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에 줄 설 필요가 없는 상점

컴퓨터가 매우 발달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컴퓨터의 직접적인 영향권이 아닌 오프라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여전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많이 해야 하며 간단한 일 처리 하나를 위해서도 긴 줄을 서는 일이 예사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수퍼마켓인데, 우리는 바구니에 담았던 물건을 계산대 앞 컨베이어 벨트에 모조리 올려 놓아야 하고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합니다. 커다란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내가 물건을 골라서 장바구니에 넣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극히 짧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계산대 앞에서 줄 서는 시간 입니다.

계산대 뒤의 직원들 또한 귀찮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벨트 위의 물건들을 사람의 손으로 집어들고 하나 하나 기계에게 검사(?)를 받는, 인간의 능력에 비하면 매우 단순한 반복적인 일을 하고 있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해외에는 수퍼마켓 입구에서 고객들이 무선 바코드 스캐너를 하나씩 받은 후, 장바구니에 담을때마다 바코드를 직접 스캔하고 나갈때에 한번에 지불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는데, 이는 단순히 계산원의 노동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지 그리 크게 확대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지라, 인건비 줄이기 위해 고객에게 노동을 시키는 시스템은 오래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런 무선 바코드 리더를 갖춘 수퍼마켓도 있습니다. 카트에 물건을 넣을때마다 사람이 스캔해야 합니다. 계산대에서 줄 서는 수고는 조금 덜어주지만 그러기 위해서 내가 노동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그런데 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 된 식료품점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런 시스템이 언젠가 온다면 아마도 초저가 RFID를 이용한 방식이 아닐까 싶었는데 제 예상이 틀렸습니다. 딥 러닝과 인공지능을 토대로 가게 안에 비치된 수 많은 카메라들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여 구현하였다고 합니다. 온 세계를 정복할 것 같은 회사, 아마존이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본사가 있는 시애틀 인근에 연 이 가게의 이름은 아마존 고 (Amazon Go) 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인공 지능” 하면 떠오르는 이름인 알파고와 비슷하게 “고”가 또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만 하필이면 또 “고”…..)

 

위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가게 안에 들어가서 물건을 집어서 나오면 그만입니다. 줄을 설 필요도, 카트에 실었던 물건을 벨트에 옮기고, 또 다시 가방으로 옮기는 수고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사용해 본 사람들의 평에 따르면 물건을 훔치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 뉴욕 타임즈 기자는 업체의 허락을 받고 물건을 훔치는 실험을 해 보았다고 합니다. 진열장에서 $4.35짜리 바닐라 음료의 겉을 종이로 감싼 뒤 팔 아래에 몰래 넣고 빠져 나왔는데, 가게를 나서자마자 챙겨 나간 물건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청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쯤 되면 편의성을 넘어 나를 하나 하나 지켜보고 있는 빅브라더 수준입니다.

뉴욕 타임즈 기자의 도둑질 실패 현장. 깔끔하게 청구 되었습니다. 30분 걸려서 음료수 하나 들고 나오다 걸린 것도 웃긴데, 그 와중에 할인까지 받았습니다.

무인 상점이라고는 하나, 요리 코너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고, 술 등의 나이 제한, 그리고 고객 안내를 위하여 몇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재고를 선반에 쌓아 두는 작업도 아마 아직까지는 사람이 할 것 같습니다. 거대한 자동판매기와 같은 느낌입니다.

인공 지능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일들이 점점 현실화가 되는것 같습니다. 조금 오싹하면서도 한번 가 보고 싶어집니다. 현재는 시험 삼아 한 곳만 오픈하였다고 하는데, 당분간 가게 문을 닫지 않는 다면 조만간 한번 취재를 다녀 오고 싶습니다.

아마존이 꿈꾸는 스스로의 미래 모습은 영화 Wall-E에 나오는 B&L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Wall-E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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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ience Life의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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