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소금입니다.
어제 오늘 각종 신문의 건강 섹션에서는 “짜게 먹으면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한 논문에 대한 소식이 마구 쏟아져 나왔습니다.
기사의 배경은 미국 코넬 대학의 한 연구진이 지난 주 Nature Neuroscience 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고농도의 소금을 함유한 음식을 먹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하여 뇌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하고 그 원인이 아마도 T-cell 면역 체계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TH17 때문이 아닐까라는 가설과 그 검증 실험 결과를 이야기 합니다.
고농도의 소금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소금이 “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에 몇몇 논문을 통해 발표 되었습니다. 코넬 대학 연구진은 이것이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서 이루어 지는 것인지, 즉 소장에서 흡수되는 소금이 어떠한 생화학적 경로에 의해서 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연구하였습니다. 즉, 이 논문은 소금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한 논문이 아니라, 그 구체적인 메카니즘을 “규명”한 논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들은 마치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뇌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최초로 발견이라도 된 듯한 내용으로 기사의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모두 논문의 핵심을 잘못 짚었습니다.
조금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실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연구진은 쥐를 총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대조군으로 설정한 쥐들은 0.5%의 소금을 함유하고 있는 정상적인 먹이를 먹였고 쥐가 먹고 싶은 만큼의 충분한 수도물을 제공하였습니다. 실험군으로 설정한 쥐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무려 4%와 8%(!)의 소금을 함유하고 있는 먹이를 제공하고, 마시는 물도 1%의 소금을 함유하고 있는 수도물을 제한 없이 공급하였습니다. 4%와 8%라는 양은 대조군에 비해 각각 8배와 16배의 고농도를 투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화학 반응은 지수/로그 함수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학 실험은 2의 승수 배로 조건을 달리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쥐들에게 투여된 소금의 양 입니다. 8%의 소금 농도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식생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양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우리가 밥 한공기 (200g이라 가정)를 먹으면서 소금 16g을 먹는 양 입니다. 16g은 아래 사진 가장 왼쪽의 가장 큰 티스푼으로 두 스푼 이상의 양 입니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짜게 먹으면 당연히 찾게 되는 물에 마저도 1% 농도의 소금을 넣었습니다. (참고로 바닷물의 소금 농도가 3.5%입니다.) 아마도 과도한 염분 섭취에 따른 탈수로 쥐가 사망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고농도의 소금 섭취를 유지할 수 있는 상한선으로 선택한 농도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실험용 쥐(mouse)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약 3-5g 정도의 먹이를 먹는데, 이 중 8%가 소금이었다면 이 쥐들은 하루에 0.4g의 소금을 섭취한 것입니다. 실험에 사용된 쥐는 8-24주령의 C57BL/6라는 종으로서 이를 생산한 연구소에 따르면 이 쥐의 몸무게는 8주 때에 대략 22g 정도 입니다. 22g의 몸무게를 지닌 쥐가 하루에 0.4g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은 단순하게 계산하자면 80kg의 몸무게를 가진 성인이 하루에 1.5kg 정도의 소금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국제 암 연구 펀드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10 번째로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나라인데, 성인 1명이 하루 평균 13.2g을 먹는다고 합니다. 실험의 쥐는 이 단순 계산으로 볼때 우리가 먹는 소금 양의 100배 이상을 무려 반년의 기간, 혹은 수명의 1/4 동안, 그리고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간의 대부분 동안 매일 같이 섭취한 것입니다. (게다가 마시는 물 마저도 소금물…) 제가 저 실험 쥐였다면 뇌손상보다 음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더 먼저 사망했을것 같습니다. 미각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 짠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저런 고농도의 소금을 매 끼니에 먹으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실험은 우리의 일상 식생활을 반영했다기 보다는 뇌 손상의 메카니즘을 보기 위해 매우 극단적인 상황까지 밀어 붙여서 진행된 실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실험 환경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토대로 소금을 과다섭취하면 뇌손상이 온다는 단순한 결론을 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연구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실험에서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장에서 흡수된 소금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메카니즘이지, 소금을 먹으면 뇌손상이 온다는 기존에 밝혀진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적 발견은 어떤 새로운 현상이 관찰되면 이 현상이 일어나는 조건을 검증하고,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며 어느 범위까지 이러한 규칙이 적용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여기까지가 순수 과학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이의 추가적인 해석을 통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단계가 응용 과학,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공학의 영역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최신 논문이 다루는 영역은 거의 대부분 아직 그 어느 인간도 가 보지 않은 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한 순수 과학 논문의 내용을 추가적인 검증을 통한 일반화의 과정 없이 그 내용 그대로 우리의 현실에 반영하면 이와 같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습니다.
논문에서 우리의 상식과 다른 어떤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실험 전후의 맥락과 그 논문이 밝히고자 한 주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한 후 우리 일상 생활에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저 신문 기사들의 제목만 본다면 우리는 인체 항상성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금을 절대 섭취해서는 안된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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