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광고를 무너뜨리는 세가지 질문

(커버이미지 :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춰)

안녕하세요, tSL 필진에 새로 들어온 오상(필명)입니다. 반갑게 인사드립니다.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광고들이 있습니다. 길가에서도, 서점에서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TV나 웹페이지에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숱한 광고들을 맞닥뜨립니다. 요즘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참신한 광고들도 많아서 광고 그 자체가 하나의 재밌는 컨텐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종종 의심스러운 광고들도 보이곤 합니다. 팔목에 차기만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오른다는 팔찌 광고라든지, 몸에 붙이면 통증이 완화되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는 자석 패치 광고라든지, 체온을 1도씨 올리면 면역력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라든지, 화상부위에는 온찜질을 하고 햇볕을 쬐여야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라든지…. 이외에도 키 성장, 체중 감량, 탈모 개선 등의 의학적 효과를 주장하지만 그 내용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필요해보이는 광고들도 많습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 상의 광고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의나 제재를 받지는 않는 만큼, 비판적인 소비자의 관점이 항상 필요합니다. (혹시나 하여 첨언하자면, 저는 위의 예시들을 비롯하여 아래에서 언급될 예시들이 거짓광고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도서관: 인터넷에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니까. (출처)
거짓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공부를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

이러한 광고들을 대하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그냥 무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만, 그것이 항상 최선은 아닐 것입니다. 해당 광고내용의 사실 여부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이 항상 있을테니까요. 이를테면 어떤 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는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광고의 신뢰도와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할 필요성을 느낄 것입니다. 이번 글 “거짓광고를 무너뜨리는 세 가지 질문”에서는 그러한 광고의 비판적 검증에 도움이 될만한, 거짓 광고를 판별할 수 있는 아주 본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질문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그게 뭔데?” – 광고의 내용을 엄밀하게 확인합니다.

비판적 검증에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논의의 엄밀함 (rigorousness, 오해의 소지 없이 명확함)입니다. 용어나 서술에 있어서 그 뜻이 모호함 없이 명확해야만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광고의 용어나 서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면 우리는 항상 그 명확한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주장하는 성질을 ‘어떻게 측정/관찰하느냐’하는 질문도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자석 패치는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돕습니다!”

  • “혈액순환이 잘 된다는게 뭐고, 그것은 어떻게 측정했습니까?”

“체온을 1도 높이면 면역력이 3배 오릅니다!”

  • “체온을 어느 값에서 어느 값으로 올릴 때를 의미하는 것입니까? 또한, 3배 올랐다는 면역력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측정했습니까?”

“이 제품은 음이온을 방출하며….”

  • “방출한다는 음이온은 어떤 음이온을 말하는 것이며, 음이온 방출여부와 그 양은 어떻게 측정했습니까?”

“과로는 기와 기혈를 고갈시켜 몸에 사기가 침범하게 만들며, 이 때문에 암을 생기게 한다.”

  • “‘기’, ‘기혈’, ‘사기’라는 용어의 명확한 정의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측정했습까?”

정말 많은 거짓 광고들을 이 질문 하나로 걸러낼 수 있습니다. 정작 속알맹이는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애매모호한 수식어구로 치장해서 그럴 듯해 보이는 모호한 광고를 하곤 하고, 그런 주장들은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 앞에서 취약하니까요.

저는 얼마 전 ‘잔류농약을 3분만에 완벽히 제거한다’고 주장하는 한 분말형 과일∙채소 전용 세정제 광고를 보았습니다. 제품의 성분이 ‘100% 이온화칼슘’이라 광고되고 있었습니다. ‘잔류농약 제거 효과의 진위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온화칼슘은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가’ 싶어서 성분표를 보니 산화칼슘(CaO)이라고 적혀있더군요. 참고로 산화칼슘의 다른 이름은 생석회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보니 20 kg짜리 포대 하나에 1~2만원에 팔리고, 고순도 시약은 1 kg에 2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헌데 해당 제품은 겨우 70 g에 불과한 산화칼슘을 1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고 있었습니다. 성분표를 보면 다를 것 없는 산화칼슘일텐데 말이죠. 창조경제 말고는 달리 표현할만한 용어가 없더군요. 더욱이, 산화칼슘의 잔류농약 제거 효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문헌 또한 별달리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모호한 광고들을 보고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뭔데?”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리고 그 성분과 정확한 측정방식을 확인하고자 노력한다면 우리는 광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그 과정에서 거짓 광고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 작용기작을 물어봅니다.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제품의 작용기작을 묻는 것은 가장 간단하고 본질적인 질문인 동시에 제품에 대한 판매자의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그 답변으로부터 우리는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새로운 지식이나 의문점까지도 찾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팔찌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줍니다!”

  • “그 팔찌가 어떻게 혈액순환에 도움을 줍니까?”

만일 판매자가 이러한 질문을 무시하거나 공격적으로 대한다면, 아마도 적절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구체적인 질문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겠지요. 판매자가 답변을 주더라도 그것이 명료하지 않을 때는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들어 혈액순환을 돕는 위 질문에 대해 판매자가 ‘자성을 가진 팔찌가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핏속의 철분이 자기장에 이끌려 잘 순환한다’라는 답을 준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겠습니다.

“핏속 철분이 자기장에 이끌린다고 한다면, 오히려 팔찌를 찬 곳에 피가 뭉쳐서 피가 못돌지 않겠습니까?”

혹은 약간의 배경지식과 검색능력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겠습니다.

“핏속의 철분은 헤모글로빈이라는 분자 안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제가 방금 찾아본 바에 따르면 헤모글로빈은 그 산화 상태에 따라 상자성(paramagnetic; 자기장에 약하게 이끌림)이거나 반자성(diamagnetic; 자기장에 약하게 반발함)을 띄며, 이는 팔찌의 약한 자기장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낳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판매자가 이러한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거나 발언을 차단하여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비판적 논의를 볼 수 없게 만든다면, 이는 그 제품과 광고가 믿음직하지 않다는 방증이 될 것입니다. 질문 몇 개로 거짓광고를 걸러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방법인 것이죠!

 

“얼마나?” – 유효량을 물어봅니다.

어떤 물질의 효과나 위험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항상 정량적인 분석과 근거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어떤 제품의 의학적 효과를 주장한다면 그것을 ‘얼마나 복용해야 해당효과가 있는지’ 명확해야하고, 어떤 물질의 위험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도 그것에 ‘얼마나 노출돼야 위험한지’가 명확해야합니다. 때문에 어떤 효과(특히 의학적 효과)를 주장하는 광고에 이러한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항상 ‘얼마나?’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제품의 성분 A는 체중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 성분 A를 얼마나 많이 먹어야 유의미한 체중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까? 그 정도의 A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그 제품을 얼마나 섭취해야합니까?”

 

“널리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 B가 저희 제품에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 “타사 제품에 들어있는 B의 양은 얼마나 되며, 그 양이 인체에 유의미한 유해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혹 엄밀한 통제 하에 안전 기준치보다 충분히 낮은 농도로 쓰이는 물질을 ‘유해 화학물질’이라 일컬으며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한편, 저는 얼마 전 페이스북 상에서 한 한의사가 “싱겁게 먹는 것은 대재앙이다”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몇몇 문구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뇨병은 소금만 충분히 먹어주면, 쉽게 고칠 수 있다”
“의사들의 저염식 권장은 결코 옳지않다”
“소금을 충분히 섭취하면, 혈액의 흐름이 개선되 건강장수 할 수 있다”

(주석: ‘옳지않다’, ‘개선되’라는 오탈자는 직접인용을 하다보니 생긴 것이며, 각각 ‘옳지 않다’와 ‘개선돼/개선되어’가 문법에 맞습니다)

물론 위의 글은 그 내용 자체로도 문제가 많은 주장이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니 글 어디에도 소금을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충분히’ 먹으라고만 할 뿐이었죠. 물론 사람은 소금을 섭취해야하지만, 다른 모든 물질과 마찬가지로 많이 먹으면 위험합니다.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 없이 ‘충분히’ 먹으라고만 조언하는 것은 사람들이 소금을 위험수치 이상까지 섭취하도록 조장하고 선동할 할 위험이 있습니다. 참고로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 평균은 3.6 g을 웃돌며, 이는 미국 심장학회(AHA) 권장량(1.5~2.4g)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2g)을 이미 충분히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뭘 얼마나 더 먹으라는 걸까요?

저명한 기관의 권장량 이외에도 소금 과다섭취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실험과 연구는 많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극적인 것은 바로 ‘소금을 한 번에 얼마나 먹어야 죽을까’를 측정하는 것이겠지요. 소금(염화나트륨, NaCl)의 물질안전보건자료[1]를 참고하면, 래트(rat, 큰 쥐)의 질량 1 kg당 3 g의 소금을 래트에게 갑작스럽게(급성) 먹이면(경구) 래트가 절반의 확률로 죽습니다 (래트에 대한 소금의 급성 경구 반수치사량은 3 g / kg).

만약 래트의 질량이 500 g이라면 1.5 g의 소금, 래트의 질량이 200 g이라면 0.6g의 소금을 갑작스럽게 섭취하는 것이 래트를 절반의 확률로 죽이는 것이지요. 반수치사량이 생물 종에 상관 없이 질량에만 비례한다고 가정하면, 질량이 50 kg인 사람의 경우 150 g의 소금을 섭취하면 절반의 확률로 죽습니다(3 g / kg * 50 kg). 물론 래트와 사람의 생리적 차이 등으로 인해 구체적인 치사량은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 정도의 소금을 단기간에 섭취하는 것이 생명에 상당한 위협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는 ‘의학적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소금을 지속적으로 과다섭취하여 죽은 환자의 사례도 있는데요,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때 구체적인 양을 명시하지 않고 그저 소금을 “충분히” 먹으라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습니다.

이처럼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정보 없이 의학적 효과나 유해성 등을 주장하는 광고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져 그 신뢰도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거짓 광고를 무너뜨리는 세 가지 질문을 살펴보았습니다. 광고의 내용을 엄밀히 확인하는 “그게 뭔데?”라는 질문, 작용기작을 물어보는 “어떻게?”라는 질문, 그리고 유효량을 물어보는 “얼마나?”라는 질문. 세 질문 모두 아주 간단하지만 동시에 아주 본질적인 질문이지요. 거짓말로 포장된 주장은 이런 본질적인 질문과 의심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오직 진실만이 비판을 견딜 수 있다.”—칼 세이건

저는 소비자들의 질문과 문제제기를 통해 거짓 광고가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그에 더하여, 거짓이나 과장 없이 양심적으로 광고되는 상품들이 더 인정받으면 좋겠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에서 거짓과 기만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서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 길을 걷는 것은, 우리 개개인이 의심스러운 광고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다음에 의심스러운 광고를 본다면 질문을 던져봐주세요. “그게 뭔데?”, “어떻게?”, “얼마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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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물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육, 과학 커뮤니케이션, 사회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 등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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