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측정 기기 개조로 고발 당한 한 당뇨 환자의 엄마

당뇨병 환자들의 생활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혈당을 수시로 확인하여 적절한 시점에 인슐린등을 투여하지 않으면 삼각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혈당을 가장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방법이 채혈이다 보니 환자는 위 사진과 같은 손가락 채혈을 하루에도 여러번씩 해야 합니다. 특히 당뇨 환자가 어린 아이일 경우 이 채혈의 고통이 당뇨 자체의 고통보다도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1형 당뇨 자녀를 두고 있는 한 엄마가 있었습니다. 매일 채혈 때문에 고통 받는 자녀를 보다 못한 이 엄마는 해외에서 실시간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한 기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를 들여왔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인 엄마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기기가 측정하는 혈당량을 실시간으로 볼수 있도록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였습니다. 그 결과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은 크게 개선이 되었고 엄마는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다른 환우들을 위하여 이 기기를 구매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남기지 않고 판매하였습니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물고 늘어졌습니다. 기기에서 측정된 데이타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도록 개조한 것이 불법 의료기기 수입 및 개조라는 것이라는 사유로 고발하였고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 된 상태입니다.

확인해보니 이 환자 보호자가 구매한 기기는 미국의 Dexcom사에서 개발한 기기로서, 피부아래에 작은 센서를 삽입하여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미국 FDA의 승인도 받았고 정상적으로 판매 되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기기입니다. 그리고 이 기기의 가장 최근 버전은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환자 보호자가 기기를 개조하던 시기에는 이 기능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의료기기의 불법 개조 행위는 잠재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개조가 판매 및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더더욱 엄격한 룰을 적용하여 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러한 사항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기의 측정값을 단순히 블루투스로 전송하는 것을 의료기기 자체에 대한 개조로 보고 세차례에 걸친 조사에 이어 검찰에까지 사건을 송치한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 주의이며, 식약청 스스로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대목 입니다.

상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고발이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작 식약처가 고발해야 할 사람들은 안아키와 같은 유사 과학을 이용한 잘못된 건강법을 전파하거나, 식품과 약품의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판매 경로를 확보할 때에는 식품인 척, 광고 할 때에는 약품인척 하지만 실제로는 placebo effect 외에는 효과가 없는 알 수 없는 물질을 판매하는 사람들인텐데 말입니다.

 

참고로 스타트업 법률 지원단에서는 아래와 같은 성명서를 3월 5일에 발표하였습니다.

희귀병 아이를 돌보면 죄인되는 나라,
식약처는 소아당뇨 관리체계를 즉각 개선하라!
식약처, 김미영씨 조사에 따른 스타트업법률지원단 기자회견

1. 귀 언론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위원회 주관)」과 「(사)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법률지원단」은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의료기기인 연속혈당측정기를 수입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전송받게 개조하였고, 이를 소아당뇨 환자 커뮤니티에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김미영씨(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대표)의 변론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김미영씨 사건의 쟁점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김미영씨가 연속혈당측정기를 1형 당뇨(소아당뇨) 커뮤니티에 게재한 행위가 표시광고법상 광고-무허가 의료기기의 광고 게재에 해당하는지(의료기기법 제24조) 여부와 수입한 연속혈당측정기를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한 행위가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 내지-무허가 의료기기 수입판매 내지(의료기기법 제26조) 여부입니다.

4. 그러나 김미영씨가 1형 당뇨(소아당뇨)커뮤니티에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정보를 게재한 행위가 의료기기법 제24조 및 표시광고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광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김미영 씨가 사업자에 해당하여야 하지만 김미영씨는 일반 소비자일 뿐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또한 1형 당뇨(소아당뇨)커뮤니티는 소아당뇨 환자 및 그 부모들과 의사 등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커뮤니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표시광고법상의 광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의료기기법 제24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5. 게다가 연속혈당측정기를 자신의 아이와 다른 부모들의 자가 사용을 위해 수입한 것일 뿐, 수입을 업으로 하려고 한 사실이 없으므로 무허가 의료기기의 수입판매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한 연속혈당측정기에 설치한 것은 연속혈당측정기가 이미 생성한 데이터를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하여 스마트폰 화면에 그대로 보여주도록 전송만 하는 장치이므로 이를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의료기기법 제2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6. 무엇보다 현행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사업 종사자들의 허가, 인가 및 신고 절차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개별적인 사용자(소비자)를 위한 허가 등의 절차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만일 식약처가 김미영씨를 고발하게 된다면, 의료기기 사업 종사자들을 제외하고 응급치료 목적으로 자가 사용을 위해 의료기기를 수입하는 환자, 부모 등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내모는 행위로서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식약처의 설립 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할 것입니다.

7. 이에 스타트업법률지원단은 식약처에 김미영씨에 대한 조사를 즉시 중단할 것과 소아당뇨 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와 함께 별첨과 같이 기자회견을 개최하오니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식약처의 자유게시판에는 이미 이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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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ience Life의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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