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 먹어 보충하라고? 무슨 그런 망발을!

콜라겐의 허상

되지도 않은 콜라겐이 한때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다가 효과 없음이 확인되자 소비자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지더니 이제 다시 스물 스물 그 망령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피부미용에, 혈관에, 관절에, 탈모에 좋다면서 먹기도 하고 바르기도 하라면서 소비자의 주머니를 많이도 털어갔다.

 

검색창에 “콜라겐”이라고만 쳐 넣어도 우르르 쏟아지는 수 많은 콜라겐 관련 상품 광고들

필자가 오래전에 이미 콜라겐의 허상에 대해 여럿 글을 썼지만 다시 사기꾼들의 기만이 시작되는 것 같아 재정리하여 새 버전으로 비판해 볼까한다.

콜라겐(collagen)이라는 단어는 전문용어에 해당되지만 이것이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고 나서는 친숙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하도 과대, 허위선전에 현혹 되다 보니 모르는 사람에게는 마치 건강의 파수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도 한다. 콜라겐의 허구성을 비판하기 전에 우선 어떤 물질인지 부터 보자.

 

◇ 콜라겐이란 무엇인가?

콜라겐은 동물의 몸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물질로 식물에는 없는 섬유상(纖維狀) 단백질이다.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고 연골, 힘줄, 뼈조직에 존재하며 피부의 진피조직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인체 구성 단백질 중 가장 많다. 특히 동물 껍질이나 연골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특수 단백질이다.

콜라겐 섬유의 전자현미경 사진

콜라겐은 1000개 정도의 아미노산이 사슬모양으로 결합(peptide 결합)하여 긴 실 형태의 섬유상으로 되어 있다. 보통의 단백질은 20종류의 아미노산이 골고루 적당한 비율로 구성되어 있으나 콜라겐만은 세 종류의 비 필수아미노산(nonessential amino acid)인 Glycine = 35%, Alanine = 11%, Proline + hydroProline = 21%이 주류를 이룬다. 분자량은 대개 10만(달톤)정도로 비교적 큰 편이며 인체내에 존재할 때는 몇 가닥이 서로 꼬여서 아주 복잡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필수 아미노산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는 질이 낮은 단백질로 취급된다.

(전문가를 위해 ; 콜라겐은 다른 단백질과는 달리 α-helix구조를 취할 때 유일하게 left handed 로 꼬인다).

콜라겐이 실제 인체 내에 존재할 때는 콜라겐 섬유 몇 가닥이 서로 꼬이고 꼬인 세 가닥이 다시 다발모양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아주 복잡한 구조로 존재한다. 불용성이며 열에 의해 입체구조를 파괴하지 않고는 녹아 나오지 않는 구조다. 머리카락 구조와 매우 유사한 모양을 취한다.

콜라겐의 구조

 

​모발의 구조

 

콜라겐은 물에는 녹지 않아 열수로 추출하여 용출한다. 즉 이런 조직 내의 콜라겐을 가열 추출하면 입체구조가 깨어지고 젤라틴(gelatine)이라는 변성단백질로 되어 녹아나왔다가 식히면 다시 굳어 버린다. 따라서 변성한 단백질은 이미 콜라겐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콜라겐(collagen)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시중에 유통되는 콜라겐은 콜라겐이 아니라 젤라틴인 셈이다.

 

◇ 콜라겐은 음식에 불과하다

 

동물성 음식에는 예외 없이 콜라겐이 존재하며(식물에는 존재하지 않음) 열로 조리하면 구조가 붕괴되어 젤라틴으로 변화한다. 붕괴된 콜라겐은 여느 단백질과 다르지 않게 우리의 소화효소에 의해 가수분해 되어 아미노산으로 변하고 혈액속으로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 체내 단백질 합성의 재료 등으로 이용된다.

고분자인 단백질의 형태 그대로는 소화기관이나 피부로 부터 절대 흡수되지 않는다. 소화되어 아미노산으로 변하면 이미 콜라겐의 성질은 사라진다. 게다가 콜라겐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필수아미노산이 들어있지 않아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질 낮은 단백질로 취급되며 동시에 소화율도 낮은 단백질이다.

콜라겐(젤라틴)은 연골, 동물의 껍질, 뼈 등에 많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 특히 좋아하는 곰국에 다량 함유돼 있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이 있어 곰국을 낮은 온도에 두면 굳어버리게 된다. 녹는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7도 정도이다. 콜라겐이 많이 들어있는 생선껍질, 소, 돼지 껍질이나 족, 닭발 등을 오래 끓이고(고와) 그 국물을 실온이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굳어서 젤(gel)의 형태로 된다. 이를 두부모 같이 잘라 조리하여 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젤라틴은 담백한 맛을 내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전문가를 위한 부분 : 옛날 한천(agar)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는 미생물의 배양 시에 사용하는 slant나 plate배지의 고화(고체)용으로 gelatine 을 사용하였다. 이때 젤라틴의 낮은 melting point 때문에 사용하기가 불편하여 이후 agar로 대체되었다.>

훌륭하게 추출된 콜라겐으로 이루어진 식품 – 곰국

◇ 효능성? – 허위선전의 전형

 

콜라겐이 관절통의 완화, 주름살의 개선, 머리카락의 윤기, 혈관, 뼈, 치아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허위선전의 전형이다.

단 피부에 발랐을 경우 보습성이 있어 미용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보습효과만을 위한 것이라면 콜라겐보다 효과가 뛰어난 물질이 많이 있기 때문에 꼭 콜라겐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또 콜라겐은 고분자의 단백질이라 피부 속으로 들어가거나 장(소화관)에서 그대로 흡수되는 경우는 전혀 없어 선전과 같은 기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장사치는 사기꾼에 틀림없다. 항체(면역 글로불린, Ig)를 먹으면 면역기능이 증대되고 헤모글로빈을 먹으면 산소의 운반이 원할 해 진다는 허위선전과 다를 바 없다.

시중에는 먹는 콜라겐, 바르는 콜라겐, 콜라겐 함유비누 및 화장품, 건강식품 등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콜라겐의 큰 분자량과 물에 녹지 않는 성질 때문에 체내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급기야 효소나 산으로 저분자화 하여 가용성 콜라겐(젤라틴)을 만들어 허위선전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저분자화 하더라도 피부나 소화기관에서 그대로 흡수되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다. 피부도 하나의 훌륭한 세포이기 때문에 분자량이 적다고 해서 물질이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일부 흡수된다 하더라도 체내 콜라겐의 합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수 많은 콜라겐 상품들

콜라겐 제조의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시판하는 콜라겐은 대개 돼지 껍질을 고와서 만든다. 이를 적당히 정제, 가공하여 제품화 하고 여러 용도로 효능성을 선전한다. 정확하게는 콜라겐이 아니라 젤라틴이라 해야 옳은데도 끈질나게도 콜라겐이라는 주장이다.

사람의 콜라겐이 아닌, 동물의 콜라겐을 먹는다고 우리몸속의 콜라겐의 합성이나 보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사람의 콜라겐을 먹는다 해도 효과는 물론 없다. 단순한 소화의 대상인 단백질이 될 뿐이다. 그것도 동물성 단백질 중에서도 가장 질 나쁜 단백질이라 맛이 아닌, 어떤 효능을 기대하고 먹는다는 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대머리가 돼지털을 고와 먹는 것과 같은 논리이며 허황된 기대에 불과하다. 물론 사람 머리털을 고와 먹어도 효과는 없다. 머리 나쁜데 골 먹고 면역 약한데 항체 먹고 피 모자라는 빈혈에 헤모글로빈 먹는 것과 뭐가 다른가?

 

◇ 다음은 언젠가 언론에 기사화 된 내용을 옮겨 봤다. 이해당사자간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이라 다소 완곡하게 판단하고 표현 한 것 같아 보인다.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팀이 200여 건강보조식품 등의 효과를 조사 발표한 내용이다. 당시 유태우 교수팀은 콜라겐XN·콜라겐P100 등 일부 먹는 콜라겐 제품에 대해 B/C 등급을 주었다가 뒤늦게 C/I로 정정했다. A는 권장할 만한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이고, B는 권장 할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C는 효과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존재 하는 경우, D는 권하지 말아야 할(확실한) 증거가 있는 경우, I는 과학적 근거가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아주 초보적인 실험 수준인 경우에 해당한다.

당시 서울대 가정의학과가 펴낸 자료에도 콜라겐XN을 비롯한 몇 가지 콜라겐 제품의 등급은 처음에는 B/C로 분류돼 있었다. 유태우 교수는“인체 실험을 한 국내외 논문 결과를 다 조사한 후 발표한 것인데, 콜라겐이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처음에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C/I 등급으로 내렸다”고 말했다

국내 의학계가 콜라겐 제품의 등급을 번복한데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의료계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로서는 건강보조식품으로 허가된 먹는 콜라겐의 효능을 인정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콜라겐 유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먹는 콜라겐 시장은 국내에서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종류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른다. 분말이나 알약, 요쿠르트 등, 형태도 여러 가지다. 주로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약국과 피부과에서도 취급하고 있다. 60g-100g 단위가 10만-60만원대에 판매될 정도로 고가이지만 젊어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서울 강남 부유층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콜라겐 시장이 활기를 띠자 솔표조선무약, 광동제약 등 제약회사에 이어 CJ 등 대기업도 뒤늦게 시장에 가세하거나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업체간 경쟁이 격화하자 광고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초 각 일간지에는 솔표조선무약의 먹는 콜라겐 제품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광고에는 콜라겐을 먹기 전과 먹은 후 달라진 여성 얼굴을 비교해 게재했다. 그 제품을 먹으면 쭈글쭈글한 주름과 잡티가 있는 얼굴이 20대 여성의 피부처럼 탱탱해진다는 것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1박스 3개월치 분량에 30만원이다.

과연 그 제품을 먹으면 사진 속 모델의 얼굴처럼 피부상태가 180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솔표조선무약측에서도 과장광고임을 인정했다. 솔표조선무약측은“광고는 판매업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것으로 과장된 측면을 시정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건강식품업체의 기준 및 규격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건강기능식품법이 시행되면 이같은 과장광고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상실험 자료가 인정될 경우에 한해 건강식품과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광고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아래는 오늘 중앙일보에 난 기사이 또한 전부 엉터리필자가 댓글까지 달았다.

http://news.joins.com/article/2230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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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호

부산대학교 미생물학과 정년 명예 교수 이태호 입니다. 식품 생명 공학에 관한 연구를 위해 평생을 노력해 왔습니다. 식품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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