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용 기생충약으로 암을 치료한다?

필자가 자주 서식하는 곳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글이 올라와서 필자의 눈을 잡아 끌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본문에 등장하는 약제와 해당 논문을 찾아보았다.

해당 약제는 강아지용 구충제인 펜벤다졸 (fenbendazole)이 주인공이다.

(편집자 주 : 관련 영상)

 

 

내용이 뭐야?

그래서 필자는 구글님께 자문을 구했고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필자가 찾아본 바 최초의 보고는 2008년에 발표된 저 결과가 아닌가 싶다. “Unexpected Antitumorigenic effect of Fenbendazole when combined with supplementary vitamins” 대강 알아볼 수 있게 제목을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비타민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펜벤다졸의 예기치 못 한 항암효과’ 정도로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핵심 내용을 함께 살펴보자.

<원저: http://docserver.ingentaconnect.com/deliver/connect/aalas/15596109/v47n6/s6.pdf?expires=1569116348&id=0000&titleid=72010024&checksum=ED9D6B31374F4BFAF0E4CEF10AF70D8A>

이 연구에서는 림프종 세포를 활용했고, 생쥐의 피하에 주사하여 주사 후 22일간 종양 크기를 확인하여 얼마나 항암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비타민은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 복합제를 사용했다. 그 결과, 비타민제제와 펜벤다졸을 함께 투여한 생쥐에서 종양의 크기가 현격히 작게 관찰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라색). 해당 연구는 여기서 끝나고 구체적인 기전을 제시하지는 못 했다.

본문은 친절하게도 Nature 자매지로 잘 알려진 (..) 저널을 링크했고, 해당 논문을 열람하여 핵심 결과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10년 후 Nature 자매지(..)에서 해당 연구를 확장하여 펜벤다졸의 약효를 기전을 제시하였는데 그 핵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원저: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8-30158-6.pdf>
<자랑스러운 Nature 자매지(..) 주소에 Nature라고 찍혀있긴 하다.. 그리고 게재료 역시 Nature 급으로 자비 없는 것도 맞다(..)>

 

제목을 대충 풀어보면, ‘펜벤다졸이 microtubule이라는 녀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다양한 암관련 신호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쳐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라는 뜻이다.

그림 1로 등장하는 결과. (a)현미경으로 세포의 tubulin을 확인했는데, 펜벤다졸(FZ)를 처리했을 때 tubulin의 염색 정도가 현격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b) tubulin이 중합체를 만드는데 펜벤다졸 처리하면 한시간 이상부터 그 정도가 미세하게 감소됨을 볼 수 있다. (c) 단일체 (s)와 복합체(p)의 정도를 봤을 때 대조군(con: control group)에 비해 단일체는 늘어났고 복합체는 줄어들었다. (d) tubulin을 표적으로 하여 미상의 영향으로 tubulin의 아세틸화 변조가 증가했다. (e) (c)에서 얻은 결과를 단일체/복합체 비율을 환산해보면 보기와 같이 증가한다.

결과는 이 정도로 대강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본 그림에서 등장하였으나 필자가 언급하지 않은 약제가 보이는가? Noc, Col, Vcr, Txl. 이는 각각 nocodazole, colchicine, vincristine, taxol이다. 각각 비교군으로 활용되었고, 이는 실험적 혹은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microtubule 중합 억제제다. 특히 vincristine, taxol은 이미 항암제로 쓰고 있는 약제이다. 이 약제에 비해 별다른 효과를 보이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말미에 동물실험 결과를 제시하였고, 실제로 2008년 결과와 같게 종양의 크기를 효과적으로 줄인 것을 확인했다.

 

확인해야 할 점

의학에 관련된 분들이 아니거나, 연구 같은 오타쿠적인 삶을 사는 분이 아니시면, 이런 결과가 매우 의아하면서 동시에 꽤 신기할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것은 깜짝 놀랄 일이 아니고 그냥 ‘아~ 그렇구나?’ 정도 일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펜벤다졸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약물 효과 가능성을 확인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미 시판된 약물이어서 임의로 자가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vincristine과 taxol을 포함한 다양한 microtubule 중합 억제제가 있다. 펜벤다졸이 항암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누구나 특정 약제에 효과를 얻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환자에게 명약이라고 소개하고 밀가루로 된 가짜약을 주어도 효과를 본다. 그래서 약물의 효과를 확인할 때는 반드시 위약(placebo)을 투여한 결과와 비교해서 약물의 고유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충분한 수에게 그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원문링크: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figure?id=10.1371/journal.pone.0103169.g003, 위약군에서도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파랑)>

약물의 독성과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 약물은 기본적으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약이나 과량으로 복용하면 세포 독성이 있다. 항암효과라는 것은 포장되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세포 독성을 보인다는 뜻이다. 암세포가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 틈새로 암세포를 공격할 뿐이다. 암세포를 죽이는 용량에서 부작용이 심하게 발생한다면 약물로 쓰기 힘들다.

또한 펜벤다졸이 기존의 약제들보다 더 나은 약효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을까? 이 여부도 반드시 확인이 되어야 한다. 물론 더 나은 효과가 없더라도 정반대로 부작용이 현격하게 적다면 그 또한 매우 가치있는 약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내용들이 매우 많다.

 

마치며

희망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는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새로운 선택지를 하나 더 얻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암을 치료하는 기적의 명약이 아니고, 기존의 항암제를 뛰어넘는 기적의 항암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렇게 치료제로 가능성을 보인 약제는 일년에도 수천~수만건이 소리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또한 알려지지 않았던 약물의 효과가 발견되서 새로운 질병의 치료제로 쓰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있는 일이다. 비아그라가 최초에 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면 간단하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본 약제를 구하려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기존의 좋은 약제를 거부하여 치료 적기를 놓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Scientific Report 저널을 Nature 자매지라고 부르는 병크는 좀 안 봤으면 좋겠다.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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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uendo

질병의 후성 생물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Through the sorrow all through our splendor. Don't take offence at my "Innu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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