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이 말하는 ‘시리아 내전’

커버이미지 : By DFID – UK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지난 편에서는 시리아 난민 ‘싸미’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시리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이번에는 시리아 난민인 ‘테임’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은 이 난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어떻게 독자들께 시리아 내전을 쉽게 설명드릴지, 실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겨레 21의 정의길 기자께서 잘 정리 해 주셨듯이 시리아 내전은 도대체 누구와 누가 싸우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누가 착한 편인지 누가 나쁜 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주나라 왕실이 힘이 빠지자 각지에서 세력들이 일어나 한바탕 난리를 치뤘던 ‘춘추전국시대’를 보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는 유비, 조조, 여포 등의 굵직한 이름만을 기억하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수 많은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죽어갔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서럽습니다. 이 난리통에에 벌써 40만명이 숨졌고, 천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죽은 사람의 수를 만명 단위로 끊어 생각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보다 더 복잡한 시리아 내전

시리아 내전이 삼국지보다 더 복잡하게 된 여러가지 이유 중에는 국제사회의 개입도 한 몫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이유도 복잡합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다른 진영을 지지하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진영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또 각자 다릅니다. 하여튼 복잡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친구는, 갓 청년이 되었을 때 전쟁을 피해 시리아를 떠났습니다. 얼핏 물어보니 너무 복잡해서 이제는 뉴스도 별로 안 본다고 하더라구요. 정치 경제 종교 전문가가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서의 젊은이는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두번째 인터뷰 – “전쟁은 정치적인 문제야. 나는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호정: 테임! 만나서 반가워. 넌 몇 년도에 시리아를 떠났니? 넌 몇살 이었어?

테임 :  6년 전, 내가 막 19살이 되었을 때 시리아를 떠나서 레바논으로 갔어.

시리아와 레바논의 위치
호정 : 나는 지난번에 ‘사미’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시리아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평화로운 나라였다는걸 알게 됐어. 그랬던 나라에 왜 전쟁이 난거야? 너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말해줄래?

테임 : 아랍의 봄과 맞물려서, 시위가 시작됐어. 2011년 3월 15일이었던 것 같아. 처음 시위는 그냥 좀 더 나은 일상을 누리고 싶어서 시작됐어. 좀 더 편안하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조금 더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살기를 기대하면서. 처음부터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는 아니었어. 정부가 좀 개선됐으면 하는 의견들을 표출했던 것 같아.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위가 더 커지고 과격해지기 시작했어.

그런데 다른 한편에는 2-300백만의 사람들이 한 광장에 모여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시위도 벌어졌어. 같은 시간에.

호정 : 그러니까, 처음에는 요구조건들을 이야기 하다가, 몇 달이 지나고 아사드 정권이 물러나기를 요구하게 된거였구나. 그동안 다른편에서는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테임 : 맞아. 한편에서는 아사드도 내보내고 사회도 개선해 나가길 바랬고, 한편에서는 사회는 발전하면 좋겠지만 아사드와 함께 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어. 그러다가 일이 점점 복잡해 지게 된거야. 그러다가 싸움도 점점 더 크게 일어났고. 처음부터 싸우긴 했지만 전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거든. 그러다가 점점… 사람들이 군대에 가고, 진영이 생겨나고 그랬어. 그와중에 Jabhat al-Nusra 같은 테러조직도 개입하고…

호정: Jabhat al-Nusra는 좀 생소한데,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니?

테임: 테러조직인데, 탈레반이나 ISIS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근데 그 사람들, 힘이 쎄. 시리아에도 지지세력이 많고, 사우디아라비아나 터키 등 많은 나라들의 지원도 받아. 여튼 나는 그들이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사람들을 죽이니까. 뭐 잘은 모르겠지만…

시리아의 알 카에다로 불리는 알 누스라 전선 (Jabhat al-Nusra)
호정: 그래, 이제 배경은 조금 알겠네. 그런데, 지금 벌써 7년이 다 됐잖아. 왜 이렇게 전쟁이 커지고 복잡해진거야? 왜 한쪽이 다른 쪽을 진압하지 못하고 있는거지?

테임: 으… 내 생각에 이건 정치적인 문제야. 나도 몰라. 정치적 문제야.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뭐 아무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고 생각 해. 그 사람들이 뭘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뭐야! 단지, 시리아 내전이 어떻게 시작됐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단지 조금 나은 삶을 원했다는거. 그런데 아사드와 함께 나은 미래를 열고자 하는 사람들과, 아사드 없는 나은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거.

호정: 왜? 종교적 문제인가? 외부에서는 시아파, 수니파 이야기 하면서 중동을 둘러싼 이슬람 종파간의 세력다툼으로도 이해하거든.

테임: 아니야. 잘 모르겠어. 그런데 그냥 사람들이 그래. 몰라. 딱 그게 이유는 아닌 것 같아. 일단 나는, 무슬림이 아니야. 나는 시아도 수니도 아니야. 난 그냥 좀 나은 삶을 원해. 나는 단지 안전한 삶을 원했다고… 종교? 난 신경도 안 써.

호정: 음, 어려운 문제인데, 그렇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하는거 아닌가?

테임: 나는, 음, 나는 벌써 6년 넘게 시리아를 떠나있었어. 난 이 상황에서 일단 벗어나있어. 모르겠어. 나는 단지 전쟁이 싫어. 난 총이 싫어. 난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게 싫어. 나는 어느 편도 들고싶지 않아…

호정: 너 그럼, 왜 미국은 이쪽 편 들고, 러시아는 저쪽 편 들고,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는, … 이런건 어떻게 생각 해?

테임: 이런건 다 정치적 문제야. 난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고 생각 해. 뭐 그 사람들이 뭐라고 말 한다고 해도 그게 진짠지 어떻게 알아? 난 정치적인 문제는 몰라.

 

이번 인터뷰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들어보는데 집중 했습니다. 다음에는 이 전쟁통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요즘은 동구타 (Eastern Ghouta) 이야기가 한참이지요. 얼마전 신문을 보다가, “피묻은 사진을 지겨워하지 말라!”는 문구가 마음을 때렸습니다. 우리가 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겠지만, 최소한 지속적인 관심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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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예전에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어요. "집"과 "도시"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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