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공개된 우주에서 가장 어두운 천체

 

 

관찰이 불가능한 천체를 관측하다

 세계표준시(UT) 기준 4월 10일 오후 1시(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에 유럽남방천문대(ESO)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 연구진들은 관찰이 불가능한 천체를 관측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천체의 대상은 바로 블랙홀, 즉 너무 깊고 너무 조밀해서 빛 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는 대상입니다. 사실, 블랙홀을 본다는것은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오랫동안 너무도 간절히 바래온 “불가능한” 소원이었지만 이제는 Event Horizon Telescope (EHT) 프로젝트와 Global mm-VLBI Array (GMVA) 프로젝트 덕분에 더 이상 꿈이 아닌 상황이 되었습니다. EHT는 궁수자리A*’와 처녀자리에 위치한 초거대 타원형 은하 M87의 중앙에있는 거대한 블랙홀을 목표로 삼아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했습니다. 처녀자리 은하 중심에 있는 M87 블랙홀은 지름 160억 km정도이지만 매우 밀집된 천체이고 우리로부터 5500만 광년정도나 떨어져 있기에 아주 작은 점처럼 보입니다. 이 때문에 주로 거대질량블랙홀이 회전하면서 주변으로 방출하는 X선/감마선 등의 전자기파를 관측해 “간접적인”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해 왔습니다. 너무 작은 천체이기에 블랙홀의 이미지를 얻는 것은 일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 처럼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블랙홀의 이미지를 얻으려면 매우 높은 해상도가 필요합니다. 해상도를 높이려면 파장을 작게 만들거나 망원경을 크게 (간섭계일 경우 더 먼 곳의 망원경으로 더 많이 망원경을 구성해야 합니다)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EHT팀은  SMA, JCMT, SMT, LMT, IRAM, ALMA, APEX, SPT (그림 1) 등의 전세계 8개 전파 망원경의 해상도와 데이터를 결합하여 가상의 거대한 전파 망원경, 즉 아주 긴 베이스라인 간섭계 (VLBI: Very-Long-Baseline Interferometry)를 이용 하였습니다.

 

 

블랙홀이 대체 뭔데?

 블랙홀(Blackhole)은 질량이 매우 큰 항성이 초신성이 된 후 자신의 껍데기를 날려버리고 남은 중심핵의 계속된 급속수축으로 인해 슈바르츠실트 반경보다 작아지는 천체입니다. 일단 강력한 수축은 아주 강한 중력이 존재한다는 말인데, 그 천체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인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를 넘어갑니다. 따라서, 빛을 포함한 어떤 물체도 절대로 탈출할 수 없습니다.

 블랙홀에서 우리가 첫번째로 알아야 할것은 바로 “특이점”입니다. 특이점은 한마디로 블랙홀의 중심을 말합니다. 다양한 밀집성 중, 엄청난 중력으로 인하여 중력 붕괴하는 항성이 0의 크기로 수축하면 특이점 속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따라서, 특이점으로 수축한 천체의 표면은 이론상 0이기 때문에 부피 역시 0입니다.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가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성 질량 그리고 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력 질량은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라서 물체가 가속을 받을시 시간 지연 현상이 일어납니다. 즉, 블랙홀의 특이점에서 시간이 멈추게 됩니다. 특이점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 법칙들이 붕괴됩니다. 

두번째로 알아야 할것은 바로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입니다. 즉 ‘관측 가능한 현상이 일어나는 경계’라는 의미입니다. 사건의 지평선에 있는 입자들은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물질들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은 계속 커지게 됩니다 (열역학 제2 법칙). 열역학 2법칙처럼, 블랙홀이 엔트로피를 가지게 된다면 당연히 복사를 방출해야 하는데, 이 역시 스티븐 호킹에 의해서 증명 되었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의 크기는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어떤 물체가 블랙홀이 되기위한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경’ 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는 사건의 지평선의 반지름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블랙홀 사진 (표지)에 적용시켜 볼까요? (그림3)

 

우리가 관측한것은 사실 블랙홀이 아니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사건의 지평선 바깥을 지나는 빛도 휘어지게 만듭니다. 때문에, 블랙홀 주변의 수많은 밝은 천체와 물질들이 내뿜는 빛이 휘어지면서 블랙홀 주위를 휘감게 됩니다. 이렇게 휘어진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선”을 비춰서 드디어 블랙홀 윤곽이 드러나게  만듭니다. 빛 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기에 어두울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사실 블랙홀이 아니고, 블랙홀의 “윤곽”입니다. 즉, 블랙홀 주변을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물질에서 나온 빛 입니다. 또한, 블랙홀의 윤곽중 한쪽이 밝게 보입니다. 이는 사건 지평선에 다가간 물질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공전하며 블랙홀로 끌려 들어갈때 지구를 향해서 도는 부분은 지구에서 멀어지는 부분보다 더 밝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도플러 효과). 

 

아인슈타인이 맞았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어떤 물체가 존재할때 주변 시공간은 그 물체의 질량에 영향을 받아 휘게 되고, 질량이 클수록 주변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져 더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천체가 너무나도 무거워진다면 자체 중력에 스스로 급격하게 수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론 발표 후 수년 후부터 여러 천문학자들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부분 검증했지만 (참고로 2016년 LIGO팀이 검출한 중력파 역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 되었던 현상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직접적으로 증명한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블랙홀 주위의 시공간은 강한 중력에 의해 왜곡된다는 점을 확인 시켜주었고, 블랙홀이 회전 중일 때 블랙홀 그림자와 광자 링은 시공간이 비 대칭형 이어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 시켜주었습니다. 물론 가장 놀라운점은 자기 유체 역학을 고려한 아인슈타인의 모든 이론이 포함된 컴퓨터 모델이 실제로 관측된 영상과 놀랍게도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블랙홀의 세부 정보와 심지어 질량까지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 4)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별들의 최후 이지만, 우주가 탄생한 시작점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오늘날 인류가 증명한 아인슈타인의 주장처럼 호킹의 말이 맞다면, 우리는 이제 우주의 시작에 한걸음 다가간 셈입니다. 그리고 빠른 미래에 인류는 또한번 호킹의 주장을 증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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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독일 Kiel/Heidelberg에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민재 입니다. 현재는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먼지원반(debris disks)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및 관련 과학을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칼 세이건의 정신을 마음에 새긴 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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