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기상청 제공]
올해 기상 기후 사진전 수상작들이 발표되었습니다. 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선정 되었는데, 특히 대상작이 눈길을 끕니다. 경상남도와 북도에 걸쳐 있는 가야산 국립공원 정상에서 찍은 소나기 내리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기상청의 설명에 따르면 “발달한 대류운의 강수 세포에서 소나기가 내리며 소나기 줄기가 구름 아래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옆으로 밀리는 모습”라고 합니다.
구름의 울퉁불퉁함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촬영자쪽으로 보이고, 먼 곳의 땅에 햇빛이 사광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해질 녘 산 정상에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촬영된 작품인것 같습니다.
보기 드문 멋진 광경이기는 한데 그냥 감탄만 하고 넘기기에는 몇가지 과학적 그리고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물론 원본 사이즈의 디지탈 파일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고, 또 국내 기상학의 가장 권위있는 기구인 기상청에서도 저러한 부연 설명을 해 주었으니 실제 기상 현상이 촬영된 장면이 맞겠습니다만, 몇가지 궁금함이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첫번째 궁금증 : 흰색 비
멀리서 관찰하는 비가 흰색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비는 보통 검은색입니다. 빗줄기를 이룰 정도의 굵은 물방울들은 빛을 반사하기 보다는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뭉게 구름은 흰색이지만 먹구름은 검은색인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실제로 멀리 비가 쏟아지는 사진들을 검색해 보면 거의 대부분 검거나 최소한 배경보다 어두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는 빗줄기들의 가운데 부분으로 갈수록 색은 더 어두워지고 불투명해집니다. 빗줄기가 두꺼울수록 더욱 많은 빛을 흡수 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위의 검색 사진들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상작은 빗줄기의 가운데 부분이 가장 밝으면서도 여전히 투명합니다. 조금 이상합니다.
일반적으로 폭우가 내리는 장면 (원본)
물론 비가 주변보다 밝은 색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빗줄기에 직사광선이 내리 쬐어 틴들 효과(Tyndall effect)가 발생하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 입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 수상작이 촬영된 환경은 아닙니다. (소스)
이번 대상작과 같이 온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저 멀리에서 살짝 노을이 지는 것과 같은 환경에서는 아닙니다. 이렇게 빗줄기가 흰색으로 보이려면 최소한 태양이 촬영자의 뒤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녁 노을 서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에서 태양이 촬영자의 뒤에 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두번째 궁금증 : 곡선으로 휜 빗줄기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는 바람이 없으면 지표면에 수직으로, 바람이 불면 옆으로 누운 사선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과 같이 아름다운 2차 함수 그래프처럼 휘어져 내리려면 구름이 있는 곳에서 사진 중간까지는 바람이 전혀 없다가 지표면에는 매우 강력한 바람이 불어 줘야 하는데, 그런 경우 마저도 아래 사진과 같이 저런 곡선으로 빗줄기가 휘기 보다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급격히 각도가 바뀐 직선의 형태로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표면에서만 바람이 분다 하더라도 비는 바람이 불어오는 지점을 기점으로 꺾어진 직선 형태로 내리지, 지표면까지 부드러운 곡선으로 내리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원본)
게다가 이번 대상작과 같이 마치 2차 함수 그래프처럼 지면으로 올수록 더욱 크게 휘어서 내리는 경우는 더욱 희귀합니다. 즉, 중간 고도까지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다가 내려올수록 점점 풍속이 빨라져 지표면에서는 매우 빠르게 바람이 부는 독특한 경우를 상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희귀한 현상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번째 궁금증 : 퍼지지 않는 빗줄기
그것은 바로 저 흐트러짐 없는 빗줄기입니다. 풍속이 빨라지면 빗방울은 더 넓은 면적으로 흩뿌려집니다. 따라서 굵은 기둥의 형태로 지표면까지 내려오기 보다는 최소한 아래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원뿔 형태, 혹은 좀 더 심하면 구름이나 안개와 같은 형태로 넓게 퍼지며 점점 투명하게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저 사진에서는 마치 하늘과 지표면을 거대한 파이프로 연결해 놓은 것처럼 빗줄기가 흐트러짐 없이 이어집니다. 이런 형태는 소나기가 아니라 오히려 용오름 현상에서 더 많이 발견됩니다만 작가도 기상청도 소나기라고 이야기 했으니 용오름은 아닌듯 합니다.
게다가 지표면에 도달해서는 빗줄기가 더 이상 옆으로 퍼지지 않고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사라집니다. 적어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산등성이에 의해 가려질 때 까지는 같은 농도로 화면에 보여야 하는데, 이 사진에서는 어느 순간 사라집니다.
빗줄기를 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지표면 인근에서 왜 빗줄기는 더이상 오른쪽으로 가지 못하고 사라지는가.
멋진 사진이기는 한데, 과학적으로는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장관의 상을 수상하는 사진전인 만큼 엄정한 심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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