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란 무엇인가 (1)

프리즘을 통해서 분해되는 빛들                                                                         Credit: Lucas V. Barbosa

빛이란 무언인가?

빛은 무엇일까요? 좁은 의미에서는 우리가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가시광선(약 400 nm에서 700 nm 사이의 파장을 가지고 있는)을 가리켜서 빛이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가 볼 수 없는 400 nm 보다 짧거나 700 nm보다 긴 파장은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이들 역시 빛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감마선은 아주 짧은 파장을 가지고 투과력이 뛰어난 빛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감마선은 대략 0.01nm 이하의 파장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수소 원자의 크기보다 작은 수준입니다. 이 짧은 파장덕에 (많은 초당 진동수)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빛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파장은 박테리아 정도의 크기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긴 파장 을 가지는 빛은 달의 지름보다도 길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파장의 빛이 존재하지만 (파장과 진동수는 역수; 따라서 진동수도 다름), 모두 같은 크기의 속도로 움직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빛들은 모두 진공에서 초당 약 30만 km를 움직이며(“정확히 299,792,458 m입니다. 이는 오차 없이 정확한 값인데, 그 이유는 1m의 정의가 빛이 1/299792458초 동안 진공에서 이동하는 거리이기 때문 입니다”), 이는 1초에 지구 둘레의 일곱 바퀴 반을 도는 속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속 보다는 약 80 만배 정 도가 빠릅니다. 빛이 1년동안 쉬지않고 이동한다면, 약 9조 4540억 km의 거리를 이동할 수있습니다. 이 거리를 우리는 1광년(Light year)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의 눈이 가시광선 파장을 볼 수 있도록 진화 된 것 뿐입니다. 아이들은 때로 자외선을 볼 수 있고, 조건만 갖춰진다면 짧은 적외선을 관측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가시광선은 많은 빛들 중 유일하게 물속에서도 전파되는 빛입니다. 따라서 가시광선이 없었다면, 물속의 생명체는 없었을 것 입니다.

 

빛의 정의와 본질

고전 물리학에서의 빛은 전자기파를 나타내는 단어였고, 매질 없 이 전파할 수있는 물질을 뜻합니다. 또한 전기나 자기를 띄는 물 질이 가속운동을 하게 되면 전자기파가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습 니다.

빛은 보통 원자나 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상태로 이동할 때 만들어집니다. 원자핵 주변 을 돌고 있는 전자가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낮은 에너지상태로 이동할 때 잃어버린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방출됩니다. 같은 원리로 그들이 빛을 흡수하면, 다시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림1 참조). 이렇듯 천체 물질 들의 작은 변화로 우리는 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빛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빛은 우리와 우주를 연결시켜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빛에 관한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우리가 모든 자연 그리고 우주를 관찰하고 정보를 얻을 때 유일한 정보가 빛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빛에 관한 연구는 물리학의 발전과 역사를 같이 했습니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이 아인슈타인의 현대 양자 물리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바로 빛의 연구로부터 시작되었기 때 문입니다. 하지만 이 빛의 정체를 알아내는것은 천재 과학자들에게조차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빛은 입자다?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 살던 시절, 실로 그의 업 적이 대단했기 때문에, 감히 뉴턴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몇 과학자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이 뉴 턴이 오류를 범함 부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하였고, 과학적으 로 뉴턴이 틀렸다면 이는 뉴턴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뉴턴의 과학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뉴턴 스스로도 빛에 대해 ‘빛은 입자이며 매우 작은 질량을 가져 측정할 수 없다’ 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가 알고 있던 빛의 회절현상은 위 이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 이론의 약점을 자신의 저서에 실었습니다.

뉴턴의 위 주장보다 약간이른 시점에 네덜란드 물리학자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는 빛의 파동성에 근거하여 그들이 어떻게 전파하여 나가는지를 기술하는 원리 이론을 밝혀냈습니다. 따라 서 빛의 본질에 관해서 파동이라고 주장을 했고, 이를 통해서 빛의 고유성질인 간섭과 회절을 설명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뉴턴 사후 50년동안이나, 뉴턴의 권위에 눌린 많은 과학자들은 뉴턴의 주장대로 빛의 입자설을 주장하였고, 영국의 과학자 토마스 영의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이 있기 전까지 빛의 입자설이 승리하는듯 보였습니다.

 

 

빛은 파동이다?

1801년 영국 태생의 의사, 생리학자, 언어학자, 그리고 물리학자 였던 영(Thomas Young, 1773~1829)은 위 실험을 통해서 빛 의 또 다른 고유현상인 간섭현상을 증명해냅니다. 위 실험의 방법은 단색광을 단일 슬릿 S에 입사시켜 이중 슬릿 S1 와 S2 를 통 과하여 스크린에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 입니다. 뉴턴의 주 장대로 빛이 입자라면 회절과 간섭의 특성이 없으므로 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아야 하지만, 영의 실험 결과 예측하지 못했던 간섭무늬가 나타났으며, 이는 빛이 파동성을 가졌다는것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빛의 간섭을 확인함으로써 이론에 따라서 빛의 파장을 최초로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물리학자 프레넬 (Augustin Jean Fresnel, 1788~ 1827) 또한 호이겐스의 원리를 활용하여 빛의 빛의 회절 현상을 밝혀 냈습니다.

 마침내, 1865년 영국 물리학자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 전자기파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위 이론에 따르면, 빛은 전자기파이며, 서로 직각을 이루고 있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동이 전파되 는 방향에 따라서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장의 진동을 우리가 볼 수 있기에 빛의 진동은 전기장의 진동 과도 같다고 설명합니다.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 역시 전자기파는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밝혀냈습니다. 헤르츠의 업적을 기려서 우리는 빛의 진동수 단위에 헤르츠라는 단위를 씁니다. 이처럼 빛의 파동성이 결국 승리하는 듯 보였습니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이론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가 처음으로 광양자설이 라는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한 물체가 뜨거워지면 열을 내게 되는 데, 이를 우리는 복사(radiation)라고 부릅니다. 어느 물체나 그 표면에 부딪히는 복사열의 일부는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하곤 합니다. 즉, 물질에 열을 가하면 자신의 색에 따라 특유한 파장의 빛을 내보내거나, 반대로 특정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곤 합니다.

하지만, 흑체(black body)란 물체가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까만 물질인데, 진동수와 입사각에 관계없 이 입사하는 모든 빛을 흡수 하는 이상적인 물체입니다. 이 흑체에는 온도가 있으며, 그 온도에 따라서 정 해진 고유의 진동수를 가진 빛을 방출한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흑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 즉 복사열 을 방출 할 수 있습니다. 이말은, 특별한 빛의 파장을 내보내거나 흡수하지 않고, 온도의 높낮이만으로 결 정되는 빛을 내보낸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플랑크는 물체의 온도와 빛의 스펙트럼의 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흑체로부터 플랑크 상수 h를 도입하여 각각 고유의 진동수를 가진 빛의 최소 에너지 값을 구하면서, 드디어 양자(quantum)라는 개념을 세웁니다. 이는 물리학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으며, 에너지가 자체가 불 연속한 값을 가지며 이때의 최소값을 하나의 입자로 간주할 수 있기에, 또다시 빛은 즉 입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 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3편의 논문을 내놓았는데, 이중 한 논문이 그를 노벨상 수상자로 만들어 줍니다. 상대론이라고 생각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 시절의 상대론은 물리학자들 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이론이었기에, 누구 하나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인슈타인 에게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가져다 준 것은 다름이 아닌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라는 논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막스 플랑크의 양자 가설을 빛에 적용시켰습니다. 금속 표면에 특정 진동수보다 큰 진동 수의 빛을 비추었을 때 금속에서 전자(이때 튀어나오는 전자를 광전자라고 함)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발견 해냈습니다. 빛의 진동수가 특정한 값보다 작으면 아무리 센 빛을 쪼여 주어도 광전자가 방출되지 않았고, 세기가 약한 빛이라 하더라도 특정 진동수 보다 큰 빛을 쪼여 주면 즉시 광전자가 방출되었습니다. 또한 튀 어나온 광전자의 운동 에너지는 빛의 세기와는 관계가 없고 빛의 진동수에 비례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빛이 진동수(ν: frequency)에 플랑크 상수(h)를 곱한 만큼의 에너지(E = hν)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 “알갱이” 라고 가정을 했습니다. 금속 표면 원자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들이 광양자(light quantum)와 일대일 충돌에 의해서 방출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동수가 큰 빛은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에 전자를 스스로 떼어낼 수 있지만, 진동수가 작은 빛은 작은 에너지탓에 전자를 떼어낼 수 없다고 생각을 했고, 이를 실 험을 통해서 증명해냈습니다. 또한 같은 색의 빛을 비춰 주었을 때 튀어 나오게 되는 에너지가 항상 같았습 니다. 즉, 아인슈타인은 빛이 불연속적인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는 플랑크의 “빛 에너지의 양자화” 이론을 증명해내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수세기 동안 연구하여 확립한 과학적인 이론들이 충돌 하는 상황이 되었고 빛에 대한 연구는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마치 안개속과 같았습니다.

빛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입자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할까요?

 

 

빛의 이중성: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에 관한 실험을 믿지 않으려 했습니다. 맥스웰의 파동방정식은 유례 없이 정확하고 멋진 이론이였기 때문입니다. 위 의심에 관해서 가장 유명한 실험은 바로 “밀리컨의 기름 방울 실험” 입니다. 1915년에 미국 물리학 자 밀리컨(Robert Andrews Millikan, 1868~1953)은 아인슈 타인의 논문을 믿지 않고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실험을 시행했지만, 이는 오히려 아인슈 타인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밀리컨을 따라서, 빛의 이중성에 힘을 싣어준 혜성같이 등장한 프랑스 물리학자 드 브로이 (Louis de Broglie, 1892~1987)가 있었습니다. 그의 물질파 논문에서는 모든 물질은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지니며, 파장은 입자의 운동량에 반비례하며(λ = h/mv; λ: 물질의 파장, h: 플랑스상수, mv: 물질의 운동 량), 파장의 진동수는 운동에너지에 비례한다는 점(E=hf; h: 플랑스상수, f: 물질파의 진동수)을 주장했습 니다. 즉 속도가 있을때에만 물질의 파장이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빛 혹은 전자는 파동이기도 하고, 때로는 입자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모든 물질에 파동성이 있지만, 우리가 거시 세계에서 파동의 성질을 확인하기 매우 힘든 이유는 물체의 질량이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물체의 질량이 플랑크 상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작아지면 물질파의 파장이 상대적으로 커질텐데, 거시 세계에서 우리에게 보이는 물체들은 모두 입자 보다 아주 큰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드 브로이 방정식에 따라서 파장이 0에 수렴하게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미시적 세계에서는 물질의 파동적 성질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파동의 성질이 사실상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고전역학에서는 빛을 입자로 해석하고 있는데, 양자역학의 거시적인 극한이 고전역학이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결국 물질파 이론은 아주 작은 미시 세계 즉 양자역학의 발전을 가져온 이론입니다. 특히 관측의 유무에 따라 빛 혹은 전자의 특이한 행동 – 관측하지 않을 때는 파 동처럼, 관측하면 입자처럼 행동 – 의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물리학 시대를 열 수 있게 하였습니다. 드 브로이의 물질파 가설은 빛의 본질에 관해서 파동과 입자를 연결시키는 훌륭한 메신저 역할을 했습니다.

 

후속 칼럼 설명

빛은 무엇인가 (1): 빛의 본질에 관해서 토론하고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빛은 무엇인가 (2): 빛의 고유 특성인 직진성, 반사, 굴절, 산란, 회절, 간섭, 분산, 합성, 그리고 편광 등에대 해서 다룹니다.

빛은 무엇인가 (3): 빛의 본질중 분산을 이용한 프리즘 및 스펙트럼 그리고 분광기에 관해서 토론합니다.

빛은 무엇인가 (4): 빛의 본질에 관해서 토론하던 물리학자들이 결국 양자역학의 발전을 이끌게 되었는데, 이에 따른 해석과 관점에 관해서 토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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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독일 Kiel/Heidelberg에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민재 입니다. 현재는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먼지원반(debris disks)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및 관련 과학을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칼 세이건의 정신을 마음에 새긴 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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