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군락에서 발견한 액체 상태 분자의 패턴

사자성어 “유유상종”과 가장 유사한 의미를 지닌 영어 속담으로 “같은 깃털의 새들은 모여 산다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가 있습니다. 이 속담처럼 보듯이 일반적으로 같은 종류의 동물들은 모여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집 생활을 함으로서 포식자로부터 잡아 먹힐 확률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이를 구하거나 자손을 양육하는데 많은 유리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 말고도 군집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동물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옛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혼자서는 살아가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간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작은 공간 안에 많은 개체가 고밀도로 모여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서, 서울만 하더라도 천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불과 600 km2의 영역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 밀도로 16,288명/km2으로서 한 사람당 가로 세로 약 7.8m 정도의 정사각형의 면적 속에 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이는 숲과 강을 포함하는 서울 전체 면적을 단순히 인구 수로 나눈 것이고, 실제로는 아파트와 같은 고밀도 주택에 모여 살고 있으니 실제 체감하는 면적은 이보다도 훨씬 더 작을 것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은 아파트 밖에 안보입니다. (출처) 서울은 전세계 도시 인구 밀도로 6위 입니다.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들은 인도, 방글라데시, 이집트의 도시들 뿐 입니다.

모여서 사는 것이 생존의 유리함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에는 어떤 적절한 거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너무 멀면 모여 사는 것은 장점을 누릴 수 없을 것이고, 너무 가까우면 서로가 불편하니 말입니다. 한동안 사회 문제화 되었던 아파트의 층간 소음 문제는 이런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근길의 지하철을 떠올려 본다면 우리가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얼마나 고밀도로 집적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모여 사는 이익은 극대화 하면서도 자신의 삶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남극의 왕펭귄을 관찰하던 한 연구진이 펭귄 사회에서도 이런 적정 거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왕펭귄. (황제펭귄과는 다름. 이미지 출처)

왕펭귄은 둥지를 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영역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조류인데, 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장면을 항공 사진으로 촬영하여 분석한 결과 (이 글 커버 사진), 이들 사이에는 매우 엄격한 거리에 대한 룰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액체 상태의 개별 분자들이 움직이는것과 매우 유사한 패턴이라는 것을 발견하여 논문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 펭귄들간의 거리를 결정하는 요소는 서로의 부리가 닿지 않아서 쪼을 일이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지면서도 몰려서 사는 장점인 체온 유지는 할 수 있을 정도로는 가까운 거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글 맨 위에 있는 사진과 같은 예술적이고 질서가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군락을 이루었을때의 분포는 마치 분자 한개로 이루어진 층을 가지고 있는 액체와 매우 유사한 패턴이라고 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펭귄이라는 거시 영역의 동물과 액체 상태 분자라는 미시 영역의 물질과의 연관성을 발견하였습니다만, 자연계에는 이와 비슷한 현상이 사실 많이 발견됩니다. 한 예는 세포입니다. 세포를 배양하면 이들이 세포 한 층 높이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골고루 넓게 자라는 현상이 목격됩니다. 옆 세포와 접촉하는 지점에 있는 세포는 더이상 분열을 하지 않고, 주변에 공간이 있는 세포들만 분열하여, 결과적으로는 세포들이 한 층을 이루어 넓은 영역에 퍼져서 성장하는 것 입니다. 이를 contact inhibi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장 많은 수의 세포들이 배양액으로부터 영양분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현상이라고 설명됩니다. (다만, 암세포가 되면 이런 contact inhibition 능력을 상실합니다.)

Contact inhibition의 설명. 슬라이드 출처

또한 펭귄보다 더 큰 개체들 중에서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에서 발견되는 Crown shyness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라는 나무들도 저 꼭대기의 햇빛을 받는 곳에서는 서로의 가지가 닿는 곳에서 더이상의 성장을 멈춰 가지와 가지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형성하는 현상입니다.

Crown shyness의 한 예 (출처)

액체 분자, 세포, 펭귄, 나무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발견되는 이러한 현상은 같은 패턴이 스케일을 달리하며 무한히 반복하는 프랙탈과도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분자보다 더 작은 원자, 그리고 생명체보다 더 큰 우주까지도 거대한 프랙탈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층간 소음을 비롯하여 우리가 도시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타인과의 불편함은 도시라는 공간이 제공해 주는 구성원들사이의 거리가 자연적으로 필요한 적정거리보다 짧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이 정도의 질서와 편의성 그리고 위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적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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