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통해 보는 진화의 과정, 혹은 부정의 과정

창조과학회의 가장 최근 생물 관련 글은 “눈의 진화” 에 관한 두개의 글이다.

눈의 망막에서 거꾸로 된 배선은 색깔의 감지에 중요했다. 
순록의 눈이 겨울에 파란색으로 변하는 이유는?

첫 글에서는 Müller Ganglion Cell에 의한 시세포의 빛 감지능력의 증가, 두번째 글에서는 순록의 눈에서의 색소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두 글은 결국 동일한 주장을 한다. “이건 너무 복잡하니 진화될 수 없다”라는 식의 주장이다. 이 글들은 철저한 왜곡을 기반으로 한 비과학적 주장들로서, 이 글들에서 “정교한”이란 단어를 전부 빼버리면 단순한 우기기밖에 남지 않게 된다. 오늘은 그 첫번째 글만을 보기로 하자.

망막 세포의 단면. By Henry Vandyke Carter – Henry Gray (1918년) Anatomy of the Human Body (See “책” section below)Bartleby.com: Gray’s Anatomy, Plate 881, 퍼블릭 도메인

첫 글에서, 창조과학회에서는 리처드 도킨스가 한 말을 인용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망막의 신경계가 거꾸로 된 구조를 일종의 “무지한 설계”로 비유하고 있는데, 이는 오징어나 문어의 눈과는 달리 거꾸로 된 구조를 가짐으로 해서 신경다발이 모이다보니,“맹점”이 생긴다는 점 때문이다1,2. 또한 이러한 구조로 인해 retinitis pigmentosa와 같은 다양한 눈병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문제점이다.3

리처드 도킨스는 이를 일종의 비유로 이야기하면서 “형편없는 설계”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를 창조설자들을 조롱하는 정도로 사용하였지만, 과학도 아닌 지적설계 따위를 비판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했다기보다는, 그들의 논리의 결점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창조과학회에서는 그의 발언을 체리피킹하여, Ganglion Cell이 빛의 경로를 방해한다는 점(빛의 방향이 Ganglion Cell방향에서 오므로)만을 강조했으며, 이것이 마치 모든 주장의 핵심이라는 것처럼 쓰고 있다.

창조과학회는 같은 연구실에서 나온 두개의 논문을 링크한다. 이 논문에는 Muller Ganglion Cell세포 (90%를 차지하는 Ganglion Cell)가 빛에 대한 감지 능력을 증가시켜준다는 것을 말하고 이다.4,5 이 논문들의 내용 자체는 황반 둘레(parafoveal)의 Muller Ganglion Cell이 Cone으로 특정 파장의 빛을 인도하는 형태로 전달해 시각적 정확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창조과학회가 말하는 것처럼 그 현상이 “최적화된 설계”를 보여주는 것일까? 창조과학회처럼 그런 소리를 뚝딱 해버리기 전에 대체 “왜” 이런 구조가 생겼는지 궁금해 하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구글 스칼라를 통해 논문을 인용한 다른 논문들을 찾아본 필자는 41편의 논문과 다양한 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황반(fovea)의 형성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6,7.

이는 발생을 통해 황반이 형성되면서, 가장 많은 빛을 수용하기 위해 다른 세포들을 옆으로 밀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는 앞서 이야기한 “빛의 경로를 방해”하는 것을 옆으로 치워내는 일종의 적응적 과정을 보여준다. 즉, 앞서 발견한 “최적화의 과정” 역시도 진화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황반의 빛 수용체 세포로 오는 특정 파장의 빛의 양을 극대화 시키도록 된 구조가 앞서 논문에서 설명한 구조인 것이다. 창조과학회는 광섬유등의 비유를 사용해 Ganglion Cell이 빛을 투과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자 했지만, 이와는 달리 인간의 눈은 이 방해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에서도 투과되는 빛의 양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별것 아닌 것 같아보이지만 중요한 창조과학회의 주장 자체가 억지임을 보여준다. 눈은 그 자체로 완벽하게 설계된 것이 아니라, 불리한 구조를 최적화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유는, 단 한가지를 부정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던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리처드 도킨스의 말 자체의 체리피킹으로 시작한 주장을 부정하기 위해 과학 논문을 가져왔는데, 논문들은 진화를 통한 적응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나마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중 하나인 “Ganglion Cell이 빛의 경로를 막는다” 역시도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며(황반의 경우 그것을 방지하고자 Ganglion Cell을 밀어냄), 사실 ‘무지한 설계’의 핵심인 맹점이나, Retinis Pigmentosa같은 질병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말조차도 못 꺼내고 있는 것이다. (이 논증의 핵심은, 우리의 눈이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눈 역시 완벽하지는 못하며 우리가 이에 적응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였지만, 창조과학회는 이를 잘못 이해했다.)

이후에 그들은, 마크 한킨스의 말을 인용하여, 이런 거꾸로된 구조의 “기능”을 주장하면서 이게 당연하다는 듯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는 앞서 말했던 오징어와 문어의 눈 구조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는 모순이 된다. 오히려 인간과 오징어 문어의 눈의 정반대의 구조는 각각의 환경에서 생존에 적합한 수렴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유전학을 통해 증명되었으며,8 그 과정 역시도 상당부분 밝혀져 있다.

인간과 문어의 안구 구조 비교 (image : Ogura et, al, 2004 )

다만 필자 역시, 인간의 눈이 인간의 생존에 최적화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는 어느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의 눈의 절대적 우월함도 절대적 단점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 역시 이것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있다. 창조과학회에서 소개한 논문 역시 황반 둘레의 Ganglion Cell들의 역할들에 의해 우리의 시각에 우리가 얼마나 적응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그 과정을 앞서 말한 발생학에서 밝혀낸 것처럼, 이러한 최적화는 진화라는 과정에 의한 것임을, 과학은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복잡한 구조에 경이를 느끼고, 그것이 누군가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보통 과학자들은 그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고 연구한다. 그 연구의 결과가 찾아낸 것이 진화라는 사실이니까.

다음시간에는 창조과학회의 눈에 관한 또하나의 글을 분석해 볼 예정이다. 그들의 의도적 왜곡이, 여기서는 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1. Yamamoto T, Tasaki K, Sugawara Y, Tonosaki A. Structure Of The Octopus Retina. :345-359.
  2. Boycott B, Kingdom U. Functional Architecture of the Mammalian retina. 1991;71(2).
  3. Birch DG, Anderson JL, Birch DG, Foundation R. Rod visual fields in cone-rod degeneration. Comparisons to retinitis pigmentosa. 1990;31(11):2288-2299.
  4. Labin AM, Ribak EN. Retinal Glial Cells Enhance Human Vision Acuity. 2010;158102(April):1-4. doi:10.1103/PhysRevLett.104.158102.
  5. Labin AM, Safuri SK, Ribak EN, Perlman I. Muller cells separate between wavelengths to improve day vision with minimal effect upon night vision. Nat Commun. 2014;5:1-9. doi:10.1038/ncomms5319.
  6. Provis JM, Dubis AM, Maddess T, Carroll J. Progress in Retinal and Eye Research Adaptation of the central retina for high acuity vision : Cones , the fovea and the avascular zone. Prog Retin Eye Res. 2013;35:63-81. doi:10.1016/j.preteyeres.2013.01.005.
  7. Molodij G, Ribak EN, Glanc M, Chenegros G. Enhancing retinal images by extracting structural information. Opt Commun. 2014;313:321-328. doi:10.1016/j.optcom.2013.10.011.
  8. Ogura A, Ikeo K, Gojobori T. Comparative Analysis of Gene Expression for Convergent Evolution of Camera Eye Between Octopus and Human. 2004:1555-1561. doi:10.1101/gr.2268104.1.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NeuroSum

NeuroSum

신경과학 (Neuroscience) 연구자 입니다. 진화에 관한 올바른 과학적 상식과 창조 과학의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NeuroSum

Latest posts by NeuroSum (se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