 중국 과학원 소속의 기관으로서 1958년에 세워졌으니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관이다. 최초 진원지로 알려졌던 우한 수산물 시장으로부터는 직선 거리로 약 8km 정도 떨어져 있다. 중국 바이러스 연구의 자존심이 있는 도시에서 이번 판데믹이 시작 되었으니 중국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다. 마치 소방서 옆집에서 불이 나 온 동네를 다 불태운 꼴이다.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 (Wuhan Institute of Virology)전경

우한 수산물 시장, 그리고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우한”이라는 공통분모가 눈에 들어 오는 순간 “혹시나?” 하는 그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 연구소에서 바이러스의 변종 실험을 하던 중 그것이 빠져나와 연구소에서 빠져 나온 것이 아닐까 라는 바로 그 의구심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인도의 연구자들이 SARS-CoV-2에서 HIV의 유전자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인공적으로 들어간 것 같아 보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가 다른 과학자들의 엄청난 집중 포화를 받고 결국은 과학적 근거 미비로 철회한 바가 있다.

데이타 해석 오류로 집중 포화 받은 후 철회된 바로 그 논문.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불쾌한 (혹은 찝찝한?) 유사성”

 

– 바이러스는 일단 누군가가 만든 것은 아닌 것으로 판명

누구에게라도 떠오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이런 소문을 잠재우기라도 하려는 듯, 판데믹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던 지난 2월, 27명의 나름 저명한 (자칭 네임드들) 세계 바이러스 학자들은 의학 저널 란셋에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이 바이러스는 자연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확실하며,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어떠한 흔적도 확인할 수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바이러스학 연구자인 앤더슨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유전자 분석 결과 이 바이러스는 동물 숙주를 통해 자연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이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발표한다. 현재까지 이 논문은 이번 SARS-CoV-2가 자연 발생적(써 놓고 나니 말이 좀 이상한데)으로 생겨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핵심 논문으로 통한다.

No, the coronavirus wasn’t made in a lab. A genetic analysis shows it’s from nature

클릭하면 해당 논문으로 이동

이 이후로 SARS-CoV-2의 기원에 관한 논란은 일단은 가라 앉은 모양새였다. 일단 이 바이러스가 자연물이라는 과학적인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다가, 혹시나 누군가를 블레임 했다가 발생할지 모르는 어마어마한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는 않았을것 같다.

 

– 바이러스가 자연물이라고만 했지, 판데믹이 자연적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의 유래 논란을 자세히 살펴 보면 두가지 이상의 문제가 섞여서 다소 얼렁뚱땅 넘어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서 이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는 부분은 확인이 되었지만, 자연물로 WIV에 보관되던 바이러스가  유출된게 아니라는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 다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고, 괜히 잘못 이야기 꺼냈다가는 후폭풍이 두려워 크게 나서서 이야기 하지는 못하는 상태? 그냥 바이러스 누가 일부러 만든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 하고 덮고 넘어가려는 듯한 느낌? 진짜로 바이러스가 WIV로부터 유출이 되었다는 것이 확인 될 경우, 그 전지구적인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 핵심 물증 : 한 석사 졸업 논문

그래서 바이러스의 정확한 진원지에 대한 논의가 적당히 덮여서 넘어가려는 찰나, 매의 눈을 가진 두명의 과학자가 7월 중순 새로운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SARS-CoV-2가 WIV에서 유출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주장이다. 유전학과 바이러스학을 전공한 박사들이고 이들의 주장 또한 상당한 팩트들이 근거하고 있어서 음모론 좋아하는 사이비들의 주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거워 보인다.

이 글을 쓴 두 저자의 약력. 각각 바이러스학과 분자생물학 박사들이고 내놓라 하는 기관들에서 포닥 시절을 보냈다. 학벌과 타이틀로 그들 주장의 신빙성을 옹호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환단고기급의 상상력에 기반한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적당한 믿음 정도는 줄 수 있다.

이들이 이러한 확신을 갖게 만든 것은 중국어로 쓰여진 한 석사 논문이다. 그렇다. 저널에 발표된 논문도 아니고, 박사 학위 논문도 아닌, 석사학위 논문이다.

농담삼아, 세상에서 가장 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학위 논문 사이에 지폐를 꽂아서 자기가 졸업한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읽어 볼 생각을 안 했을 한 중국 변두리에 있는 작은 대학의 석사 학위 논문이라는 잃어버린줄 알았던 퍼즐 한 조각을 이들이 찾아낸 것이다.

A Proposed Origin for SARS-CoV-2 and the COVID-19 Pandemic

석사 무시하면 안된다. 잘 키운 석사 열 박사 안부럽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거다. 클릭하면 원 글로 이동,

현재 필자가 작성하고 있는 이 글은 이들의 주장을 기초로 하여 쓰여진 글이다. 이 글에서는 과학적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따라올 수 있도록 복잡한 유전자나 분자생물학적인 내용은 배제하였다. 상세한 내용이 알고 싶고 영어의 압박이 없는 독자들은 위 이미지의 링크를 타고 원글을 가서 찬찬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 사건의 중심인물,  WIV의 Dr. ZhengLi Shi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의 Dr. Zhengli Shi, 이 글의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에는 WIV의 연구자이며 저명한 바이러스 학자인 Dr. Shi가 서 있다. 수 많은 바이러스 중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외길 인생 약 20여년 이상을 보낸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이다. 2003년도 사스가 유행할때 그 중간 매개체가 박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이기도 이번 판데믹이 퍼지기 시작할때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아무도 모르던 시절, 박쥐 유래의 바이러스일 것이다라는 논문을 최초로 발표하여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사람이기도 하다.

Dr. Shi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준 바로 그 논문. 아마도 박쥐 유래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범인일것 같다는 내용. 초고속 스피드로 네이쳐지에서 받아 줬다.
날짜를 주목하자. 발표가 2월 3일이니 억셉은 이미 1월 중, 늦어도 2019년 말 즈음에는 이미 대충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논문 준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별명은 뱃 우먼 (Bat Woman). 동굴속의 박쥐들을 찾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샘플링을 하는 그녀의 연구 방식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는 WIV의 감염병연구센터장으로 근무중이며 Bio Safety Level 4 (BSL4)의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BSL4는 최고 단계의 감염 차단 기준으로 가장 삼엄하고 엄격한 격리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주 탐사선이 외계 물질을 샘플링하여 지구로 가지고 돌아왔을때에 바로 직행하는 실험실이 갖춰야 하는 레벨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차단 및 격리 설비를 갖추고 있는 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지어지고 있는 것을 포함해서 전세계에 55개 밖에 없는 시설이고, 우리나라에는 청주 질병관리본부에 하나가 있다.

이런 우주복급의 안전 장치를 하고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BSL4  실험실이다. (사진 : 위키피디아)

– 2012년 6월 Mojiang 광산 감염 사고

2012년 4월,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경계를 맞대고 이는 중국 최남단 운남성 (Yunnan) Mojiang이라 불리는 지역의 한 구리 광산에서 6명의 광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운남성의 위치 (빨간색)

이 환자들은 중국 내 저명한 임상 의학 병원이자 사고 현장에서 비교적 가까운 (약 250km) 쿤민 의과 대학 병원으로 옮겨진다. 6명에게 동시에 발생한 집단 감염, 그리고 기존에 알려졌던 다른 질환들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증세들이 보고되자, 이미 2002년 사스로 크게 고생했던 중국 당국은 전국의 바이러스 전문가들을 모아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한다. 이 회의에는 전국 최고의 바이러스학 및 방역 전문가들이 소환된다. 이 환자들은 수개월간의 사투 끝에 결국 3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3명도 몇개월간의 중태에 빠진 후 간신히 회복한다.

당시 WIV에 근무중이었으며 이미 2003년의 사스 관련 연구로 중국 바이러스계에서 네임드였던 Dr. Shi는 자신의 팀을 꾸려 그 해 여름과 다음해 여름에 걸쳐 이 광산을 찾아 박쥐의 똥과 박쥐 항문 스왑등의 샘플을 채취한다. 그녀와 그녀의 팀이 광산에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환자들이 병원에서 사투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그녀는 환자들로부터도 혈액을 비롯한 일부 조직 생검 샘플들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녀가 이 광산의 샘플들을 분석한 논문은 이 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4년이 지난 2016년에야 발표 되는데, 이 논문에서 그녀는 유전자 분석 결과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들이 광산에 사는 박쥐들 군락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전한다.

클릭하면 논문으로 이동

하지만 당시 감염되었던 광부들의 증세나 치료 과정에 관한 내용은 이 논문에서는 다루어지지 않고 오로지 해당 광산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들의 종류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그녀는 Scientific America와의 2020년도 인터뷰에서 그녀는 광부들의 사인이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곰팡이 감염에 의한 것이라 이야기 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 상 그녀가 당시의 감염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광부들의 병상 일지나 이 사건 이후 소집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최고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회의의 내용 모두가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공식적으로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다가 환자의 사망 혹은 치유를 통해 자연 소멸된 단순 사건으로 남을뻔 하게 된다. 아마도 중국 당국의 걱정은 전혀 몰랐을 한 석사생이 자기 졸업 논문 주제로 이 사건을 고르기 전 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중국어로 꼼꼼하게  쓰여진 그 논문이 번역되어 서방 세계에 알려질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듯 하다.

 

– 이 사고를 상세 기록한 석사 논문

리 슈라는 학생은 2012년도에 쿤민 의과 대학교 석사 과정생이었는데, 이 연구자는 정체 모를 병에 걸려 당시 자신이 소속된 병원에 실려온 이 여섯명의 환자의 증세와 치료 과정을 자신의 석사 졸업 논문의 소재로 결정한다. 논문의 제목은 “미상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심각한 폐렴 증세를 보이는 6명의 환자들의 분석”. 그는 이 환자들 및 치료진들의 밀착 관찰을 통해 이 여섯명 환자들의 CT 사진을 비롯하여 이들에게 내려진 처방과 예후를 아주 꼼꼼하게 기록해 논문으로 만들어 두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환자들은 병원에 도착할 당시부터 가스나 독 등에 의한 중독이 아닌 전염성 질환에 의한 응급 조치를 받았으며 병원측에서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강한 전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고 지시 받았다고 한다. 병원이 애초부터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추측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환자들에게서는 마른 기침, 객담, 고열, 특히 사망 직전에 매우 높은 고열, 호흡 곤란, 근육통 등이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일부에서는 일부에서는 딸꾹질 및 심한 두통을 동반하기도 하였으며, 환자의 나이와 중증도가 밀접한 관계게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증상들은 2012년 당시에는 연결 지을 수 있는 알려진 질환이 없어서 미스테리로 여겨졌지만,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증세들이 우리가 아는 어떤 질병의 증세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 한명의 환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다른 알려진 바이러스에 교차 감염되어 있지 않은 것을 확인되었다. 이 증세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단일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는 암시한다.

이 여섯명의 치료에는 강제 호흡, 스테로이드, 항바이러스 제재등이 사용되었으며, 혹시나 모를 박테이라 교차 감염에 대비하여 항생제도 처방되었다. 여섯명의 환자들 중 사망한 2명과 살아남은 1명은 이 광산에서 일을 시작한지 14일만에 발병하였다. 많이 낯이 익은 숫자다.

이 논문은 감염원으로 해당 동굴에 살던 말발굽박쥐(horseshoe bat)를 추정하였으며, 이 박쥐로부터 유래한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원인일 것이라 추측으로 결론 내렸다. 즉, 코로나바이러스이기는 하나 2003년에 맹위를 떨쳤던 그때 그 사스는 아니다 라는 추정을 한 것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이 사건 이후 중국 내 몇몇 연구기관들의 주요 바이러스 및 방역 관련자들이 모여서 긴급 미팅을 진행하였는데, 이 미팅에는 중국 최고의 바이러스 권위자이자 2003년 사스 사태를 성공적으로 처리하여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난샨 종 박사도 참여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이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암시하는 자료다. 회의 이후 샘플들은 WIV와 난샨 종 박사의 연구소로 전달이 되었다.

중국의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는 바이러스학자 난샨 종. 2012년 Mojiang 광산 직후의 대책회의에 소집되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추정

이 다음 부터는 오로지 원 글 저자들의 추정이자 가설이다. Peer review된 내용도 아니고 확실한 증거도 없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팩트들만이 있을 뿐이고 이 점들을 연결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의 추정을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전적으로 독자 개인에게 맡긴다.

이들은 Dr. Shi가 2012년 그 동굴에서 발견한 박쥐 바이러스들 중 하나가 이 6명 광부들의 폐에 들어가서 SARS-CoV-2로 진화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당시 환자들에게서 채취된 샘플들은 WIV로 보내졌으며, 2019년 WIV에서 관리 미숙을 비롯한 알 수 없는 어떤 경로를 통해 연구소 밖으로 유출 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이를 Mojiang Miner Passage (MMP) 가설이라 이름 붙였다.

 

여기서 잠깐 – Passage란?

Passage란 바이러스 연구에서 사용되는 표준적인 한가지 방법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수 차례의 지속적인 배양을 통해 어떻게 유전적으로 변화해 나가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즉, 빠른 시간 안에 진화를 만들어내는 실험적 기법으로, 이것을 이용하면 특정 종에만 감염되는 어떤 바이러스를 다른 종에도 감염할 수 있도록 적응 시킬 수 있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간단하게 그린 Passage 방법. 쥐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새에게서 passage하여 여러 세대 후에 원 바이러스와 비교하여 차이를 확인한다. (원본)

예를 들어 돼지에게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새에게도 감염되도록 만들고자 한다면, 매우 많은 양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새 유래 세포에게 제공해 주는 것을 여러 차례 여러 세대에 걸쳐서 지속한다. 물론 돼지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에게 새의 세포는 그림의 떡이다. 세포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없으니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번식하지 못하고 죽는다. 하지만 극히 일부라도 살아 남은 놈들이 있다면 이것들을 대상으로 다시 배양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일부 바이러스가 우연찮게 돌연변이를 획득하여 새의 세포에 감염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바이러스가 진화하도록 인공적으로 강제하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급격한 진화는 자연계에서 저절로 일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 판데믹이 처음 발병했을때 처음에는 박쥐가 그 기원이라고 이야기 했다가 나중에는 중간 숙주로 천산갑, 뱀 등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또 SARS-CoV-2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라는 음모론이 나왔다가 또 다시 사라지고 하며 갈팡질팡했던 것이 이러한 이유이다. 박쥐에게서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바로 감염이 가능하도록 바로 진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 중간 고리를 채울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박쥐 유래 바이러스임을 확인하고도 과학자들이 굳이 중간 숙주를 찾고자 했던 이유이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한번 들어왔다고 사람간의 전이가 일어날 정도의 진화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 덕분에 천산갑, 뱀, 밍크 등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기사)

 

MMP 가설을 주장하는 이 저자들도 이러한 직접적인 변종 발생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박쥐의 바이러스가 중간 매개체 없이 인간에게 바로 직접 전염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는  중요한 배경이 있다. 바로 최초 감염자들의 직업이다 – 광부.

 

– 광부라는 직업의 특수성

광부는 인간의 다양한 직업들 중 3D 직종의 대명사처럼 불린다.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3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광부보다 더 먼지를 뒤집어 쓰는 직업 – 정치인

광부들은 외부와는 단절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수 많은 먼지와 분진, 그리고 갇힌 공기를 들이킨다. 진폐증을 비롯한 각종 폐 질환은 광부들의 고질적인 직업병이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광부들의 폐 세포는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손상되어 있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딱 한가지, 바로 세포 내의 복제 메카니즘을 훔쳐서 자신을 복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그리 순탄하지는 않다. 정상세포의 경우 바이러스가 열심히 수용체를 찾아서 마치 자물쇠 구멍에 열쇠 끼워 맞추듯 선택적으로 찾아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열쇠가 없으면 절대 못들어간다.

하지만 손상된 세포가 존재한다면? 어렵게 열쇠 구멍 돌려서 문 열 필요 없이 열린 문으로 그냥 걸어들어가면 된다. 이런 손상된 세포들은 박쥐의 바이러스가 이종 감염의 어려움을 뛰어 넘고 광부들의 폐 세포에 직접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을 것이라 이 글의 저자들은 추정한다.

아울러, 이 석사 논문에 포함된 Mojiang 사건 광부들의 상세한 CT 사진들을 통해 광부들의 감염은 모두 폐에서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상기도에만 감염되고 폐까지는 들어가지 못하나, 이번 SARS-CoV-2는 폐 깊은 곳의 세포에 주로 감염이 되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광부의 작업은 매우 심한 육체적 노동을 수반하며, 그 과정에서 깊은 숨을 들이마시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폐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알맞은 환경이 제공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갇힌 공간에서 박쥐의 분변으로부터 발생한 많은 양의 분진을 가슴 속 깊이 들이 마시는 것은, 마치 저 위에서 설명한 passage 방법에서 많은 양의 이종 바이러스를 새로운 세포에게 들이 붓는 것과 같다.

또한 이 광부들은 짧게는 57일간, 길게는 117일간을 고생하다가 사망하거나 완쾌되었다. 이런 긴 기간은 박쥐 유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적응하는데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만약 이런 오랜 기간동안 고생하다 결국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광부가 있다면, 이 환자의 조직이나 혈액에는 인간에게 충분히 적응한 변종 바이러스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환경은 사실상 실험실에서의 passage와 매우 유사한 조건을 만들어 냈으며, 그 결과 아무런 중간 숙주 없이 광부들의 체내에서 빠른 시간 안에 바이러스의 진화가 이루어져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자연 선택이 이루어진 것이라 저자들은 추정한다.

그렇다면 왜 Mojiang 사건의 샘플링 시점과 (2012/13년) 이번 COVID-19 판데믹 (2019년)에는 약 7이라는 시간 차이가 발생했는가? 저자들은 2013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WIV의 BSL4 실험실 건축과 인증이 계속 지연되어 2018년에서야 비로소 그 절차를 마무리 했음을 주목한다. 즉, WIV에서는 201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2012년 당시의 샘플들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실험이나 분석을 시작해 볼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유출 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원 글 저자들은 글에서 언급하지 않지만, ZhengLi Shi가 이 Mojiang 광산에서 나온 샘플로 발표한 첫 논문이 샘플 채취일로부터 한참이나 지난 2016년인 것도, 그리고 그녀의 코로나바이러스 동정 논문이 이미 2019년 말에 준비가 완료 되었다는 사실도 이 가설에 힘을 더해준다.

기타 furin site의 존재나 spike protein의 ACE2에 대한 비정상적으로 높은 affinity 등 분자적인 측면에서의 증거들도 저자들은 언급하나,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있는 독자는 원 글을 찾아 읽어보기를 권한다.

 

– ZhengLi Shi의 반격

사건의 핵심 인물 ZhengLi Shi는 수개월간 지속된 침묵을 깨고 지난 7월 15일 미국의 과학 저널 Science가 서신으로 보낸 질문지에 서면 응답을 한다. 이 서신에서 그녀는 “트럼프가 나에게 미안해야 한다. Trump owes us an apology” 라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부정하고 이를 미 정부의 대중 (對中) 외교 전략의 하나로 간주한다. (참고로 그녀의 이 서한은 이 글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 글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 그녀는 매우 억울하며 그녀의 실험실에서는 아무런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러한 의혹은 자신의 연구와 개인 삶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녀도 쌓인게 많아 보인다. (관련 기사)

그녀의 이 편지에 대해 과학계는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이 글 저 위에서도 언급된 네이처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그녀와 연구를 많이 진행한 시드니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홀름스는 그녀의 서면 응답이 “매우 논리정연하고 명백하며 의심할 여지가 없다.” 라고 평가한 반면, 판데믹 초기부터 실험실 유출설을 주장하던 미국 Rutgers 대학의 리차드 에브라이트는 “이 답변들은 모두 형식적이고 마치 로봇이 쓴 것 같으며, 기존에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것을 되풀이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과학계의 친목질을 볼 수 있는 한 장면이다.

 

– 2018년 미 과학 사절단의 WIV 방문

참고로 2020년 4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2018년 과학계 외교 사절단  2명을 WIV에 여러차례에 걸쳐 파견하였는데, WIV의 시설과 관리 상태를 둘러 본 이들은 워싱턴으로 두차례의 외교 전보를 통해 WIV에서 박쥐 유래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실험실의 관리 상태가 위험하며 우려스럽다는 보고를 전했다고 한다.

당시 사절단의 방문 사진. 가운데 있는 사람이 Dr. Shi (링크)

이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감시와 사찰의 목적이 아니라 미 정부 소속 사절단의 형식으로 WIV를 방문한 것인데 (그러니 저렇게 반갑게 웃으며 같이 기념 사진도 찍은 듯.) 당시 WIV의 관리 실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그곳의 위험한 관리 상황을 워싱턴도 알고 있어야 한다라는 판단에 현지 외교 채널을 통해 급히 소식을 알렸고 WIV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판데믹 이후 WIV가 바이러스의 유출지로 의심받으며 이 사절단이 전보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WIV는 해당 소식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삭제하였다. 현재 위 사진은 인터넷 archive에서만 볼 수 있다.

 

– 시사점

Dr. Shi의 실험실이 이 판데믹의 진원지라는 핵심적인 증거는 없다. 정황적인 증거들만이 있고, 이 점들을 연결하고 보니 사실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소위 말하는 스모킹 건은 없다.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Zhengli의 실험실에서 누군가가 바이러스가 든 바이알을 실수로 깨뜨리는 CCTV 장면? 원 글의 저자들은 WIV 소속 연구원들의 실험 노트를 전수조사 하자고 한다. 하지만 WIV가 실험 노트 원본을 공개할 가능성은 매우 요원해 보인다.

만약 이 판데믹이 진짜로 WIV에서 퍼져 나간 것이라면 그 국가간의 외교적 경제적 정치적 여파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세상에는 널리 알리기 부담스러운 불편한 진실들이 있다. 과학계가 안고 있는 한가지 딜레마이기도 하다. 진실을 탐구하는 과학이 그 발견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범위에 있어서 주관적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가. 마치 18세 이하 관람가 영화는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공개하는 것이 옳을까. 그렇다면 누구는 어른이고 누구는 미성년자인가. 그것은 누가 결정하나. 과학적 지식? 재산, 사회적 지위? 인간 사회는 적절한 시점에 진실을 서서히 알리는 방식으로 사회적 충격을 완화해 온 경험이 있기는 하다. 이런 전지구적인 스케일의 사건에도 그런 것을 적용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미중 무역 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외교적 레토릭일까 아니면 진짜로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일까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사망하였고 수십억 인구 매일의 삶에 악영향을 끼친 사건이다. 이런 사건일 수록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 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이런 거대한 사건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정황적 증거만으로 한 연구자의 커리어와 삶이 파괴되어서는 안된다. 과학계가 판데믹의 진원지에 대해서 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가지 이유일 수도 있다. 만의 하나 인간의 실수였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과연 우리는 BSL4 랩을 더 유지 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이라는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 위험한 성냥 같은 물건은 아닐까 라는 수 많은 논쟁이 시작될 것이고, 결국은 과학계의 위축으로 연결되기 딱 좋은 소재다.

중국 정부는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고, 사건의 중심에 선 ZhengLi Shi 또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지 모른다. 전세계가 이렇게 된 마당에 어쩌면 실체적 진실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하나로 묶인 요즘 세상에는 한 순간의 인간적 실수가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 전세계적인 여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pandemic의 원인에 대한 더욱 철저한 진상 조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트윗 좀 그만 했으면 한다. 우연찮게 얻어 걸려서 맞는 말이라도 그가 하면 반대하고 싶어진다.

기자 : 제 질문은, 대통령님은 현 시점 기준으로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가 바이러스 유출의 근원지라는 큰 확신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트럼프 : 네, 그렇습니다. 나는 세계보건기구가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PR 기관이 되어 가고 있어요. 미국은 WHO에 일년에 거의 5억달러를 냅니다. 중국은 겨우 38백만 달러를 냅니다. 누가 얼마를 내건 상관이 없나봅니다.
4월 30일 기자회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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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D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데 나는 왜 유전자에 관한 글을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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