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다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법 발견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은 슈뢰딩거 방정식이라고 하는 미분방정식입니다. 그러나 수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분방정식을 푸는 일반적인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양자역학에서도 정확한 해가 알려진 입자의 운동은 극히 드물고, 보통은 ‘근사(approximation)’를 사용해서 간단한 형태의 방정식으로 바꾸어 입자의 운동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어떤 물질의 성질에 깊게 관여하는 것은 바로 전자(electron)입니다. 따라서 물성을 연구할 때에는 전자의 움직임을 먼저 찾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 전자라는 것은,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이들 상호작용을 고려한 에너지 연산자를 해밀토니언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자면, 전자 자신의 운동에너지, 퍼텐셜에너지, 원자핵과의 상호작용, 주변 전자와의 상호작용등이 있겠군요. 이것만 하더라도 이 전자의 정확한 움직임을 기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근사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섭동 이론(perturbation theory)입니다. 이 이론은 이미 운동을 기술할 수 있는(해를 정확히 알고 있는) 해밀토니언에 작은 항이 추가되었을 때의 에너지 변화를 다루는 이론입니다. 즉, 복잡해서 풀기 어려운 해밀토니언을 ‘이미 답을 알고 있는 해밀토니언 +그 외의 항(섭동항)’으로 분리시킨 후 입자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많은 물리 현상들은 이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섭동 이론은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섭동항이 작지 않은 크기의 에너지를 갖는 경우일 때에는 운동의 정확한 기술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컴퓨터의 힘을 빌려서 계산하게 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Michigan State University의 Dean Lee 연구팀은 섭동항의 범위를 넘는 항이 추가될 때 바닥상태의 에너지를 구하는 새로운 계산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샘플로서 몇몇 섭동항의 값에 대해 파동함수(미분방정식의 해)를 구합니다. 이 때 얻어진 파동함수의 집합이 만드는 궤적(trajectory)을 추적하여 특정 범위를 초과하는 항이 추가될 때의 바닥상태의 파동함수를 ‘예견’합니다. Lee 연구팀은 이 방법을 ‘고유벡터 연속법(eigenvector continuation)’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한국어 번역은 임의로 지었습니다).

이 방법의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 Lee 연구팀은 초전도체 모델로서 활용되는 Bose-Hubbard 모델을 그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같은 위치에 있는 전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섭동항으로 취급합니다. 기존의 섭동 이론으로 계산하면 섭동항이 일정 범위를 초과할 때 실험값과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Lee 연구팀이 고안한 고유벡터 연속법으로 계산하게 되면 몇 개의 샘플을 추적하는 것으로 보다 정확한 값을 얻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 계산 방법은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매개변수에 관해서는 기존 방법보다 훨씬 정확하지만 입자 수와 같은 이산적인 변화에 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고 Lee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또한 Lee연구팀은 기존 방법으로 구할 수 없었던 여러 문제들을 고유벡터 연속법으로 계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결과는 2018년 7월 17일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되었습니다.

DOI: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21.03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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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일본에서 응집물질물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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