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생물들: 우리는 잘 살고 있습니다.

심해어 Chimaera monstrosa로 추측되는 물고기의 마지막(출처: MBC, News today, 2019. 09. 18)

신비한 심해생물들을 소개합니다. 푸른 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바다 아래, 빛이 닿지 않는 바다 속 세상에서 생물들은 어떠한 적응을 하고 있을까요? 심해에 사는 생물들은 얼음같이 차가운 수온은 물론 높은 압력과 암흑으로 둘러싸인 혹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흔히들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반적인 물고기의 모습과 약간 거리가 있지만, 그들만의 진화와 적응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 Monterey Bay Aquarium | Poster artwork by Larry Duke

 

심해생물이 어때서?

최근 ‘극혐 + 징그러움’의 태그를 달고 인터넷을 돌아다녔던 몇몇의 심해어 사진은 러시안 선원인 Roman Fedortsov가 실제 저인망 작업 중 건진 생물들을 포스팅한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생김새에 일반사람들은 물론 여러 매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SNS의 능력!). 일부 심해생물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눈이 튀어나오거나 괴이한 이빨을 가진 그대로가 공개되어 심장이 약한 이들의 원성이 자자하였고, 가짜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습니다. 몇몇 사진은 이름조차 예상할 수 없지만, 실제 생물이 맞습니다.

심적 안전을 위한 모자이크를.. 저도 힘듭니다 (인스타그램 캡쳐)
Roman Fedortsov 인스타 링크

 

보통 심해에서 발견된 생물들은 새로운 종이 많습니다. 심지어 이미 발견된 이전의 종인지 확인하는 데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생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심해생물의 일반적인 외형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빛을 최대한 담기 위한 큰 눈과 어둠에 위장하기 위한 검정이나 붉은 색, 먹이사냥과 번식상대를 만나기 위해 이용하는 발광기관, 적은 움직임으로 인한 소량의 근육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해에서 먹이를 구하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큰 입과 독특하게 변화한 소화기관을 지니거나, 높은 압력으로 인한 적은 수의 뼈와 기름으로 찬 부레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매우 적은 활동량을 보이며 대부분 천천히 유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매우 ‘전략적인 기회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심해생물 모음 – 1

매력적인 심해생물들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경이로운 수많은 종들 중에서 개인의 취향을 담아 뽑아보았습니다.

진짜 유명한 생물

뱀파이어 오징어 Vampyroteuthis infernalis

출처: 지옥에서 온 흡혈오징어 – 유튜브캡쳐 링크 

얼음처럼 파란 눈, 벨벳처럼 진한 검은 색에서 붉은 빛을 지닌 아름다운 생명체입니다. 이름은 오징어지만, 문어와 가깝게 진화해왔습니다(아래 계통도 참고). 온몸이 조절 가능한 발광포(photophore)기관으로 둘러싸인 특징을 보이며, 이는 다른 두족류들이 색소함유세포(chromatophores)를 발달한 것과 차이를 보입니다. 포식자를 만나면 빛나는 눈을 숨기기 위해 망토처럼 몸을 뒤집고 촉수에 빛을 내어 어지럽힌 후 발광하는 점액질을 분사해 포식자를 혼란시킵니다. 독특한 점은 수심 600 ~ 1200m으로 극도의 저산소층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유일한 종이기도 합니다. 산소포화도가 3%가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서식하기 위한 독특한 단백질인 헤모시아닌(Heamocyanin)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파란색의 혈액을 보이는 데, 헤모글로빈에 비해 산소에 강하게 결합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사냥을 즐기지 않아 주로 떨어지는 유기물 조각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현재 유일하게 몬터레이만 연구소 수족관(MBARI)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연체동물문의 계통수, 파란화살표가 뱀파이어오징어 [참고] 두족강(Cephalopoda), 십완상목(Decapodiformes): 10개의 다리, 오징어류, 팔완상목(Octopodiformes): 8개 다리, 문어류. 2019. 12.18일 캡쳐.  링크 marinespecies.org

 

풍선 (풍천 아님) 장어 Gulper eel, Saccopharynx

Gulper eel 출처 자세한 정보 (링크)

작은 눈에 큰 입, 귀여운 모습의 심해장어는 꼬리지느러미 끝에서는 빨강과 분홍색 빛을 내며 온대와 열대해역의 150 ~ 1800m 수심에서 살아갑니다. 몸집보다 11배나 크게 벌릴 수 있는 큰 입과는 다르게, 조그만 갑각류를 주로 먹습니다(오징어나 작은 무척추동물을 먹기도 한다고 하네요). 가끔 새우나 다른 갑각류 무리 속으로 들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유영하기도 합니다. 몸집에 비해 정말 작은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독특하게 생긴 생물들

키메라 Chimaeridae

출처: NOAA (링크 http://oceanexplorer.noaa.gov/10year/media/3_chimaera.html

화석이 발견된 데본기의 그대로 외형을 지니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립니다. 유전계통으로는 연골어강(綱) 내에서 상어와 가오리가 속하는 판새아강(Elasmobranchii)과는 달리 전두어아강(Holocephalii)으로 독자적으로 분리되어 진화했습니다. 현재 은상어목(genus Chimaera)을 제외하고 모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커다란 가슴지느러미와 긴 꼬리로 해저면에 서식하며, 두개골과 윗턱뼈가 융합된 불균형적인 형태의 큰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두어(全頭魚, Holocephali의 뜻은 ‘whole head’)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빨 또한 없거나 몇 개 존재하지 않으며, 위(胃)를 비롯한 여러 부속품(?)이 없는 원시형태의 물고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골어류의 진화계통도, 주황색 네모 – 은상어를 가르킵니다 (출처)

 

그래봤자… 생선의 운명
Chimaera monstrosa로 추측되는 물고기의 마지막(출처: MBC, News today, 2019. 09. 18)

 

세다리물고기 Bathypterois grallator

세발치 유형패턴 분석을 위한 영상촬영(출처: Youtube, Tripod fish eyeballs at 1443m deep 링크 

다리가 꼭 인형같이 생긴 이 물고기는 수심 900 ~ 4700m의 넓은 범위에서 발견되는 심해종으로 보통 부드러운 해저에 긴 지느러미를 고정하여 서 있습니다. 흐르는 조류 맞은 편에 서서 흘러오는 작은 갑각류나 동물플랑크톤을 기다립니다. 눈이 퇴화된 상태로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하여 물의 진동을 느껴서 먹이를 큰 입으로 끌어오듯이 잡아 먹습니다. 보통 세발치의 크기는 30 cm에서 큰 것은 38cm에 이르나, 지느러미 3개(배-한 쌍, 꼬리-1개)는 1 m에 다다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레가 없어 부양능력이 없지만, 지느러미로 바닥을 살짝 밀어내어 추진력을 얻어 신기하게 이동합니다. 척추동물 중 특이하게 자웅동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 예쁘기로 유명한 세다리물고기의 치어 (사진: Steven Kovacs)
사진출처링크 

 

블롭피쉬 Psychrolutes marcidus

블롭피쉬의 영원한 굴레(출처: https://imgflip.com/i/8zxxs)

물수배기과에 속하는 심해어로 영국의 못생긴동물보존협회(The 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의 공식 마스코트입니다. 해저 100 ~ 2800m 에서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느린 성장과 노화(aging)로 약 130년의 나이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 포식자로 알려진 것이 없으며, 연구결과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근육이 없어 온몸 전체가 물컹거리며, 사냥을 위해 움직이지도 않습니다(보통 심해생물들은 그냥 있는 대로 먹는 무난한 성격). 부드러운 척추로 강한 압력에 적응하고, 연약한 몸체는 물보다 가벼워 쉽게 부양할 수 있습니다. 알이 부화하기까지 암컷들이 모여 함께 지킨다고도 합니다. 2013년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에서 1위를 한 슬픈 이력이 있습니다.

실제 바다에서는 나름 예쁩니다
탄자니아의 첫 번째 심해탐사로 수심 1300m에서 발견된 블롭피쉬 (출처: Gates, A. (2016). Deep-sea life of Tanzania)

특이하면서 중요한 작은 생물

프로니마 Phronima sedentaria

사진출처 링크

갑각류의 일종인 이 작은 심해생물은 기생동물로 극지방을 제외한 모든 대양에서 발견됩니다. 날카롭게 생긴 앞 집게로 다른 플랑크톤의 몸을 찢고 들어가 숙주를 갉아먹으며 성장합니다. 그 안에서 새끼를 낳고 극진히 돌보기도 합니다. 희생양이 되는 것은 주로 투명한 살파류와 해파리 종류인데, 시간이 지나면 텅 빈 시체만 남게 됩니다. 섬뜩한 외모와 거침없는 공격성에 영화 ‘에일리언’의 여왕 외계인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일화로 종종 소개되기도 합니다. 더하여 에일리언 초기 시각 디자이너로 참여했던 한스 기거(H. R. Giger, 초현실작가)의 그림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프로니마의 생애가 인간을 숙주로 가지는 외계인과 유사하기에 이 문제는 영화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프로니마가 큰 가능성을 보입니다(링크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terrifying-parasite-may-have-been-inspiration-alien-queen-180949649/). 특이하게도 여러 쌍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 숨겨진 안쪽 눈과 마치 잠자리처럼 270도를 볼 수 있는 바깥 눈이 존재합니다.

사진 : Pål Abrahamsen (출처)

 

한스 기거의 콘셉아트 출처: wickedhorror.com 링크

유형류 Larvacean

작가 Gutsy tuason 작가링크 https://www.facebook.com/scott.tuason?fref=ts
사진출처링크 

피낭동물의 총칭인 유형류(幼形類)로 올챙이 같은 꼬리를 가진 이 특이한 생물체는 일생을 집을 짓는데 보냅니다. 약 1 cm의 작은 투명한 몸체는 끈적이는 점액질(mucus)을 이용해 동그란 원구형태의 집을 짓습니다. 셀룰로스와 단백질을 기본으로 이루어진 두 층의 공간 사이로 물이 통과하면서 수중의 유기물이나 초미소플랑크톤(nanoplankton)등을 잡아둡니다. 또한 박테리아가 번성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새 집으로 바꾸는데, 바다에서 가장 흔한 생물체이기도 한 오이코플레우라(oikopleuras)는 4시간 마다 새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버려진 집은 심해저 영양분의 핵심인 해중설(Marine snow)를 이루는 근간이 됩니다(Hansen et al. 1996). MBARI에서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과정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놀라운 양으로 해양탄소순환에 영향을 미치며, 미세플라스틱까지 잡아두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참조 링크)

 

마무리하며

얼마나 놀라운 세상이 펼쳐져 있는 걸까요?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다양한 생명들이 유유히 바다를 누비고 있을 것입니다. 세계 각지 해양연구소에서는 심해저 탐사로 얻은 영상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깊은 곳, 그들만의 시간을 보면서 상상해 보시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보너스 그림 : 세이렌님이 직접 그린 심해 아귀입니다.

 

추천사이트

상단 포스터 생물이름과 받을 수 있는 곳: http://www.mbayaq.org/efc/efc_mbh/dsc.asp

수심에 따라 심해생물을 만나보는 웹페이지: https://neal.fun/deep-sea/

Dr. Robert Ballard가 이끄는 심해탐사팀의 생생한 영상과 사진: https://nautiluslive.org/

 

참고문헌

오징어와 문어, 두족류의 모든 것: http://www.thecephalopodpage.org/

키메라와 상어, 가오리. 연골어류 전문정보: http://www.elasmo-research.org/education/shark_profiles/chimaera.htm

라바신, 살파, 척삭동물문: https://projects.ncsu.edu/project/bio402_315/Echinodermata/echinoderma%20relatives/Chordata%202015.html

Hansen, J. L., Kiørboe, T., & Alldredge, A. L. (1996). Marine snow derived from abandoned larvacean houses: sinking rates, particle content and mechanisms of aggregate formation. 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141, 205-215.

Davis, M., and P. Chakrabarty. 2011. Tripodfish (Aulopiformes: Bathypterois) locomotion and landing behavior from video observation at bathypelagic depths in the Campos Basin of Brazil. Marine Biology Research 7:29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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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기후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마냥 바다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네요. 투명하고 반짝이는 생명체와 함께 해양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앵무조개와 고래상어를 좋아하고, 심해 잠수정을 타고 놀라운 생물들을 만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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