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이론의 시작

못이 하나 없어서 말발굽 편자를 못달았네.
말발굽 편자가 없어서 말을 잃었네.
말을 잃어서 전령을 보낼 수 없었네.
전령을 보낼 수 없어서 전투에서 졌다네.
전투에서 져서 나라를 잃었다네.
이 모든 것이 못이 하나 없어서라네.

(커버 이미지 : 혼돈 이론의 한 부분인 나비 효과를 설명하는 13세기의 한 영시. )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의 근원을 탐구합니다. 우주의 근원을 탐구해서 빅뱅이론을 연구하고 있으며 물질의 근본을 연구해서 원자론을 확립했습니다.

그와 함께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자연현상의 근원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습니다. 강을 흐르는 물결의 움직임이라든지 하늘에서 떼지어 날으는 새떼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고 산과 바다의 모습을 분석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수식을 찾아내면 그 현상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왼쪽 그림과 같이 한반도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가 있습니다. 이 비행기의 속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면 미분방정식(微分方程式, differential equation)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미분방정식을 풀면 이 비행기의 움직임에 대한 수식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수식을 이용해 특정시간에 이 비행기가 어디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변수 하나로 구성되어 풀이가 가능한 미분방정식을 선형방정식(線型方程式, linear equation)이라 합니다.

미분방정식 이야기가 나오니 진저리를 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분방정식을 싫어하는 것은 여러분들 뿐이 아닙니다. 많은 과학자들 역시 미분방정식에 경기를 일으킵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풀 수 있는 미분방정식은 오로지 변수가 단 하나(이 경우에는 비행기의 속도)인 미분방정식 뿐이죠. 변수가 하나라도 더 추가된다면, 그 미분방정식을 풀 수 있는 과학자는 없습니다. 이렇게 둘 이상의 변수로 구성되어 풀 수 없는 미분방정식은 비선형방정식(非線型方程式, nonlinear equation)이라 합니다.

이를테면 시시각각 변하는 풍속 역시 이 비행기의 위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비행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른 풍속 역시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변수가 두개(풍속, 비행기의 속도)가 되면 이 미분방정식은 비선형방정식이 되어 풀기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럴 경우 과학자들은 변수 하나를 무시하고(풍속은 변하지 않는다 가정하고) 선형방정식으로 근사하여 미분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물론 이 식은 정확한 수식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비행기의 위치를 알려주는 근사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과학자들은 많은 자연현상들을 수식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남아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조용히 흐르는 강물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강물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장애물에 의하 나타나는 난류(亂流, turbulence)라는 괴물이 왜 생기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로 풀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난류에 관련된 미분방정식은 변수 하나로 풀리는 방정식이 아니라 주위의 다른 흐름들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비선형방정식이기 때문이죠.

이런 난류에 대해 과학자들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한가지 – 이건 예외상황이니 무시해야겠다 –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과학자들은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됩니다. 바로 무지막지한 연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컴퓨터입니다.

사실 컴퓨터는 그동안 수학자나 과학자들이 문제를 풀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도구입니다. 이를테면 1부터 100만까지의 합을 계산한다고 해 봅시다. 전통적인 수학적(또는 과학적) 플이라면 수열의 합에 대한 수식(프리드리히 가우스가 10살때 찾은 공식)을 찾은 후에 변수에 대입해서 계산할 것입니다.


반면,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식은 보통 무식한 방식(brute force)라 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처럼 풀이방법을 찾아 최소한의 연산(위의 식에서는 3회의 연산)으로 답을 찾는 세련된(?) 방식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아무 생각 없이) 계산을 100만회 반복해서 답을 찾기 때문이죠.

sum=1+2+3+⋯+999999+1000000=500000500000

이런 이유로(또한 밑에서 설명할 오차 때문에) 수학의 증명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수학자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해법이 없는 비선형방정식을 계산하는 방법은 컴퓨터의 무지막지한 연산능력을 이용하는 것 뿐입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구태여 미분방정식을 풀지 않더라도 답을 찾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컴퓨터를 이용해서 어떤 식으로 비선형방정식을 계산할 수 있을까요?

최초의 풍속과 비행기의 속도로부터 1초 후의 비행기의 위치를 계산합니다.

1초 후의 풍속과 비행기의 속도로부터 2초 후의 비행기의 위치를 계산합니다.

2초 후의 풍속과 비행기의 속도로부터 3초 후의 비행기의 위치를 계산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임의의 시간의 비행기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참값은 아니고 근사값입니다. 무엇보다 매 1초동안 속도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한 계산결과이기 때문이죠.

말하자면 이 미분방정식을 제대로 풀어서 수식을 만들었다면 이 비행기의 이동거리는 다음 그림의 초록색 부분 넓이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미분방정식은 변수가 두개(비행기의 속도, 바람의 속도)이기에 풀 수가 없습니다. 이동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정시간간격의 계산을 반복하는 것 뿐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1초 간격으로 계산을 반복해서 구할 수 있는 값은 다음의 푸른색 넓이가 됩니다.


보시다시피 붉은색 넓이만큼의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매 1초간의 변화량을 무시했기에 이런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오차는 시간간격을 줄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시간간격을 반으로 줄이면 계산량이 두배로 늘어나는 대신 오차는 약 절반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시간간격을 밀리초(1000분의 1초) 또는 마이크로초(1백만분의 1초) 단위로 줄인다면 허용할 수 있는 오차범위 안에서 원하는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시간간격을 줄이면 계산량은 각각 1000배, 1백만배로 늘어나게 되겠지만, 그것은 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과학자들은 풀 수 없는 비선형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나는 자연현상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난류같이 이전에는 분석할 수 없었던 괴물들을 포획해서 해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결과는 놀라왔습니다. 비선형방정식으로 나타나는 자연현상들은 이제껏 다루던 다른 자연현상과는 전혀 다르게 매우 혼란한 모습을 하고 있었죠. 그러면서도 그 혼란 속에서 뭔가 질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괴물들에게 카오스(Chaos)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카오스 이론(Theory of Chaos)이라는 학문의 탄생이었습니다.

 

 


최근 기사들

안티백서가 인터넷을 만났을때

진보 논객으로 활동하다가 안티백서가 된 한 사람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연일 ...

팬데믹은 왜 우한에서 발생했을까?

(편집자 주) 최근 한 온라인 독립 과학 저널의 두 기고가가 ...

카오스 이론으로 풀어보는 지구 온난화

여러분이 카오스이론을 검색해 보면 흔히 다음과 같은 뭔지 모를 그림을 ...

코비드-19, 앞으로의 전개 방향, 그리고 생명과학의 중요성

[편집자 주] COVID-19, 코로나19, SARS-CoV-2는 모두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

심해생물들: 우리는 잘 살고 있습니다.

심해어 Chimaera monstrosa로 추측되는 물고기의 마지막(출처: MBC, News today, 2019 ...

강아지용 기생충약으로 암을 치료한다?

필자가 자주 서식하는 곳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글이 올라와서 필자의 눈을 ...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참솔

30년 경력 프로그래머입니다. 카오스 이론에 대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Latest posts by 참솔 (se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