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다니는 대학교?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재미있는 사진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전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자신의 동문이라고 소개하는 한 대학입니다. 방탄소년단이 대학을 다닐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무려 7명의 멤버 중 6명이 졸업생이거나 현재 재학중이라고 합니다. 월드 클래스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이렇게 대거 다니는 학교라니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특정 학교를 언급해야 하니 이 기사의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공개 되어 있는 내용이며 최대한 가치 중립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였습니다.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글로벌 사이버 대학교”

고유 명사도 아니고 지명도 아니고 일반 형용사 두개가 붙어 있는 독특한 이름의 학교입니다. 학교의 이름이 왠지 낯이 익습니다. 네, 지난번에 브레인 명상 컨퍼런스라는 이벤트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았다가 과기부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게 만들었던 바로 그 과학 그 행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학교입니다.

 

 

어떤 학과가 있는지 살펴보니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이 보입니다.

여느 종합 대학과는 달리 특정 과목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교육을 하는 곳인가 봅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방송연예학과 소속입니다. 여러 학과들 중 눈에 띄는 이름이 있습니다. 뇌교육융합학과, 뇌기반감정코칭학과, 동양학과.

동양학과의 교과 과정을 한번 살펴 보았습니다.

사주, 명리, 풍수 지리, 천문 예측….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4년제 대학교가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뭐 우리 나라 학교 법인 설립법에 반드시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만 가르쳐야 한다는 조항은 없는 듯 하니 실정법 위반은 아닐것 같습니다. 어차피 대학 졸업장이라는게 다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가르치는 내용들의 제목을 보면 이 학과를 졸업하고 대략 어떤 직종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를 대략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학과들의 교과 과정 목록에서도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교과명들이 많이 보입니다.

어떤 설립 이념으로 만들어진 대학인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총장님의 인사말을 한번 찾아 보았습니다.

총장님은 이승헌님 이라는 분입니다. 홍익인간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두뇌를 활용해 전세계를 누비게 하는 목표를 30년간 가지고 계셨다고 합니다. 홍익인간을 설립 이념으로 삼는 학교들은 꽤 많습니다. 심지어는 아예 홍익이라는 단어를 이름에 넣어 버린 학원 재단 안에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남중 남고, 여중 여고, 그리고 대학교까지도 있습니다. 좋은 취지입니다. 2010년에 본인의 꿈의 실현을 위해 첫 문을 열었다고 하니 아마도 학교 창립부터 지금까지 계속 총장님이신것 같습니다.

이승헌님은 어떤 분인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한평생 많은 업적을 남겨 오신 분인 듯 합니다. 훈장도 받으셨고 미국에는 무려 15개 도시에서 본인 이름을 가진 날도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는 너무 좋은 내용들만 있어서 좀 더 직설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나무 위키를 한번 찾아가 보았습니다.

 

야구 선수나 학원 강사는 아니신 듯 하니 아마도 네번째 나온 분이 바로 이 분 일것 같습니다. 단월드의 창시자시라고 합니다. 단월드의 예전 이름은 단학 선원입니다.

나무위키에서 단월드를 클릭해 들어가 보았습니다.

역시 직설적인 나무위키. 단월드의 분류를 환단고기와 유사과학으로 해 놓았습니다. 각종 비판들도 많습니다. 왠지 여기까지만 알아 보아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더 궁금하신 분은 직접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논란 관련한 부분들은 나무위키에 매우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따로 옮기지 않겠습니다.

방탄소년단에서 알아보기 시작한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단월드까지 연결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학교는 단학 선원의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인 듯 합니다. 특정 신념을 가진 집단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교육하는 것 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정식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한 교육 내용들, 소위 유사과학들이 과학이라는 탈을 쓰고 일반에게 전파되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주, 명리, 천문 예측 등은 관찰과 검증을 기본으로 하는 주류 과학계에서는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들이며, 특히 뇌과학은 기 라던가 명상과 같이 비과학적 이론들이 판을 치기 아주 좋은 분야입니다. 심지어 저 위 컨퍼런스 광고에서 보시다시피 과학 정책 심의의 최고 권위자들이 몰려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마저도 제대로 구분해내지 못했습니다.

각종 일정으로 분주할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학교에 출석하여 수업을 이수하는 것이 어려우니 온라인 강의가 가능한 사이버대학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사과학이 방탄소년단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전파되며 제대로 된 과학과 유사 과학의 구분을 점점 더 모호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그보다도 먼저 방탄소년단쯤 되는 인물들이 왜 대학교 학위가 필요한지가 더 의아합니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있으시다면 본인이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실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the Science Life의 편집장 입니다.

Latest posts by Editor (se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