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란 무엇인가 (3)

 

우리가 보는 빛의 원천

 여러가지 빛의 고유 성질 덕분에 (빛은 무엇인가 (2) 참조), 주변 대부분의 사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빛 이라는 매개체가 없다면 어떠한 물질도 빛을 흡수해서 다시 반사, 산란 등을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주변은 모두 암흑과도 같을것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의 빛은 어디서 오는것 일까요? 이들 중 대부분은 태양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빛은 다른 별들에서도 꾸준히 오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청/장년별들인 주계열성 (Main Sequence star)의 중심부에서는 아주 강력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강력한 핵반응으로 생성된 에너지는 별의 표면에 도달하게 되는데, 별 표면 주위에 있는 원자의 내부 에너지 준위 차이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에너지를 가진 빛들은 흡수됩니다. 원자들은 에너지를 흡수 한 후 아주 짧은 시간동안 “여기 상태(혹은 들뜬 상태; excited state)”로 존재하지만, 이내 바로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기저 상태 (바닥 상태; ground state)로 돌아가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빛이 생깁니다. 이렇게 생긴 빛 에너지는 주변의 다른 원자들에 의해 다시 흡수 되곤 합니다. 이러한 빛 복사가 온 우주에 퍼지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에너지를 품은 빛이 우리에게 도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밝은 세상을 볼 수가 있는 이유입니다. 많은 광원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빛은 바로 (태양)열입니다.  

 물론 이밖에 다른 형태의 광원도 있습니다. 인광(Phosphorescence) 물질은 들뜬 상태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중간상태를 거쳐서 바닥상태로 도달; 빛은 무엇인가 (1) 참조) 계속 빛을 내는 형태의 물질을 말합니다. 또한 형광(Florescence) 물질은 에너지를 받을 동안에만 빛을 내는 (들뜬상태에서 바로 바닥상태로; 빛은 무엇인가 (1) 참조) 형태의 물질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형광물질인 형광등은 에너지를 받아 흡수할때에만 밝은 빛을 낼 수 있습니다. 한편 형광등을 끈 후에도 약간의 미약한 빛이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빛이 바로 인광입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생물들이나 외부의 빛을 흡수 하여 빛을 내는 형광생물들도 있습니다. 반딧불이나 해파리 등의 생물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보통 이들의 몸안에 들어 있는 화합물엔 들뜬상태의 원자들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같은 에너지를 한 곳으로 집중하여 강한 빛을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이를 우리는 레이저라고 부릅니다. 들떠 있는 순간의 원자와 자신이 자연 방출하는 빛의 파장과 동일한 파장의 빛이 충돌하게 된다면, 파장과 위상, 그리고 진행 방향이 동일한 빛을 방출하게 됩니다 (유도 방출).  레이저는 이 유도 방출의 원리를 이용합니다. 

 

위대한 발명: 분광기

열의 형태로 빛을 방출하는 별은 한가지 자연의 법칙을 따릅니다. 바로 별의 온도에 따라 특정한 복사 스펙트럼을 방출한다는 법칙입니다. 예를 들어서, 태양 표면은  대략 5700K 의 온도인데, 이 온도에서 방출되는 전자기 스펙트럼은 가시광선부근에서 최댓값을 가지게 됩니다. 온도가 낮을 수록 긴 파장부근에서 최대값을 갖게 되기에, 태양보다 온도가 낮은 전구들은 적외선에서 최대값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빛(전자기파)에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프리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천문학이 학문의 형태로 정립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때의 가장 대표적인 발명품들이 망원경과 프리즘입니다. 17세기 전까지 가시광선은 색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뉴턴은 프리즘을 만든 후,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빛의 분산에 관해서 알아냈고, 분해된 가시광선 안에 모든 색상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대부분의 프리즘은 유리로 만들지만, 빛의 파장을 통과시킬 수 있는 어떠한 재질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빛이 서로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예: 공기에서 유리로) 두 매질의 경계면(프리즘 표면)에서 굴절하기 때문입니다. 프리즘을 통과하는 가시광선은 각각의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른 각도로 굴절하게되고, 총 두번의 굴절을 통해 빨간색에서 보라색에 이르는 색깔들로 분산됩니다 (표지 그림 참조). 이처럼 우리 눈은 가시광선에 민감하기에, 프리즘만 있어도 분해된 가시광선 빛을 보는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실제로 무지개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공기 중을 돌아다니는 수많은 물방울들이 빛과 반응하게되면, 물방울안에서 굴절이 일어나게 되고, 물방울이 프리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것 처럼, 다른 빛들은 우리 눈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1802년, 독일의 물리학자 프라운 호퍼 (Joseph von Fraunhofer, 1787~1826)와 영국의 화학자 월라스톤 (William Hyde Wollaston, 1766~1828)은 뉴턴이 만든 프리즘을 발전시켜서 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분해하여 스펙트럼을 얻었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검정색선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들은 이 선을 암흑선이라고 불렀습니다. 프라운호퍼는 대기가(혹은 각종 원소들이) 태양 자체의 빛을 흡수할때 태양빛 의 감소가 일어나고 이에 따라서 암흑선이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위 실험에 깊은 감명을 받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화학자 분젠(Robert Bunsen, 1811~1899)과 물리학자 키르히호프 (Gustav Robert Kirchhoff, 1825~1887)는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불꽃으로 가열된 이온성 물질에 통과(흡수)시켜서 프라운호퍼 흡수선을 얻는데에 재 성공 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여러가지 불꽃 실험을 통해 여러 원소들의 각각 다른 불꽃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이 불꽃 반응을 이용하면 물질의 종류가 달라도 물질 속에 공통으로 포함된 금속 원소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각 원자 마다 전자 전이가 일어나는 궤도가 다르므로, 원소들의 구성 성분 및 온도에 따라 특정한 파장에서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흡수 스펙트럼이나 선 스펙트럼의 관찰을 통해 여러 원소들을 구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분광기의 원리가 나오게 됩니다.

 현대의 분광기(spectroscopy)는 여러 분광 소자를 이용하여, 어떠한 물질에서 방출되거나 흡수되는 빛을 분석하며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식별합니다. 이렇게 모든 영역에서 측정된 파장 함수의 신호는 스펙트럼에 모이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모든 빛의 종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Milton의 전자기 스펙트럼(그림 2)입니다.

 

 

태양은 모든 파장의 빛을 방출하지만, 분광기엔 단색화 장치(파장 선택기; monochromator)가 있기에 광원으로부터 방출된 전자기장 중 한가지 파장만 선택된 후, 시료에 흡수됩니다 (그림 3).따라서 단일 파장만 얻어지도록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분자는 너무 작기에 가장 성능이 좋은 현미경으로도 관찰이 불가능합니다. 분자도 보이지 않는데, 우리는 이미 원자수준의 모든 구조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분광기 덕분입니다. 이런 분광기는 분자구조 분석을 넘어서 이제는 천문학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도구가 되었습니다.

 

분광기의 이용

천문학은 기본적으로 우주에서 오는 빛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분광기를 통해, 스펙트럼을 얻게 되면, 흡수선의 강도나 위치등을 통하여 항성의 물리적인 특징, 질량, 온도, 그리고 대기의 화학조성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별에서 전자기파 형태로 방출되는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별의 표면부터 (통상적으로 별의 표면 온도를 우리는 별의 온도로 가정합니다) 대기 사이에 어떤 입자(원자, 분자)들이 있는지에 따라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멀리에 있는 별의 대기에 존재하는 화학구성까지 알 수 있는 것은 프라운호퍼의 흡수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현재 천문학에서는 별을 온도와 각종 흡수선에 따라서 분광학적 분류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분류법은 20세기 초 하버드 천문대에서 만들었기에, 하버드 분광분류라 부릅니다. 별은 대략 11가지 종류의 분광형이 있는데, O형, B형, A형, F형, G형, K형, M형, L형, T형, C형, 그리고 S형 등이 있습니다. 예를들어서, G형중 가장 유명한 별은 우리 태양인데,  표면온도는 대략 5700K 정도이고 수소선(656.3 nm)과 칼륨선(393.4 nm)이 매우 강합니다. (그림 4)

 


 만일 빛이 가스 상태의 원자가 포함된 매질을 통과하게 되면, 단지 몇 개의 특정 파장만 흡수가 됩니다. 따라서 매우 좁은 여러 개의 선폭을 가지는 스펙트럼이 나타내게 됩니다. 또한, 분자형태의 입자들은 빛에 의해 들뜨게 될 수 있는데, 보통 3가지 형태의 전이 (낮은 에너지 상태의 분자들의 높은 에너지 궤도로 이동)가 일어나게 됩니다. 감마선, X선 같은 단파장의 경우는 전자가 직접 전이하면서 전이과정(전자 전이; electronic transition)을 일으킵니다. 적외선같은 빛들은 분자수준에서 진동(진동 전이; vibrational transition)을 일으키고, 장파장인 마이크로파는 분자의 회전(회전 전이; rotational transition)과 함께 전이과정이 일어납니다. 라디오파 같은 경우는 핵의 스핀이 전이과정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한 분자의 가능한 에너지 준위 수는 굉장히 많은 조합의 경우를 가지고 있으며, 보통 원자 입자의 전이 경우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후속 칼럼 설명

빛은 무엇인가 (1): 빛의 본질에 관해서 토론하고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빛은 무엇인가 (2): 빛의 종류에 관해서 간단히 짚고 넘어가며, 빛의 고유 특성인 직진성, 반사, 굴절, 간섭, 회절 그리고 편광에 대해서 다룹니다.
빛은 무엇인가 (3): 빛의 분산현상을 이용한 스펙트럼은 결국 분광기를 만들었고, 분광학이라는 아주 중요 한 분야를 이끌었습니다. 분광기의 원리와 응용에 관해서 다룹니다.
빛은 무엇인가 (특집): 빛의 본질에 관해서 토론하던 물리학자들이 결국 양자역학의 발전을 이끌게 되었는데, 이에 따른 해석과 관점에 관해서 토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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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독일 Kiel/Heidelberg에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민재 입니다. 현재는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먼지원반(debris disks)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및 관련 과학을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칼 세이건의 정신을 마음에 새긴 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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