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실험으로 살펴본 유전자 조작 기술의 현주소

이 기사는 12월 14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두꺼운 혀, 여분의 척추뼈 : 동물 유전자 조작의 의도치 않은 결과 (Big tongues and extra vertebrae : the unintended consequences of animal gene editing)“을 의역 후 일부 자료 추가한 것입니다. 
(커버이미지 : 출처)

한 중국인 과학자가 주장한 유전자 조작 아기의 탄생은 전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과학자들은 매우 무책임한 실험이었다며 맹비난하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 기술이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너무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까지 가축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전자 조작 실험들의 결과를 보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닌것 같다. 인간, 동물, 곤충 식물등의 유전자 “분석”(편집자 주 : 시퀀싱)에 있어서는 큰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학자들의 유전자 역할에 대한 “이해”는 이제서야 겨우 걸음마 단계이다. 불과 10,000개 남짓한 유전자들이 무슨 일에 관련 되어 있는지 아는 정도이고, 이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는 밝혀진 바도 많지 않다.

몇몇 과학자들이 더 근육이 많은 돼지, 더 긴 모발을 생산하는 캐쉬미어 염소, 더 극단적인 기온에 잘 적응 하는 소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농업 생산성 강화나 좀 더 튼튼한 가축, 그리고 가축의 사육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각종 비윤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몇몇 성공들이 있기는 하지만, 불편한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과학자들이 더 근육이 많은 토끼를 얻기 위해 근육 생성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제거하였지만 태어난 토끼들은 예상치 못하게 매우 큰 혀를 갖게 되었다. 돼지를 상대로 한 유사 실험에서는 척추 뼈를 하나 더 가진 돼지가 탄생했다. 브라질과 뉴질랜드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한 가축들이 빛도 보지 못하고 일찍 사망하였다.

많은 나라의 정부들이 유전자 조작의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련의 결과들은 유전자 조작 기술에서 앞서 나가고자 하는 국가간의 과열 경쟁이 자칫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을 보여준다. 생명 윤리학자들이나 유전학자들은 이런 결과들을 근거로 동물들이나 – 심지어는 사람에게 – 유전자 조작을 하는 일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간은 의도치 않은 결과로 자연을 교란에 빠뜨리는 것에 아주 오랜 전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의 생명 윤리학자 리사 모세는 이야기 한다. “우리가 뭘 하는지, 어떤 나쁜 일들이 일어날지 다 안다고 착각하는것은 매우 오만한 일입니다.”

유전자 조작의 결과를 분석하는 한 노르웨이 회사인 GenØk의 오드 구나 윅마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유전자 조작이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이루어지는지를 다 안다는 생각이 퍼져 왔습니다.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경고한다.

비판자들은 유전자 조작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를 발생시켜 이를 사람이 섭취하였을 때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동물들이 가진 돌연변이가 생식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개체들에게 전파되어 자연으로 퍼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지지자들은 유전자 조작은 전통적으로 육종 및 교배를 통해서 일으킨 돌연 변이를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일으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이야기 한다. 아직까지는 유전자 조작 식육이 소비자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편집자 주 : 현재 유전자 조작 연어는 일부 판매 중), 유전자 조작의 장점으로 인해 많은 농업 대국들이 이 경쟁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번에 인간 아기를 조작하는 사용된 기술은 2012년에 개발된 CRISPR-Cas9인데, 이 기술은 기존 방법에 비해 매우 저렴하고 훨씬 더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린 한 논문(CRISPR gene editing produces unwanted DNA deletions, 관련 기사 링크)에서는 CRISPR 기술이 이전에 알려진 만큼 정확하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큰 DNA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당 논문의 저자 알랜 브래들리는 말한다. “DNA가 잘라지면 수 많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근육량 개선을 위한 시도

MSTN 이라는 유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 유전자는 근육 세포의 성장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MSTN이 결실되거나 망가진 동물은 매우 비대한 근육을 얻게 된다.)

MSTN을 연구하고 있는 중국의 과학자 퀴 리는 성체로 자란 돼지로부터 얻은 체세포를 역분화하여 배아 상태로 돌렸다. 그리고 CRISPR가 아닌 예전의 전통적인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여 MSTN 유전자를 잘라서 근육의 성장 제한을 풀었다. 이 세포를 난자와 합친 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했다. 그 결과 총 12마리의 돼지가 태어났는데, 이들은 일반 돼지보다 12% 정도 근육이 더 많았다. MTSN 두개 유전자가 모두 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또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 5마리중 1마리 꼴로 새끼 돼지가 한개의 척추뼈(흉추)가 더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MSTN이 근육 생성 뿐만 아니라 뼈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식육으로서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고기는 먹어도 안전하고 영양적으로도 차이는 없지만 요리하면 색깔이 약간 더 바래졌다고 한다. 그는 이제 유전자 조작에 CRSIPR를 이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영국의 라지 화이트와 같은 인기 품종을 유전자 조작하여 좀 더 근육양을 늘리거나 PRRS와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갖춘 돼지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토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난징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CRISPR를 이용하여 토끼에게서 MSTN 유전자를 제거했다. 그 결과 34마리 중 14마리가 이상하게도 더 두꺼운 혀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들은 이 결과를 토대로 2016년도에 낸 논문(Generation and evaluation of Myostatinknock-out rabbits and goats using CRISPR/Cas9 system) 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 기술의 안전성이 연구가 되었을 때에만 동물에 적용해야 한다”라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정상 토끼 (왼쪽 두 사진)와 두꺼운 혀를 가진 토끼 (오른쪽 세 사진), 논문  이미지 발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전자라고 할지라도 아직 모르는것 투성이입니다.” 1997년부터 존스흡킨스 대학에서 MSTN을 연구하고 있는 이세진씨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의 또 다른 연구소에서는 연구자들이 MSTN 유전자가 잘라진 양의 출산을 위해 제왕 절개를 시행해야만 했다. 새끼 양들이 너무 커서 자연 분만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FGF5 유전자를 조작해서 일반 캐쉬미어 양보다 20% 정도 더 긴 장모종을 만드는데 성공한 적이 있다.

기온 저항성 소

일반적으로 동물의 크기가 클수록 더 복잡성이 증가한다. 뉴질랜드의 AgResearch사에서는 소가 뜨거운 날씨에 대한 저항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CRISPR를 사용했다. 소의 털 색깔은 특정 단백질의 아미노산 하나 차이로 결정 되는데 이들은 이 아미노산을 유전자 조작으로 결실시켜 소의 얼룩 무늬를 흰색으로 바꿨다. 태양 빛을 더 많이 반사하여 더운 날씨에 쉽게 적응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조작을 한 두 마리의 소가 모두 죽었다. 반대로 추운 날씨에서만 살 수 있는 앙거스 소를 브라질의 열대 지방에서도 키울 수 있도록 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두 마리의 소 중 한마리가 죽었다.

이 두 실험 모두 연구자들은 클로닝(복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복제양 돌리 탄생 이후로 동물의 클로닝이 무려 20년이나 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둘 다 유전자 조작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실패 결과다. “하지만 실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이 AgResearch에서 실험을 주도한 괸츠 라이블은 이야기 한다.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클로닝 성공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미지)

전세계적으로 소비자 시장을 대상으로 약 12개 정도의 가축 유전자 조작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그 중 몇몇은 가축 사육의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생명윤리학자나 소비자를로부터 큰 반발을 사지 않을 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뿔 없이 태어나도록 해서 뿔을 뽑을 필요가 없게 만드는 등의 기술이다.

양 털 색깔 변경을 위한 시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양에서 나온 양모는 소비자 시장에 훨씬 쉽게 정착할 것이다. 음식보다 소비자의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중국 동쪽의 신장지구에서는 양의 ASIP 유전자를 CRSIPR를 이용해 조작하고 있다. 이는 메리노 양의 털 색깔에 영향을 미쳐서 검은색, 갈색, 회색 등의 양을 만들어 냄으로써 따로 염색할 필요가 없다.

기존 결과들로부터 확인된 바에 따르면 털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생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당 유전자가 제거된 양은 오직 1/4만이 착상에 성공하였다. 태어난 양들 마저도 기대와는 달리 각양 각색이었다. 한마리는 흰 색, 두 마리는 거의 검은색으로 태어났고 또 다른 세마리는 팬더와 유사한 색깔 패턴(눈 주변이 검은)을 가지고 태어났다.

중국에서 메리노 양의 털 색깔을 바꾸고자 시도한 결과. 팬더와 같은 패턴을 지닌 양들이 태어났다.

위의 모든 결과들은 아직도 인간이나 동물 유전자 조작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유타의 동물 권익 보호 센터의 로리 마리노는 이야기 한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말 조차도 이 위험을 과소평가 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동물에게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심지어 이제는 인간에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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