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지방과 마가린의 불편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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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포화지방이 잘못된 호칭이듯이 트랜스지방도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이름입니다. 트랜스지방산이 있지 트랜스지방은 없으니까요. (지난 글 참고) 다만 이 글에서는 독자의 편의를 위하여 시중에 널리 알려져 있는 트랜스지방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트랜스지방이 그렇게 나쁜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트랜스지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종편이나 쇼닥터들은 한결같이 트랜스지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먹어서는 알 될 독약 취급으로 소비자를 겁박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 들어가 혈관 벽에 쌓이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를 높이며 좋은 콜레스테롤 HDL를 낮춘다.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고, 면역력을 저하시키며 각종 암 발병,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기능저하, 당뇨를 유발 한다”등 실로 그 위해성은 어마어마하다. 이번 주제는 트랜스지방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본다.

 

트랜스지방이란 뭔가? ​

실제 트랜스지방(trans fat)이라는 것은 없다. 트랜스지방산(trans fatty acid)이 있을 뿐이다. 지방은 글리세롤 한 분자에 지방산 3분자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다(아래 그림). 그 3분자 중에 트랜스지방산이 하나라도 들어 있을 경우를(트랜스지방산의 불포화도와도 관계없이) 그렇게 잘못 부르고 있거나, 경화유(전환유, 마가린)를 마치 트랜스지방산과 동일시해서 그렇게 호칭하거나 한다. 정확한 명칭은 트랜스지방산이 들어있는 지방이라 해야 옳다. 그림에서 트랜스불포화지방산이 시스불포화지방산으로 대체됐을 경우 이를 통칭 트랜스지방이라 부른다.

그럼 트랜스지방산은 뭔가?

트랜스란 말은 극히 전문적인 학술용어에 해당되며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단어이다. 물질의 기하이성체를 구별하는 용어다. 지방산에 이중결합이 존재할(불포화-unsaturated) 시 이를 불포화지방산이라 하는데, 그 2중결합의 2탄소에 붙어있는 수소의 위치가 같은 방향일 경우 시스(cis)형, 반대일 경우를 트랜스(trans)형이라 부른다(아래그림 참조). 그런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지방산은 안정성이 강한 트랜스형이 아니라 불안정한 구조인 시스형이 대부분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물론 아래에 예시한 것처럼 천연에 트랜스형도 소량은 존재한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아직 신비로 남아 있다.

 

 

두 이성체간의 물성차이

포화지방산에 비해 불포화지방산은 녹는점(융점)이 획기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은 전편에서 설명했다. 당연 불포화지방의 함량이 높아지면 그 지방의 융점은 감소한다. 그런데 시스지방산이 트랜스형으로 바뀌면 그 구조가 포화지방산과 유사하게 되어 융점이 증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래 그림에서 탄소수가 18개(C18)인 포화지방산 stearic acid에 2중결합이 2개 들어간 시스형 linoleic acid(10도 정도에서)가  트랜스형으로 바뀌게 되면 융점이 크게 증가(40도 이상으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트랜스지방은 왜 나쁘다고 하는가?

이 물질, 즉 자연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트랜스지방산이 체내에 들어가면 나쁘게 작용한다는 것이 거의 정론으로 굳어졌다. 중요한 물질합성의 전구체(재료)가 되어 잘못된 신경전달에 관여하고 막구조에도 잘못 들어가 세포막의 물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추측에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심장병 발생율을 높인다는 연구보고가 있긴 하나 아직까지 정확한 유해기작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다.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정설로 통용되는 이론은 아니다”라는 주장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이 우리 몸에 그렇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많다. 미국이 정한 1일 허용기준치가 2g인걸 보아 유해성이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그들의 주장처럼 몸에 축적되어 쌓이는 게 아니라 시스형보다는 좀 느리기는 하나 대사되어 에너지를 내고 소모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평생 먹어온 트랜스지방산이 배출되지 않고 몸에 쌓이기만 했다면 지금 우리 몸이 온전하게 남아 있겠는가 하는 거다. 위의 무시무시한 주장들은 일부 유해론자들의 극단적인 표현에 불과하며 침소봉대의 전형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디에 많이 들어있나?

트랜스지방은 거의 모든 식품에 존재한다. 천연식품에는 그 함량이 높지 않으나 대부분은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산의 시스형 이중결합이 가혹한(고온 등) 조건 등을 만나면 수소의 위치가 바뀌는 현상이 가끔 벌어진다. 즉 불포화지방산의 시스형이 트랜스형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온도가 높을수록 그 생성량은 많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한때 마가린과 감자칩에 그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기피식품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아래 표를 보면 우리가 기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천연식품에도 트랜스지방이 존재하는 걸까? 식이로 먹은 것이 축적된 건지 아니면 생명체에 필요한 물질이라 존재하는 건지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각종 식품에 들어있는 트랜스지방산(trans fatty acid)의 함량

 

인위적으로는 어떻게 생성되나?

고열에 의해 주로 생성된다. 음식을 튀기거나 볶을 때 주로 나온다. 시중에는 마가린의 제조 시에 특별히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표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아래 그림은 식물유에 수소를 고온에서 집어넣어 불포화지방산을 포화시킬 때 부반응으로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되는 과정이다.

이렇게 만든 마가린은 비스켓이나 쿠키를 바삭바삭하게 위해, 빵이나 버터크림 제조 시에 많이 사용된다. ​과자류 (칩, 쿠키, 비스켓 등), 빵, 라면, 아이스크림, 초콜릿, 커피 프림, 햄, 소시지, ​피자, 햄버거, 감자튀김, 팝콘, 도넛, 케이크, 파이, 튀김요리에 많다.

우리나라에도 트랜스지방의 위해성에 대해 하도 말이 많아 식약청에서 인스턴트식품에 함량표시제를 강제하고 있다. 트랜스지방 하루 권장량이 2g 이하인데0.2g미만까지는 0g으로 표시해도 좋다는 맹점이 있다. 마가린 제조 시에 트랜스지방이 많이 생성되나 제조방법에 따라 함량의 차이가 크게 난다. 마가린의 최대 트랜스지방 함량이 15%정도로 알려졌다.

 

마가린이 트랜스지방인가?

과거 마가린과 쇼트닝=트랜스지방이라는 잘못된 등식이 성립되면서 매출이 줄고 소비자의 외면으로 관련기업의 도산이 잇따랐다. 동시에 맥도날드, KFC등의 감자튀김, 햄버거도 트랜스지방 덩어리라는 누명을 쓰고 큰 타격을 받았었다.

마가린이나 쇼트닝은 불포화도가 높은 식물성 지방에 수소가스를 고온에서 강제로 불어넣어(hydrogenation) 구성지방산을 포화시켜 이중결합을 없애준 식품이다. 이런 작업은 액상인 식물성지방을 동물성지방처럼 고상(형)으로 만들어 주고 유통과 사용을 편하게 해 주며 독특한 고소한 맛을 부여하여 기호성을 좋게 하는 이점이 있어 여러 식품에 사용된다. 식물성 버터라며 한때 좋은 식품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이때 고열의 처리가 포화되지 않고 남은 이중결합의 일부를 트랜스형(위의 그림 참조)으로 바뀌게 하는 부반응(side-effect)이 동반되며 인체에 좋지 않은 트랜스지방산이 부산물로 생성된다. 마가린과 쇼트닝에 트랜스지방산의 함유량은 다소 높기는 해도 시중에 퍼져있는 마가린이 곧 트랜스지방이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오해의 소산이다.

 

이런 오해는 짐작컨대 액체를 고체로 전환했으니(transformation), 접두어를 따서 trans(전환)지방이라고 잘못 부른 게 아닌가 싶긴 하다. 이 트랜스와 지방산의 이성체를 지칭하는 트랜스하고는 전혀 다른 의미인데도 말이다.

 

트랜스지방이 그렇게 나쁜가 – 필자의 썰

아직 그 유해 기작(미캐니즘)이 확실히 밝혀져 있지도 않은데도 트랜스지방이 하도 나쁘다는 주장이 강하다 보니 항상 논란의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미 FDA(미 식품의약국)가 트랜스지방이 주로 부분 경화유(마가린)에서 유래된다고 판단하고 퇴출명령을 내렸다. ‘2018년 6월까지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자사의 부분 경화유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 FDA의 예외 승인을 받은 뒤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오던 트랜스지방에 대해 퇴출을 선언한 셈이다. 이번 FDA의 조치는 마가린이나 쇼트닝만을 퇴출의 대상으로 삼고 조리 과정 중에 생기는 트랜스지방에 대해서는 규제대상이 아니라 소비자에 그 선택권에 맡기겠다는 논리라 좀 거시기 하긴 하다.

 

 

트랜스지방이 우리 몸에 그렇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있다. 미국이 정한 하루 허용 기준이 2g인 것으로 보아 유해성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랜스지방은 몸에 축적되어 쌓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스형보다는 좀 느리기는 해도 대사되어 에너지를 내고 소모되는 물질로 알려졌다. 미국인의 하루 총에너지 소비량의 2-4%는 트랜스지방에서 나온다고 하는 통계도 있다. 소나 양의 위장에서 서식미생물에 의해 천연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천연지방에도 트랜스지방이 상당량 포함되어있다는 점이다. 식이로 섭취한 것이 함유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버터, 우유나 모유에도 검출된다. 반추동물(소, 양등)의 젖이나 지방에는 2–5%가, 모유지방에는 1~7%가 트랜스지방의 비율을 보인다.

평생 먹어온 트랜스지방이 배출되지 않고 몸에 쌓이기만 했다면 지금 우리 몸이 온전하게 남아 있겠는가? 고온에서 기름으로 요리한 음식에는 트랜스지방이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으니 우리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이 먹어온 셈이 된다. 이 물질이 인체에 그렇게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몸이 스스로 체험해 왔다고도 하는 점이다. 아직 트랜스지방의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은 밝혀져 있지 않아 심각한 유해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렇다고 트랜스지방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정설이 아닌 일부의 과격한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식품의 위생과 안전성 평가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앞으로 다른 나라에 미칠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마가린과 쇼트닝의 퇴출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될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발표 후 우리 식약처가 그런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우리는 부정할 수 없이 부지불식간에 트랜스지방을 꾸준히 먹어 온 셈이다. 이른바 스스로 인체실험을 통해 그렇게 유해하지 않다고 증명해 왔다는 거다.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트랜스지방을 퇴출시킨다고 우리의 건강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막연한 유해성 주장에 마냥 겁먹기보다는 과학적 연구가 더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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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호

부산대학교 미생물학과 정년 명예 교수 이태호 입니다. 식품 생명 공학에 관한 연구를 위해 평생을 노력해 왔습니다. 식품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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