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앞으로의 전개 방향, 그리고 생명과학의 중요성

[편집자 주] COVID-19, 코로나19, SARS-CoV-2는 모두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학계에서 사용되는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은 SARS-CoV-2이고 그로 인한 질환은 COVID-19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마치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이름이 HIV인 것과 마찬가지로, COVID-19(혹은 코로나19)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이름이 SARS-CoV-2입니다.

 

2차 웨이브의 시작?

최근 다시 터진 대규모 감염사태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거의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터져 나오는 것이 코비드-19의 전개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속적인 진단 및 추적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처럼 개인 동선 파악을 전산화해서 수행하는 경우에는 500명 이상 집단으로 감염되는 상황은 자주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물리적 거리두기를 풀어버리면 순식간에 수천명 급의 발병이 생기는 상황도 가능합니다. 이번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사태가 500명 이하일지 그 이상일지 여부에 따라 한국에 2차 웨이브가 도래했는 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1-2주 안에는 알 수 있겠죠.

2020.5.8/뉴스1 © News1

SARS-CoV-2는 감염력이 워낙 좋고, 무증상자가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가 까다로운 경우입니다. 대략 2주정도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감염이 의심되면 2주간 자가격리를 추천하고 있는데요. 사실 감염된 무증상자가 2주 이상 바이러스를 흘리고 다닐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무리 진단-추적을 하더라도 일부 놓쳐버린 무증상자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바이러스와 게릴라 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끝나간다고 생각했을 때, 폭탄이 예상 밖의 장소에서 터지는 상황이죠.

https://ourworldindata.org/covid-deaths

아직까지는 SARS-CoV-2를 완전히 박멸한 나라는 없어 보입니다. 몇몇 희망적인 나라들이 있고, 대한민국도 그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경계망을 뚫고 또 다시 들어왔죠. 아마 현재의 방역 전략으로 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방역은 결국 해결책이 아니라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이 남아 있을 지 생명과학 전공자이지만 비전문가인 저의 관점에서 최대한 현실적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다양한 진단법 개발 필요

 

감염 단계에 따른 환자의 혈액 내 마커로 주로 사용되는 물질들의 양. 감염 초기에서 잠복기(무증상)을 지나 증상기까지는 바이러스의 RNA와 항원들이 증가하는 반면, 이후에는 항체 IgM이 초기 면역을, IgG가 후기 및 장기 면역을 만들어 내 혈액 내에서 많이 발견됨. 감염자의 확인은 바이러스의 RNA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감염 여부 확인은 IgM과 IgG을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 알 수 있다. https://thenativeantigencompany.com/why-we-need-antigen-and-antibody-tests-for-covid-19/

우선 빠르고 신속한 진단법이 나와준다면 진단-추적-격리에 기반한 방역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즘은 항체기반 진단을 통해서 COVID-19의 지역 감염 규모를 추정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적어도 여름 전에는 현재 진행중인 RT-PCR 검사법과 함께 대규모 항체진단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항체를 기반으로 한 진단은 신속한 반면, 감염초기의 환자는 찾아내는 데는 부족하기 때문에, RT-PCR을 완전 대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사이에 혹시 있을 수 있는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는 부분에서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항체기반 진단법이 나온다면 바이러스와의 게릴라 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방법으로 SARS-CoV-2를 박멸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치료제의 개발의 길

다음으로 COVID-19 환자를 위한 치료제에 대한 희망이 있습니다. 발병 초기에 많이 거론되었던 두가지 약제에 대한 최종 임상시험 결과가 최근에 나왔는데요. 하이드로클로로퀸은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으로 전체적인 사망률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길리어드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약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전체적인 사망률을 조금 낮추는 수준이지만 환자가 회복하는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여서, 현재는 공식적으로 임상을 통과한 최초의 COVID-19치료제가 되었습니다.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에게는 큰 희망을 주지 못하는 약제이지만, 대규모 감염사태시 병원의 환자 회전율을 높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료자원의 효과적 사용을 통해 전체 환자군에서의 사망률을 간접적으로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같은 선진국이더라도 의료자원의 부족 여부에 따라 환자들의 사망률이 3%에서 15%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므로 렘데시비르가 보인 ‘빠른 회복‘은 꽤 희망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의료자원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렘데시비르가 3%의 사망률을 극적으로 줄이는 약은 절대 아닙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FDA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은 수준의 효과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은 믿을 만한 치료제가 없다 입니다.

Remdesivir에 대한 기대감으로 Giliead의 주가는 올 초 대비 약 35% 가량 상승한 상태. 질병관리본부는 Remdesivir의 실효성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 https://www.medigatenews.com/news/925765121

위의 하이드로클로로퀸과 렘데시비르 모두 올해 2-3월경에 임상에 들어가서 단 몇 달만에 결론이 난 경우입니다. 이정도면 의사/과학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이고, 이보다 빠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repositioning (기존의 약을 COVID-19 치료제로 용도변경) 개념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은 대부분 시작되었고, 올해 여름 안에 모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Neutralizing Ab (항체요법)도 여름 즈음에는 시작이 될 것 같은데, 이들의 결과도 올해 말에는 기대 가능 여부 정도는 알 수 있고, 내년 여름 전에는 결론이 어느 정도 나올 것입니다. 따라서 운이 좋으면 인류는 올해 아니면 내년에 우리가 가진 지식 내에서 활용가능한 약물 중에서 COVID-19 치료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 중반까지 환자의 증상을 기적적으로 회복시키는 약이 없다면 우리가 가진 의과학 지식으로는 아직 COVID-19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대표적인 바이러스 질병으로 AIDS를 일으키는 HIV (1981년 발견)가 있고, C형 간염을 야기하는 HCV (1989년 발견)가 있는데요. 이 두 바이러스 모두 발견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HIV는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시키는 HAART요법이 있는데,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며 완치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HIV는 여전히 WHO가 준판데믹으로 규정하는 질병인데, 이 때문에 공포에 질린 일반인은 요즘 찾기 어렵죠. HCV의 경우는 첫발견 이후 거의 25년만에 길리어드사가 소발디 DAA 치료법을 개발했고, 지금은 거의 90%의 확률로 치료가 되는 질병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1-2년 내에 우리가 아는 지식을 기반으로 COVID-19 치료제를 찾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5-10년의 시간이 걸려서야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5-10년도 최근 생명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근거해서 잡은 매우 희망적인 숫자이죠.

 

백신 상황은?

많은 분들께서 백신에 희망을 걸고 계신데요. 백신 전문가들이 산출한 가장 이상적인 개발 시나리오에 따르면 내년 여름 정도에는 대규모 접종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수십가지 백신 개발 프로그램이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과학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HIV와 HCV의 경우처럼 그동안 꽤 많은 지원과 관심이 있었음에도 백신이 개발이 안된 경우도 있습니다. 즉, 백신 개발이 신약 개발보다는 용이한 편이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희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백신 부분도 내년 여름까지는 거의 모든 방법을 다 테스트해 볼 예정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아는 답안지에 SARS-CoV-2 백신이 있는 지 없는 지는 앞으로 1년 안에 알 수 있을 겁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대충 저의 의중을 파악하셨을 지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희망고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총력을 기울여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작은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COVID-19 사태에서 일반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은 우선 본인의 생업에 필요한 경제활동에 전력을 다하는 겁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면 병을 이겨낼 기초체력이 없어지는 격이죠. 두번째는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않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서 발효되는 행정 명령 및 권고 사항을 최대한 준수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과학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21세기에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전쟁이나 운석충돌이 아니고, COVID-19과 같은 질병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게놈의 1/4정도가 인간 유전자에 쓰이고 있다면, 1/2은 바이러스/트랜스포존이 긁고 지나간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컴퓨터로 치면 1/4는 OS이고 나머지는 쓰레기인 것이죠. 인간 종의 생물 역사 속에서 바이러스와 접점이 없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역사 속에도 페스트, 천연두, 스패니쉬 플루 등등 수없는 질병이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20세기에는 항생제와 백신 덕분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병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감염병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생명 과학의 중요성

남북의 휴전으로 여전히 60만대군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도 유사시를 대비해서 끊임없이 연구를 해야하는 생명과학자들이 필요합니다. 생명과학자들은 학부부터 약 10년의 훈련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명 한명이 파일럿처럼 값진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생명과학자들은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대학원에서 하는 노동은 여전히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도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합니다. 박사 취득 이후는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서 외국에서 수년을 집시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 대학의 조교수가 되어도 처음에 받을 수 있는 연구비 규모가 적고, 국내 최고 대학에서도 외국처럼 코어퍼실리티가 잘 구축되지 않아 할 수 있는 연구가 제한적입니다. 저처럼 소위 포항공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특히 HCV같은 감염병을 연구하는 경우에는 치료제가 나오면서 바로 연구비가 줄고, 먹고 살기 위해서 다른 분야로 이동해야 하는 불안정한 삶입니다. 서른이 다되도록 학위도 못 따고 학비로 돈만 축내고 연구한다면서 두문불출하니, 친척들의 눈치밥을 먹고 수중에 돈도 없어 결혼기피 대상자가 되기 쉽죠.

우리나라가 생명과학 선진국이 되려면 변해야 합니다. 개인의 호기심에 기대어 인재들이 나타나길 기다리면, 나타난 인재들도 외국에 나갑니다. 해외 유수 생명과학연구소에 한국인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이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밖으로 내보낸 것이지 도망간 것이 아니거든요. 자주국방이 필요한 것처럼 스스로 신약을 개발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역량이 필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앞으로는 SF 소설에 나올 법한 줄기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빅데이타기반 정밀의료, 노화방지치료 등등이 나올 예정인데, 병원의 의사양성으로는 해외개발기술의 사용자 밖에 되지 못합니다. COVID-19을 위해서도 앞으로 전개될 생명과학기반 의료혁명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고급 생명과학자들을 유치해야 하겠죠. 선택은 결국 국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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