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관련 연재를 시작하며..

유전자가 대세다. 막장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안고 태어난 주인공을 위한 데우스엑스마키나 (Deus Ex Machina)로나 쓰일 듯 했던 유전자 검사라는 것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사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이 파고 들어 미용과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을 넘어 유전자로 인생의 배필까지 찾아 주겠다고 한다. 쉽게 설명 안되는 모든 사회 현상을 유전자로 퉁쳐서 설명하는게 시대의 놀이가 되었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

십여년 전만 해도 관련 전공자들이나 사용했을법 한 이 단어가 일반인에게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된 데에는 아마도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크게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의 바로 그 책.. 초판 발행이 무려 1976년인데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에 대박이 났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한 반도국에서 “이기적 유전자”는 매우 독특한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어쩌다보니 일반에게는 “우월한 기럭지,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된 아이러니..

“유전자”라는 단어가 이렇게 흔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일반인은 별로 없다. 말로 정의 내리지 못한다면 추상적인 개념이나마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무언가..” 정도 이상의 설명을 하지 못한다. 정확한 단어로 그 개념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 그 용어는 아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 계속된 이 연재에서는 이런 기본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 보아도 금방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재차 가공하여 새 글처럼 써놓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본인이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생각 된다면 이 글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필자가 본 가장 쉬운 비유다.) 그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뒷 이야기 위주로 써 나가 볼까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독자 개개인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 직접적으로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가… 지금 어떤 기술들이 새로 개발 되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의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될 가능성이 있는가… 등등등..

유전자 관련 기술 분야도 깊은 덕력이 필요한 영역인지라 그 안에 수 많은 천재들의 전쟁과 기업들의 흥망성쇄가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되고 있다. 한편의 대하 소설이 나와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특히 어떤 사실을 가장 “먼저” 발견해 내는 사람이 모든 크레딧을 가져가는 순수과학과는 달리, 유전자 기술은 누가 더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해서 돈을 벌어가느냐의 싸움이 계속 되어 왔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일루미나 (illumina Inc. 이름이 저 모양이라서 일루미나티의 백업이 있는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한 때 있었다..)라는 회사가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으나 이 또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강력한 후발주자들에 의해 앞으로 2-3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장이다. 그래서 이러한 전쟁사에 대해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엮어서 써 나가고, 그 사이 사이 그 시기에 뜨는 유전자 관련 아이템들에 대해서 다루어 보는 방식으로 섹션을 이어 나갈까 한다.

그럼 슬슬 한번 시작해 보겠다. 궁금하신 사항은 리플에 달아 주시면 다음번 글에 반영하겠다.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PKD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데 나는 왜 유전자에 관한 글을 쓰고 있나....

Latest posts by PKD (se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