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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고등학생이 2주 남짓의 인턴기간을 활용하여 수준급의 논문을 작성한 것을 놓고 갑론을박 온통 저마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단시간에 관심을 많이 받은 논문이 또 있었나 싶다.
먹고사니즘에 잠시 뒷전으로 기고를 미뤄뒀던 것도 있지만, 나까지는 나설 필요 없다는 생각에 잠자코 있었는데 누군가는 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야기가 아무리 봐도 나오지 않은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오랜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다. 한가지 미리 분명하게 말하고자하는 바는 필자는 본 기고를 통해 조국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변명 할 목적도 아니고, 조국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도 아니다. 애당초 이 논문은 조국후보자가 직접 연관되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조국후보자의 논문이 아닌, 그 딸이 주저자로 명시된 논문이다. 다만, 사람들이 2009년에 출판된, 2007년 혹은 그 전에 수행된 결과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고 조금씩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자 함이 최종적인 목적이다.
드러난 문제점
간략하게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되짚어보면, 크게 1) 조국후보자 딸의 저자 문제와 어쩌면 더 큰 문제인 2) 연구 자체와 연구비 활용에 대한 문제 두가지 측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관련한 문제로는 과연 2주간의 인턴기간 동안 의학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연구에 참여했다고 하였지만 그게 1저자만큼 공헌도가 가능한가? 비의료인이 연구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는가? 연구와 연구비에 대한 문제로는 귀한 연구비가 고등학생 논문을 위해 유용되었다! 연구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연구비가 쓰였다. 이렇게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씩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1) 저자 문제
단도직입적으로 2주의 시간으로 1저자 논문을 쓸 수 있나? 필자의 결론은 불가능하다이다. 논문에 올라갈 그림 하나를 만드는 데만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며, 이렇게 완성된 그림이 최소 10개 이상은 되어야 제법 모양을 갖춘 논문이 탄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연구를 진행해 본 자신의 경험, 혹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혹은 근래에 많은 정보를 통해 얻은 결론이 이럴 것이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필자의 결론이 불가능하다였지만, 가정에 가정을 거듭한다면 2주의 인턴으로 1저자 논문을 쓸 수 있다는 결론 역시 가능하다. 가정에 가정을 거듭해야 하니 그럴 확률이 희박하긴 하나, 확률적으로 희박함이 불가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장 먼저 논문의 책임저자(혹은 교신저자)가 이야기하는 제 1저자의 요건으로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연구 결과에 대한 기여도가 크며 논문 작성을 직접 한 사람이라고 꼽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요건을 모두 동시에 모두 다 갖춘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각자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뒤집어 말했을 때 한가지는 공통된 말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을 직접 쓰지 않은 사람은 1저자 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
해당 논문을 다시 보자.
논문 제목이나 내용이야 이미 수십번은 봤을 테니 여기 지면에서 다시 거론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다만 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연구를 위한 인체유래물 (여기서는 혈액에서 뽑은 환자 DNA가 될 것이다)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확보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필자의 경험에서 이야기해보면, 아무 환자 혈액을 다 채취할 수 없다. 미리 본 연구에 포함하고자하는 대상과 전체 숫자를 개략적으로 정해놓고 연구를 시작했을 것이다. 즉, 이 연구는 이미 2002년 이전에 계획해서 시작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본문에 실려있는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환자의 유전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유전자 중 특정 부분을 PCR 방법을 통해 대량으로 증폭했으며, DNA를 자를 수 있는 BanII 혹은 MspI라는 제한효소를 활용하여 유전자가 잘리느냐 잘리지 않느냐를 기준으로 유전자 서열을 확정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RFLP)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유전자 서열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긴 하나 현재에도 많이 쓰이는 방법이며 결과를 매우 빠르게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제한효소에 의해 잘렸는지 잘리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한 젤에서 확인하는 방법이 극히 예전 방법이며 동시에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이 이상하다.
연구가 실제로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04년 이후 때는 이미 Sanger sequencing 방법이 매우 보편화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유전자 서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Sanger sequencing 기법이 아니더라도 일반 agarose gel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고전적이고 어려운 방법으로 결과를 도출했다. 필자가 이 연구가 실제로는 2004년 이후가 아닌 한참 전에 진행되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여러 정황을 보았을 때, 해당 논문에 사용된 연구 결과는 실제로는 2007년이 아닌, 그 보다 한참 전에 누군가의 손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논문이 작성된 2007년 현재 실험실에는 이 결과를 만들어낸 연구원이 없을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즉, 현재 주인이 없는 결과물인 것이다. (지금이야 연구 윤리가 그나마 많이 정립되어서 오래전에 다른 곳으로 옮긴 사람의 결과물도 기여도를 인정하여 저자 목록에 명시하지만 이미 12년 전의 일이라는 사실을 떠 올리길 바란다). 비슷하게, 환자의 정보를 통해 도출된 정보 역시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정리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저자 목록이 모두 교수라고 알려진 것을 보아도 실제 데이터를 정리했을 레지던트 혹은 펠로우는 2007년 당시에 기관에 있지 않거나, 교수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정리하면, 몇 명의 사람이 단편적으로 기여한 결과들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종합해서 초고를 작성한 사람이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조국후보자 딸에게 초고 작성을 시켰을 수 있다. 이렇게, 아무도 손대지 않은 초고를 작성한 경우 보편적으로 초고 작성자의 기여도를 가장 높게 평가하여 1저자 위치에 배치한다.
물론, 작성된 필체나 내용을 보았을 때 조국후보자 딸이 작성한 최초의 형태로 논문이 출판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어느 수준 이상에 오르기 전까지 석사과정은 물론이고, 박사과정 혹은 박사후연구원 역시 본인이 작성한 초고가 지도교수의 손에 다녀왔을 때 새빨갛게 난도질되어 돌아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작성된 석사학위논문, 박사학위논문, SCI 1저자 논문… 본인이 1저자로 논문 작성을 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학위논문을 포함 1저자 논문에서 박탈해야 한다.
아직 논문을 써 본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한번쯤은 써 봤을 자기소개서를 떠 올리면 될 것 같다. 학교선생님이든 학원선생님이든 아니면 부모님이든 누군가가 첨삭하거나 조언을 주면 자기가 쓴 것이 아니게 된가? 답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국후보자 딸이 이렇게 전체 초고를 완성하였다면 1저자에 배치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 재차 말하지만 초고를 완성하였다면…
고등학생은 비 의료인이며 따라서 환자 데이터를 정리하여 작성하였다면 연구윤리 위반을 넘어 심각한 의료법 위반이라는 지적 역시 위의 가정을 통해 기각된다. 흩어져있는 정황을 종합하면, 조국후보자 딸은 환자 데이터를 정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그 데이터는 정리된 채로 존재했을 것이다. 물론, 개략적으로 정리된 결과를 테이블로 구현하는 것을 직접했을 수 있다. 또한 환자 데이터를 정리하여 결과를 정리한 의료인이 논문 초고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1저자가 될 수 없다. 그 의료인이 공동저자에 배치되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따라서 그 주장 역시 기각된다.
소속을 단국대로 지칭한 것이 문제가 되나? 소속을 명시할 때는 그 연구가 실제 수행된 곳의 소속을 적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다른 기관에 소속된 상태로 공동연구 형태로 진행된 연구가 아닌 이상, 즉 외고와 단국대가 공동연구를 진행한 것이 아니니 조국후보자 딸의 소속을 단국대로 쓰는 것이 잘 못 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전산오류로 박사로 기재되었다는 해명 역시 진짜일 것이다. 연구비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우리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내지는 페이스북 같은 인터페이스를 떠 올리면 곤란하다. 지금이 2019년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엉망진창으로 돌아간다.
다 인정한다고 하자. 2주간의 물리적 시간이 논문 작성에 가능한 시간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인턴’을 수행한 것이 2주라는 것이지, 2주만에 실험과 초고 작성을 끝냈다는 뜻이 아니다. 상기한 것처럼 이미 모든 결과가 산발적으로 확보된 상태라면 밀착관리한다면 2주만에 초고 작성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알려진 것처럼 해당 학생은 외고 학생으로 영어에 대한 한계마저 없다. 의학 용어가 어려워서 불가능하다? 우리가 글을 통해 새로운 단어를 익히고 내용을 알게되는 것처럼, 기존의 연구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몇 편 읽는다면 용어에 대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물론, 필자의 주장은 조국후보자 딸이 논문 초고를 완성하지 않았다면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 언급한 것처럼, 계속되는 가정과 가정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2) 연구 혹은 연구비 문제
그 다음으로 보아야 할 내용은 저자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며, 어쩌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능한 부분이다.
해당 연구는 제 5저자(이게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후술한다)의 연구비로 수행되었음이 명시되어 있고, 그 연구비는 2006년에 수주하여 2007년에 종료된 과제이다. 그리고, 연구비를 수주했을 때 계획된 연구는 LPS를 활용한 생쥐 연구였다.
일단 생쥐연구를 계획하여 수주한 연구비로 순수 환자 연구에 연구비를 썼다는 내용은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연구비 규정상 연구 기간 내에만 연구비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조국후보자 딸이 인턴을 위해 방문하기 이전에 연구비를 활용한 연구 결과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까운 국가 세금이 조국후보자 딸을 위해 낭비되었다는 내용은 자연스럽게 기각된다.
이 연구를 위해 쓰인 연구비는 제 5저자 분이 생쥐연구를 계획하여 수주한 신진연구비다. 신진연구비는 박사학위 취득 후 7년 이내 혹은 만 40세 이전인 독립된 연구자로 출발하는 연구자가 지원할 수 있는 연구비며, 새롭게 독립된 연구자로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최초 계획한 연구가 실패하더라도 문책하지 않는 연구비다. 쉽게 말해 조금은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해 보라는 의미의 연구비라고 할 수 있다.
속 사정은 어떻게 되었던지, 저 연구비는 생쥐연구를 계획하였으나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환자 연구를 위해 연구비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매우 부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저 환자 혈액은 이미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채집되어서 연구비를 신청하려던 2005년 말 2006년 초에는 이미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연구를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면 이 연구를 계획했다면 이미 해당 환자 혈액을 가지고 연구비를 수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은 IRB 자체를 연구비 수주 이후에 신청했을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던 앞 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연구비를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못 했을 가능성 역시 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필자 주: 익명의 제보에 의하면, 현재 규정상 책임저자 혹은 제 1저자가 아니더라도 연구비를 사사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아래 단락은 사실과 맞지 않다. 혼동을 막기 위해 원 단락은 그대로 둔다>
제 5자의 연구비가 이 연구를 위해 쓰였다고 공개된 것도 매우 의아한 부분이다. 연구비는 국가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어떻게 연구비가 쓰였고, 그 결과 어떤 실적이 달성되었는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연구비를 신청할 때 연구계획에 연구 실적을 몇 편 달성할 것인지를 명시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이 옳으니 따라야한다는 논지는 아니며, 현행 규정이 그렇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연구 실적물로 등록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직접 달성한 결과물이어야 하고, 이는 제 1저자 혹은 교신저자를 의미한다. 즉, 이 연구비는 교신저자가 아닌 사람의 연구비로 진행된 연구임을 말하는 것이다. 비틀어 이야기하면, 제 5저자의 연구비는 교신저자의 실적을 위해 쓰였다 혹은 후배 교수가 받은 연구비가 선배 교수 연구를 위해 쓰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 주: 여기까지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임을 명시한다>
IRB 역시 문제점이 보인다. 필자는 타 연구진의 연구 논문을 심사할 때 인체유래물연구를 했거나 동물실험을 한 경우 반드시 IRB 승인 번호 혹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번호를 명시하라고 지적한다. IRB 심사를 받지도 않고 임의로 연구를 수행해 놓고 거짓말로 IRB 승인 받은 것처럼 속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 역시 IRB 승인을 받았다고 명시했으나, IRB 번호는 공개되지 않았다. IRB를 과연 통과했는지 역시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맺음말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무리 10년 전 있었던 일이라고 할지라도, 낯 부끄럽게 자행되었던 불법적인 것들이 고스란히 담긴 논문이다. 조국후보자가 직접적으로 해당 교수에게 딸을 1저자로 해 달라는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1저자 파동 문제는 책임저자의 문제로 넘어갈 것이다. 또한 생쥐연구로 받은 연구비를 선배 교수의 실적물로 유용된 것은 경우에 따라서 문책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부끄러운 소란은 연구 실적을 제 1저자 및 책임저자 두 사람이 고스란히 전부 다 가져가는 것에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풍토는 나랑 친하다고, 선배 교수라고, 앞으로 키워줘야 한다고 아무런 실질적인 기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악습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과 10년 전의 일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2019년은 2009년에 비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분노는 정당하다. 한가지 바란다면 지금의 분노를 앞으로도 계속하여 악습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수 있도록 승화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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