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이미지 : 창조과학회 홈페이지)
이번 국민일보의 가짜뉴스 소동을 보면서 가장 황당했던 것은 이런 가짜뉴스에 대한 창조설자들의 반응이었다. 물론 제대로 논문을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기사 내용에 혹할 수는 있겠으나, 전공자들과 심지어는 논문 저자까지 그거 아니라고 직접 말을 해주는데도 끝까지 논문의 내용이 진화와 “상충”된다는 주장을 하는 그들의 수준은 웃음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혹여 아직도 모르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논문에서 미토콘드리아 바코드로 알아낸 “생물이 분화된 시기”는 “타종들과의 교배”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며, 그렇기에 신문기사에서 이야기하는 “생명에 20만년전에 동시에 출현했다”는 완전히 왜곡된 주장이었으며, 해당 논문의 결과조차 아니었다. 창조설자들이 이야기하는 20만년전에 90% 생물이 “갑자기 동시에 출현”했다는 내용은 그 논문 어디에도 없다. 즉, 일찌감치 이 논문의 내용이 진화와 전혀 상충되지 않으며, 창조설을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빠져나가거나, 본인들의 무지를 인정하고 조용히 넘어간 창조과학회와는 달리, Jay Lee라는 자를 비롯한 3류 창조설자 블로거들은, 언제나처럼 유명한 거짓말쟁이 정도로 취급받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자가 가장 눈여겨 본 것은 바로 창조과학회의 반응이었다. 이들은 첫 가짜뉴스부터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검토해봐야겠지만..” 등등으로 도망갈 길을 만들어 놓았고, 해당 가짜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크리스천 투데이를 비롯한 창조설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론들에 싣지 않음으로서 이 역풍을 피할 쥐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던 중, 가짜뉴스의 2차 유포자로 보이는 인물 중 하나가 창조과학회에 글을 “근거 잃은 진화론 3”이라는 제목으로 창조과학회에 직접 글을 올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필자가 가장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인 창조과학회에서,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가짜뉴스를 옹호하는 모습은 그들의 맨 얼굴을 드러내게 하는 훌륭한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자를 비롯해 해당 가짜 기사에 대해 이야기한 과학자들이 전부 “진화론자”일 뿐이라고 억지를 쓰면서, 인터뷰 전문을 번역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논문 내용을 직접 번역해준 마당에, 대체 원문 인터뷰 내용을 번역하는게 뭔 의미가 싶겠느냐만은, 생각보다 수동적인 이들의 태도는 본인들이 거짓말한 것을 숨기기에 바쁘고 있다.
먼저 genetic variation은 유전적 변이(mutation)과는 전혀 다른 단어이다. Genetic Variation을 유전적 변이라고 해석을 한 것은 구글 번역기 수준의 번역을 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이는 유전적 다양성과 동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점을 알고 보면, 필자가 이전의 글인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창조과학 신봉자들]과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짜뉴스 유포자들],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2차 유포자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논문의 핵심인 “인구 수에 따라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하지 않는다.”와 “현생존간의 유전적 차이가 뚜렸하다” 및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다양성을 형성하기에 짧은 기간내에 종이 ‘분화’했다.(타종과의 교배를 마침)”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인터뷰를 왜 번역했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현존하는 생물종의 90%는 거의 같은 시기(10∼20만년 전)에 나타났으며,
인간 참새 도요새 등의 유전자 배열도 거의 같다.”
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특히 이걸 창조설에 끼워맞춰 ‘나타나다’를 갑자기 펑 하고 생겼다는 형태로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으며, 이전 논문 해석에서 말했듯, 분화시기를 타종과의 교배를 마친시기로 계산한 해당 논문의 결과는 그 어디에도 진화와 상충되는 부분이 없는 것이다.
창조과학회는 해당 인터뷰를 해석하면서,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수동적인 선택을 했다. 이것은 이들이 국민일보같은 가짜뉴스 유포자들의 반열에 직접적으로 들지 않기로 한 교활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짜뉴스를 엉터리 주장으로 열렬히 응원하는 3류 블로거의 페이지를 링크하는 큰 실수를 저지름으로서, 그들 역시도 가짜뉴스를 옹호할 뿐이라는 점을 알리게 되었다.
이전 뉴스에 다뤘던 2차 유포자 중 하나는 원문 인터뷰를 영문 기사가 왜곡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AFP의 기사(현재는 Phys.org에만 남아있다.)가 왜곡된 점은 원문 인터뷰와 논문을 읽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점이 많은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것이다.
<Phys.org/AFP>:
“It is textbook biology, for example, that species with large, far-flung populations—think ants, rats, humans—will become more genetically diverse over time.
But is that true?
“The answer is no,” said Stoeckle
<원문 인터뷰>
“Is genetic diversity related to the size of the population?” asks Dr. Stoeckle.
“answer is no. The mitochondrial diversity within 7.6 billion humans or 500 million house sparrows or 100,000 sandpipers from around the world is about the same.”
이런게 바로 왜곡이다. 유전적 다양성이 인구수와 관련있느냐는 질문을 유전적 다양성이 시간에 따라 증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둔갑시킨 것이다.이것만이 아니다.
“This conclusion is very surprising, and I fought against it as hard as I could,”
<원문 인터뷰>
그런 말 없음.
이정도 수준의 왜곡을 하고 있는 기사가 아무 왜곡이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닐까? 그는 논문을 읽을 필요 없이 결과만 알면 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것은 과학을 한번이라도 전공해본 사람이라면 가장 어이없어할 만한 이야기다. 해당 결론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론이 대체 나왔는지를 이해해야 할 것이며, 과학 전공자라면 정말 그 “결론”이 본인이 생각하는 의미인지 알기 위해선 당연히 논문을 읽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뷰만 읽고 결론을 알았으니 그만이다? 이건 자기가 우길 기반을 만들겠다는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심지어 그분은 본인의 글에서, 필자를 “비겁하다”라고 주장하면서 도킨스와 진화학자들이 굴드의 이론을 제한적으로 수용했다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그는 마치 굴드가 전 지구적 단절을 의미했다는 식으로 단속평형이론을 곡해하기도 했다. 과연 굴드가 전 지구적 단절을 의미했을까?
굴드의 이론의 핵심은 진화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다. 특정 시간대에서는 진화의 속도가 증가하며, 특정 시간대에서는 감소한다는 점이며, 이 글에서 다시 쓰지만 굴드의 이론은 소수이론이 아니며, 현대과학에서 정론으로 이전에도 말했지만 점진주의와 통합되어, 현대 진화의 속도 연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발견이 진화에게 놀라운 발견이나 당혹스런 발견은 전혀 아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뭐 20만년이 많은 생물들의 분화 시기라거나 현생종 사이의 유전적 차이가 크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설자들과 2차 유포자들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인구수에 따라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하지 않는다.]
이며, 필자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기에 해당 논문을 자세히 읽어보게 된 것이다.
인구수가 다양성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꽤나 오래되었으며, 이것은 유전학 분석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특정 집단이 생존하기 위해 인구수를 늘린다는게 유전적 다양성에 증가시켜, 전염병을 비롯해 특정 유전형에 취약한 환경적 요인들에 대해 저항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논문이 가장 크게 강조하는 부분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대하여, 이 생각에 대한 도전이었다. 물론 미토콘드리아 바코드에 한하기는 하지만, 인구수의 증가가 일어난다고 해도 유전적 다양성의 변화는 크지 않다. 이것이 바로 “진화에 대한 새로운 국면”인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다양성의 형성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이 연구를 제대로 들여다 본다면 이 방향의 질문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과학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포닥을 하면서 연구를 생활처럼 하는 필자에게도 이는 다르지 않다. 창조과학회를 포함한 창조과학 신봉자들의 태도는 과학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본다. 가짜뉴스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퍼나르거나, 자기의 편견을 과학적 사실인양 주장하는 것은 과학을 이해할 생각조차 없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다. 연구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가장 먼저 논문부터 찾아보는 사람들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 퍼뜨리며 이를 진영싸움으로 비하하는 사람들을 결코 같은 위치에서 논쟁하는 사람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국민일보의 가짜뉴스를 보면서 다시한번 깨달은 것은, 창조과학 신봉자중 그 누구도 해당 가짜뉴스의 잘못을 지적하며, 이 뉴스는 사실이 아니지만, 그것과는 관련없이 자기들은 창조설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짜뉴스를 반기고, 열광하며, 가짜뉴스가 가짜라고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전에 쓴 가짜뉴스 옹호글들을 자랑스럽게 링크하며 거기에 목을 매고 있다. 이게 그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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