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이 또…

DNA 이중 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제임스 왓슨(James Watson)이 인종 차별적인 발언으로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벌써 두번째입니다.

지난 2007년 왓슨은 영국 주간지 The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 우울하다. 우리의 모든 사회 정책은 흑인들의 지능이 백인들과 같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지고 있지만 사실 연구 결과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라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후에 왓슨은 이 발언이 공식화될 줄은 몰랐다며 공개 사과하였지만, 이 인터뷰로 왓슨은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의 의장직을 박탈당했으며 각종 강연과 인터뷰들도 모두 취소 됐습니다. 2014년에는 재정난을 이유로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 놓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인생의 내리막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19년 미국 현지 시간 1월 2일 밤 PBS에서 방영(될 예정인)한 왓슨의 일대기를 다룬 프로그램, “미국의 대가들 : 왓슨을 해독하며 (American Masters : Decoding Watson)”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경악시켰습니다.

그 당시의 생각이 지금은 변했냐는 질문에 대해 “바뀌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사람이 자라는 환경에 의한 영향이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 유전자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발견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난 아직 그런 연구 결과를 보지 못했다. 흑인과 백인의 평균 IQ 점수에는 차이가 있다. 나는 그것이 유전적인 차이라고 본다.” 라고 말했습니다. 2007년의 발언이 실수가 아니었으며 아직까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것입니다.

해당 방송의 트레일러

이에 대해 세계의 연구자들은 성명 혹은 인터뷰를 통해 왓슨을 다시 한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수장인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The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지능 전문가들은 흑인과 백인의 IQ 점수 차이는 유전적이 아닌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여긴다.”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왓슨의 저 안타까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믿을만한 연구 결과가 없다. 왓슨급의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가 그런 과학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고 타인에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문제가 된 2007년의 발언 이전에도 여러 비과학적인 논평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적도 근처의 강한 태양광은 성욕을 증가시킨다거나, 뚱뚱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야망이 적다, 혹은 실험실의 여성들은 실험실 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거나 하는 등입니다. 워낙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학자라서 과학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관용을 베풀어 주었으나 2007년의 발언은 도를 넘어서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이었던 것입니다.

한 예로 지난 5월 미국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수장인 에릭 랜더 (Eric Lander)는 한 만찬에서 자기에게 돌아온 건배사 제안에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초기 왓슨의 공로를 언급하며 건배를 외쳤다가 다른 과학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자신의 건배사가 부적절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사과한 바 있습니다.

그의 발언을 그나마 조금 두둔해 주는 과학자는 그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친구이자 워싱턴 대학의 교수인 마리-클레어 킹인데, 그녀는 아마도 그가 평생 알고 지낸 과학계의 사람들이 너무 백인 편향적으로 구성 되어 있어서 저런 착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NIH의 연구비 신청자들 중 흑인 (African American) 계열의 연구자는 겨우 1.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DNA 구조 발견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가 이렇게 몰락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는 합니다. 특히 그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프란시스 크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자 연구 센터가 런던 시내 한복판에 본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왓슨의 몰락은 더욱 크게 부각됩니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라 하더라도 그의 과학적 업적과 개인적인 인격은 별개로 판단해야 할 사안입니다. DNA의 구조 발견이라는 생물학 역사상 가장 큰 발견을 했더라도 그것이 그의 모든 발언과 행동의 면죄부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됩니다.

참고문헌 : NY Times, James Watson Won’t Stop Talking About 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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