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로그램(kg)의 정의가 바뀐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조금 가벼워 있다고?

이게 웬 반가운 소리인가요?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가벼워 질 수 있다니, 이런 감사한일이 또 있을까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표준단위를 일컫는 말인  SI 단위라는것이 있습니다 (프랑스어 le Système international d’unités에서 유래한 단어; 한글 정식 명칭은 국제단위계라고 합니다). SI단위는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연을 표현하는 m, kg, s, A, K, mol, cd 등의 7가지의 기본 단위를 일컫습니다 (현재의 7가지 SI기본단위의 관한 정의는 표 1에 있습니다).

처음 SI 단위가 만들어졌을때는 그들의 정의를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만들었으나, 정의에 사용되는 그것들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처음 정의했던 비슷한 값을 유지하면서 보다 정확한 재현이 가능한 다른 방법을 찾다 보니 현재의 정의(표1)는 꽤 복잡해져버렸습니다.

예를 들어서 처음 정의 되었던 s (1초) 는 평균태양일의 1/86400였으나, 천문학자들이 지구의 자전이 일정치 않음을 밝히고 나서, 결국은 1967년에 절대영도 상태인 세슘-133 원자의 바닥 상태 준위의 두 초미세 구조 사이를 전자가 이동할 때 흡수, 방출하는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다시 정의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kg (1킬로그램) 은 본래 1기압에서 1000 cm3 부피의 용기에 담긴 4 °C 물의 질량으로 정의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부피를 정확하게 재는것도 불가능하며 온도에서 0.000001 °C 라도 오차를 일으키게 된다면, 1kg의 정확한 양을 아는것은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런던에서 18세기에 제조된 백금 90%-이리듐10%의 합금으로 만든 르그랑 K라는 물질의 1kg을 우리가 아는 1kg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는 폭탄으로 부터 공격을 당하더라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을정도의 물질이며, 1879년 당시 가장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 졌습니다. 프랑스 국제도량형국 본관 (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 BIPM) 건물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으며 외부 공기가 차단된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림 2).

하지만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합니다. 물리적 물체인 르그랑 K는 원자를 잃기도 하고, 유리관안의 공기 중에서 분자를 흡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100만 분의 1g 정도 가벼워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1kg의 정의는 아주 약간 줄어들었기에 여러분의 몸무게는 늘어 났습니다 ^^ 다이어트를 해도 늘어나다니… 이걸 어쩌죠 대체. 

 

새로운 1 킬로그램

따라서 물리학자 및 많은 과학자들이 2018년 11월 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도량형 총회(CGPM)에 모여서 좀 더 정확하게 킬로그램 질량을 정의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더 좋아할 일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새로 개정하는 SI 단위계는 전부 우주의 기본적인 물리상수를 바탕으로 정의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래 우주의 물리상수를 채택하고 있던 3가지의 기본단위를 제외한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등 4개를 새롭게 천문학적 상수를 이용하여 정의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최종 가결되었고 이는 2019년 5월 20일부터 변경 적용될 예정입니다. 물리적 물체가 아닌 절대 변하지 않는 상수를 사용해 단위를 정의 한다면 단위의 양이 절대로 변경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kg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막스 플랑크에 관해서 알아야 합니다.

양자역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막스플랑크는 흑체복사 그리고 결국 빛 에너지의 양자화를 설명 (빛은 무엇인가 (1) 참조) 하기 위해서, h (단위: J‧s)라는 상수를 도입합니다. “h (사실 이는 독일어기에 [haː] 로 발음 하는게 맞습니다)” 의미는 ‘단위 진동수당 에너지’ 입니다. 에너지(E)는 h 진동수(ν) 곱으로 나타낼 있는데 h 일정하기에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지게 되는 빛은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또한hv의 정수배 단위의 값만 가질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실험을 통한 h 현재 실제 측정값은 6.62607015×10-34 J⋅s인데, 5월 20일 부터는 위 값이 측정값이 아니고 “참값”이 됩니다. 위의 6.62607015×10-34 J⋅s을 이용하여 플랑크 상수 h = 6.62607015×10 -34 kg ⋅m2⋅s-1 가 되도록 kg의 정의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에너지의 단위인 J은 m24⋅kg⋅s-2 로 나타낼 수 있기에, 역으로 플랑크 상수의 단위는 kg‧m2‧s-1 이 됩니다. 즉 우리가 플랑크 상수를 정확하게 정해 놓으면 이미 결정된 길이와 시간 단위를 이용해 kg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외의 4개 값들도 전부 우주 물리 상수를 이용하여 새로 정의했습니다 (표지 그림 및 표 2 참조).

이와 같이 더이상 인류가 만든 물체의 질량을 기준으로 정의하지 않고 (상수의 정의와 값이 변하지 않는 한) 변치 않는 물리상수들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단위들은 이제 더이상의 혼란이 없을 듯합니다. 아쉽게도 우리가 체감할 만한 몸무게의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단위 이하로 가야 느낄 수 있는 수준이기에,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미세한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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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독일 Kiel/Heidelberg에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민재 입니다. 현재는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먼지원반(debris disks)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및 관련 과학을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칼 세이건의 정신을 마음에 새긴 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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