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조작 배경을 설명하는 Jiankui He

제 2차 유전자 편집 국제 회의가 열리기 불과 이틀 전인 11월 25일, Jiankui He (이하 贺)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몇개의 동영상을 올린다. 세계 최초의 유전자 조작 인간에 대한 신문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 11월 26일이니 이 영상들은 사실상 그가 자신의 일을 세상에 최초로 알린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국제적인 비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이 영상 속에서 천진난만하게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업적”과 그 배경을 설명한다. 왜 그런 작업을 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뜻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시작 부분 두 아이의 출산을 이야기 하면서 감격에 겨운 듯 웃는 모습은 소름이 돋는다. 
정작 이틀 뒤 유전체 편집 회의에 나와서 발표할 때에는 다소 더듬거리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자기도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그때 쯤에서야 깨달은 것은 아닌가 싶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다시 보는 이 영상은 마치 범죄 예고 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볼 필요는 있다. 영상 속 그의 말을 통해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이와 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한번 살펴 보자.

혹시나 이 사건의 전말을 아직 모르는 독자는 이 글에서 먼저 확인하고 오기를 추천한다.

“두명의 귀여운 중국인 여자 아기들이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루루와 나나 입니다. 여느 아기들처럼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아기들은 병원에서 나와서 현재 집에 머물고 있고 엄마의 이름은 그레이스, 아빠의 이름은 마크 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보통 그러하듯 아마도 평범한 중국 이름을 가진 한 가족이 영어권 발표를 위해 어색한 영어 이름을 지어 붙인 것 같다. 이 가족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루루와 나나는 건강하고 안전하면서도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사실상 배아 공급원으로 전락해버린 나머지 49쌍의 커플들에게는 뭐라고 이야기 했을까?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세계적인 비난의 폭풍 속에서 자신들의 유전자 조작이 실패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까, 贺를 비난하고 있을까, 아니면 설마 아직도 전말을 모르고 있을까. 루루와 나나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였으나, 해서는 안되는 실험, 그 중에서도 실패한 실험 결과 발표의 샘플 이름이 사람 이름인 것을 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레이스는 시험관 아기를 통해 임신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가지가 달랐습니다.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수정되었을 때 우리는 약간의 단백질과 몇가지 도구를 넣어서 유전자 교정(Gene surgery)를 하였습니다. 루루와 나나가 단 한개의 세포였을때 이 유전자 교정은 HIV가 감염하는 관문이 되는 한 단백질을 제거하였습니다. 

며칠 후 루루와 나나의 배아를 엄마의 자궁에 착상하기 전, 우리는 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이 유전자 교정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 교정은 의도한대로 매우 안전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국제 선언문에서 하지 말라고 한 바로 그 일이다. 편집한 배아를 착상시켜 출산으로 유도하는 일…. 그리고 유전체 편집 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소위 off-target 효과가 없었다는 변명을 길게도 했다.

현재 인간 유전체 시퀀싱은 150 염기 길이 정도 읽을 수 있는 기기를 이용해 전체 30억개의 유전자를 약 30배 정도 읽어서 (약 900억 – 1000억 염기) 이를 다시 퍼즐 맞추기 하는 방식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贺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그도 이 방법을 통해서 시퀀싱 했다. 이는 한번에 10m X 10m 정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장착된 인공위성을 지구 상공으로 돌리며 지구 표면 면적의 약 30배 정도에 해당하는 사진들을 찍고, 사진들에 들어 있는 패턴들을 토대로 조합하여 구글 어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다. 물론 기존에 이미 시퀀싱이 된 인간 표준 유전체 정보가 있어 이를 참고하면 되기 때문에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울창한 숲만 계속 되는 지역이라거나 위치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이정표가 없는 바다와 같은 곳들은 어떻게 퍼즐을 맞춰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완성된 유전체 시퀀스라 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구멍들이 남는다. 따라서 이 정도 만으로는 다른 유전자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본인이 의도한대로 정확하게 편집 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아 애초부터 그의 목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변이인 CCR5-delta32를 유전자 편집을 통해 정확히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CCR5를 망가뜨릴 생각이었던 듯 하다. 그러기에 제대로 편집이 되지 않은 배아도 성공이라고 판단하여 착상한 것 같다. 사람을 그의 학부 전공으로 판단하는 것은 지양하고자 하나 물리학으로 입문하여 생명 물리학으로 옮겨 온 그가 생명 현상 내의 복잡한 현상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그의 발표 자료를 보면 좌측 하단에 CCR5-Delta32를 흉내(mimic)낸다고 쓰여 있다. 그리고 CCR5의 핵심적인 부분을 파괴하고 단백질 합성이 조기에 종료되도록 한다는 두가지 목적이 쓰여져 있다. 애초부터 Delta32를 정확히 구현할 생각이 아니라 CCR5만 망가뜨릴 생각이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닐텐데,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그레이스의 임신 과정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면밀히 관찰하였으며 모두 매우 정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때 우리는 다시 한번 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루루와 나나의 유전자 교정이 안전하게 이루어 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HIV감염 경로에 있는 그 유전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유전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아기들은 다른 아기들처럼 아주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입니다.”

출산 후에도 off target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타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의 조잡한 유전자 편집 실력으로 볼 때 이 주장도 믿음이 별로 가지 않는다.

“마크가 그의 딸들을 처음으로 보았을때 그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 보지 못했어요. 이제 세상을 살아야 할 이유, 일을 해야 할 이유, 그리고 삶의 목적을 찾았습니다.”

마크는 HIV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HIV 감염자는 매우 큰 차별을 겪어야 합니다. 고용주는 마크와 같은 사람을 해고할 수 있습니다. 의사는 진료를 거부합니다. 여성의 경우 강제로 출산이 금지되기도 합니다. 마크와 그레이스는 이런 무서운 세상에 자신의 아이들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감정에의 호소. 흄악 범죄자가 자신의 어릴적 불우했던 환경을 이야기 하는것 같다. 하지만 저 아빠는 이 전체 실험 과정을 알고 있었을까? 배아의 유전체 편집 후 착상에 이의 출산이 이전에 단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던 일이고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하겠다고 했을까? 아닐거라고 본다. HIV 보균자가 차별 받는다면 차별 받는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게 맞지 자신의 아이들의 유전자를 편집하는게 맞는 일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방법 말고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마크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제가 모르고 있던 세상이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과 같은 유전 질환이나 HIV와 같은 치명적인 감염으로부터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유전자 교정 기술은 아이들이 단순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만 부여해 주는게 아닙니다. 온 가족을 구하는 기술입니다. 저 자신이 두 딸들의 아빠로서 다른 부부가 사랑스런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선물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낭포성 섬유증은 겸형 적혈구증과 더불어 유전자 편집을 통한 질병 치료의 가장 가까운 타겟으로 보고 있는 질환이다. 어느 유전자의 문제가 저 질환을 야기하는지 다소 분명하게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섣불리 시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생식 세포를 건드리는 것은 더욱 금지다. 이들 병과는 달리 HIV는 유전 질환이 아니다. 따라서 유전자 편집을 통한 극복 대상 질환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멀쩡한 유전자를 파괴하여 HIV 감염을 막는다? 어처구니가 없다. HIV 감염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런 극단적인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루이스 브라운이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성공하였을때 세상은 깊은 패닉에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규제와 윤리는 시험관아기 기술과 함께 발전해 왔으며 매년 8백만명 이상의 아기들이 이렇게 태어납니다. 유전자 조작은 이 시험관 아기 기술의 또 다른 발전된 형태 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소수의 가족들에게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한적인) 기술입니다. 몇몇 아이들에게는 유전자 조작만이 유전질환을 치료하고 평생 이어질 고통으로부터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입니다.”


국제 합의에 위반된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문장이다. 동시에 자신의 일이 얼마 전 노벨상을 받은 시험관 아기 시술급의 무게를 지닌다는 주장. 사실상 이 끔찍한 일을 자행한 직접적인 동기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여러분도 이런 아이들에게 동정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의 부모들은 맞춤형 아기 (designer baby)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의학으로 치료 불가능한 질환으로 고통받지 않는 아기를 원할 뿐입니다. 유전자 교정은 오로지 치료 목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합니다. 지능을 높이거나 머리 색을 바꾸거나 하는 등의 교정은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하지 않을 일이며 철저히 금지되어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게다가 원하는 대로 편집이 되지도 않았으면 도대체 왜 착상을…

“저는 제가 한 일이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가족들이 이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믿으며 저는 그들을 대신해서 기꺼이 비난을 받겠습니다. 우리는 몇개의 짧은 비디오를 더 업로드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우리의 도덕적 가치와 우리가 어떤 작업을 했을지를 아실 수 있으실겁니다. 저희 실험실 홈페이지에 오셔도 좋습니다. 루루와 나나에게, 그리고 제게도 메일을 쓰실 수 있습니다.”


논란을 예상했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사실 그는 논란의 규모를 제대로 예상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한 사람은 아니었던것 같다. 유전체 편집 회의에서 발표 후 그는 온 세상이 자신을 왜 이렇게 비난하는지 모르겠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태의 규모를 예상할 수 있었다면 이 영상에서와 같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와서 자신의 만행을 설명하는 일이 가능했겠나도 싶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첫부분을 보면 한 박사가 새로운 암 치료제의 개발을 뉴스에 나와 인터뷰 하는 장면이 나온다. 뉴스 진행자가 마지막에 묻는다.

“그렇다면 암을 완전히 치료 하신거군요? (So, you have actually cured the cancer.)”

이 질문에 이 박사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네, 네… 네, 그렇습니다. (Yes, yes.. yes we have..)”

필자는 贺의 영상을 보면서 영화의 이 씬과 저 배우의 표정이 떠올랐다. 자신감처럼 포장된 자만감,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우매함. 

현재 贺의 실험실 홈페이지는 열리지 않는 상태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도 조만간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그는 12월 3일 이후로 잠적한 상태이며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우연히 들어가 본 그의 링크드인 페이지는 여전히 살아있다. 필자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몇 있어서 당혹스럽다. 그가 학위를 받았던 미국의 라이스(Rice) 대학과 포닥으로 있었던 스탠포드(Stanford) 대학도 현재 난리가 났다. 중립을 유지하겠다며 贺를 약간 두둔하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했던 이 분야의 대가, 조지 처치(George Church)도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여파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갈 지 모른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걱정 되는 것은 두 아이다. 부디 건강하고 안전하고 차별 없이 커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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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D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데 나는 왜 유전자에 관한 글을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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