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바둑의 미래 서밋 (Future of Go Summit) 폐막식에서 알파고는 73승 1패라는 전적을 남기고 유유히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일년 전 자신만만하던 이세돌의 패배를 통해 자존심에 상처를 크게 입은 한국 사람들로써는 크게 충격받을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유일한 패배를 이세돌이 안겼음에 위안을 얻을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가 다시 알파고와 붙었을 때 이길 거라고 기대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또 하나 무너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 사건을 계기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용어가 딥러닝(deep learning)입니다. 기존의 신경망(뉴럴넷; Neural network)보다 한단계 더 발전한 딥러닝은 실제 인간의 뇌의 신경망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설명과 충격적인 성능으로 어느새 인공지능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딥러닝이 아닌 다른 기계학습 방법론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딥러닝을 이야기할 때 항상 이것이 기계학습의 일종임을 설명하지만, 아무래도 그리 임팩트 있게 남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오래된 격언을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는 정보가 가지는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들의 정보를 통하여 조세 등 의무를 효과적으로 부과할 수 있고, 고대국가들도 일찍부터 호구조사를 수행했습니다.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의 에니그마 암호해독으로 얻은 정보로 연합군은 전쟁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기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또 축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우리의 하루 걸음걸이 수를 알고, 갔던 장소 및 검색했던 내용을 알고, 그것을 기반으로 추천을 해줍니다. 이런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이 반영되어 기계학습 혹은 딥러닝보다 한단계 더 앞서서부터 빅데이터라는 말이 유행했지요.
필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기계학습과 생물정보학을 연구하였고, 현재는 유럽의 한 암전문병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기계학습적 방법론과 생물학 데이터를 환자의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필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요즘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근래에는 이런 사람들을 양성하는 과정들이 국내외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The Life Science에서 첫 인사드리는 글이라 우선은 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분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향후 이 지면을 통해서 조금 더 이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 혹은 분야와 연관된 뉴스나 이슈들에 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안야로의 생정보.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안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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