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지방, 불포화지방이란 없다
우선 용어부터 잘못됐다. 세간에서는 지방을 포화, 불포화 지방으로 잘못 부르고 있다. 포화, 불포화는 지방의 구성성분인 지방산에 붙이는 이름이다. 지방산은 지방의 구성성분일 따름이다. 지방을 분류할 때는 포화,불포화가 아니라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은 지방 혹은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은 지방”, 이렇게 불러야한다. 지방의 구조와 역할 등에 대해서는 이미 본시리즈의 앞 주제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마저도 지방을 포화지방, 불포화지방으로 부르고 있다. 얼마나 잘못된 건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지방의 정의에 대해 구글링하면 영문으로 이렇게 나온다.
A type of fat containing a high proportion of fatty acid molecules with at least one double bond(1개 이상의 2중결합을 갖고 있는 지방산의 비율이 높은 지방).
그럼 지방의 구조를 다시 상기해 보자.
위 지방은 3개의 지방산 중 하나가 불포화, 2개는 포화지방산으로 되어있다. 이는 불포화지방인가 포화지방인가? 정의대로라면 이는 필시 불포화지방에 해당된다. 그러면 포화지방은 3개의 지방산이 전부 포화지방산 일 때만 포화지방이라 불러야 한다는 뜻인가? 궤변이 따로 없다. 실제 자연계에 존재하는 지방 중 포화지방산만으로 구성된 지방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래 표(Table)에 각종 지방의 지방산 조성을 나타냈다. 오리, 닭, 소, 돼지 같은 동물성 지방에도 불포화지방산은 얼마든지 들어있다. 2중결합이 있는 oleic acid(monosaturated), linoleic acid, linolenic acid가 전부 불포화지방산이다. 그러면 그들이 포화지방으로 취급하는 이들 돼지, 소, 닭기름(지방)도 모두가 불포화지방이 된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Saturated는 포화지방산, Lioleic acid는 2중결합이 2개있는 필수지방산인 오메가-6, Linolenic acid는 2중결합이 3개인 필수지방산 오메가-3, Monosaturated는 2중결합이 하나인 비필수지방산 oleic acid 등.
동물성지방은 실온에서 고체이고 식물성지방은 왜 액체인가?
지방의 물성은 구성 지방산이 결정한다. 지방산에 2중 결합(불포화)이 많을수록 체인길이가 짧을수록 융점(녹는 온도)은 감소한다는 것은 전편에서도 설명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에 지방산의 융점에 관한 표를 다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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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지방 : 식물성 지방은 대개 실온에서 액체의 형태로 존재한다. 지방 속 지방산의 구성 때문이다. 즉 구성 지방산 중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아서다. 그러나 식물성이라도 녹는점(melting point)은 제 각각이다. 우리가 일상 먹는 식용유는 액체지만 라면을 튀기는 팜유(열대 Palm tree)와, 한때 몸에 좋다고 종편에서 거품을 물던 코코넛 오일은 실온에서 고체이다.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극히 높아서 그렇다. 식탁에 자주 사용하는 콩기름, 참기름 등도 온도를 융점보다 낮춰주면 고체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물성 지방 : 식물성 지방과 마찬가지로 구성 지방산의 포화, 불포화(포화도)의 차이에 의해 물성이 달라진다. 보통 동물성지방은 지방산의 포화도가 높아 실온에서 고체의 형태로 존재한다. 물론 온도를 높여주면 녹게 된다. 녹는 온도는 지방의 종류, 지방산의 조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말한다. 시중에서는 동물성 지방의 구성 지방산이 전부 포화지방산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불포화지방산도 많이 들어있다.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식물성 보다 다소 높다는 것 뿐이다. 동물성 지방 중에도 식물성 지방에 가까운 것도 있다. 저온에서 사는 변온동물의 지방은 융점이 낮은 지방산의 함량이 높다. 이는 생육환경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후술). 보통 오리의 지방은 실온에서 잘 굳지 않아 몸에 좋다고 이야기 하는데 별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굳는 온도와 우리의 건강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른 동물성 지방보다 다소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낮다는 차이일뿐이다.
위 지방산조성(fatty acid composition) 표에서 saturated(포화)는 각종 포화지방산을, linoleic acid는 2중 결합이 2개인 것을, linolenic acid는 2중 결합이 3개인 것, monounsaturated는 2중 결합이 하나인 불포화지방산을 뜻한다. 분명 식물유뿐만 아니라 고체인 동물성지방에도 많은 양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있다. 아래표는 우유지방의 지방산조성이다. 불포화지방산인 oleic acid(18:2 9-cis)가 17%이상이다. 양은 적지만 오메가-6, 오메가-3지방산도 각각 2.65%. 0.86%를 포함하고 있다.
동물성지방이 실온에서 고체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오해가 생겼다. 고체라 소화가 안돼 대장으로 내려가 부패한다는 주장, 혈액 속에 흡수되더라도 녹지않아 둥둥 떠다니면서 혈관벽에 달라붙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엉터리 주장까지 있다. 또 동물성지방은 포화지방이라 나쁘고 식물성은 불포화지방이라 좋다는 것 도 무식한 주장이다. 지방을 고체와 액체, 포화 불포화로 나누어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포화지방의 누명은 과한 것
포화지방은 나쁜 것, 불포화지방은 좋은 것, 동물성지방은 나쁜 것, 식물성지방은 좋은 것, 시중에서는 이런 구분이 상식으로 통하지만 사실은 틀린 말이다. 액체냐 고체냐, 포화냐 불포화냐에 따라 좋고 나쁨을 따지는 세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얼핏 생각하여 고체인 것을 먹으면 소화흡수가 어렵고 혈관으로 흡수된 후에도 혈관벽에 달라붙어 각종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식물성이건 동물성이건 모두 쓸개즙의 유화(乳化)작용에 의해 액화된 후에 소화된다. 혈관에 흡수된 후에도 리포단백질(lipoprotein)이라는 운반체(아래 그림)가 있어 혈관에 달라붙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 식물성지방이 좋은 점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필수지방산의 함량이 동물성 보다 다소 높다는 것 정도다.
Triglycerides는 지방, 이 운반체의 막도 phospholipid(인지질)이다.
실제는 역설적이게도 포화지방산이 많은 지방(동물성)이 오히려 소화 흡수가 잘되고, 흡수된 후에도 대사가 더 원활하다는 점이다. 반대로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지방(식물성)은 흡수가 어려워 설사의 위험성을 높이고 보관이나 조리 시에 변질, 산패될 가능성도 훨씬 높아 오히려 좋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불포화지방산이 공기에 노출되어 산패되면 유해성분이 생기거나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 활성산소종이 만들어 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의 유해성에 대한 반론
포화지방은 나쁘고 불포화지방은 몸에 좋다는 속설은 미국 심장학회가 “지질가설”이란 것을 유포하면서 거의 정설로 굳어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포화지방과 심장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경고는 1953년에 최초로 시작됐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안셀 키즈 교수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소위 ‘지질가설(The lipid hypothesis, 클릭시 최낙언 선생님의 페이지로 이동)‘이 발표되면서 부터다. 얼마 후에 밴더빌트 대학의 G. V. Maann교수가 이 가설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고 그 후에도 많은 학자들이 그 부당성을 언급했지만 그 가설을 뒤집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지질가설(The lipid hypothesis)이란 “콜레스테롤 및 포화지방을 너무 많이 먹을 경우, 혈중 지질의 수치가 높아지고 동맥벽에 쌓여 혈관이 좁아진다. 이 결과로 뇌와 심장에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마침내 뇌졸중이나 심장발작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그 요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앞에 언급한 G. V. Maann 교수뿐만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들이 키즈 박사의 발표를 회의적으로 보았다. U.C. 버클리대학의 제이콥 예루살미 박사도 이런 가설이 지방 섭취와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만 진술했을 뿐, 명확한 원인관계에 대해서는 증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2000년도에 “코크레인 리뷰 프로젝트”를 지휘했던 리 후퍼 박사는 “포화지방의 섭취량과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 사이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이런 연관성에 우리가 아무런 명확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 지방 섭취를 많이 할수록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가설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했다.
앞에도 설명했듯이 지질가설이 발표된 이후 덩달아 1970년 미국 심장협회가 포화지방은 나쁘고 식물성 기름이 좋다는 주장을 내 놓아 이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었다. 이런 발표에 힘입어 관련 식품회사도 이에 편승하여 식물성지방으로 마가린을 만들고, 몸에 나쁜(?) 우유지방인 치즈를 대체할 수 있는 마치 몸에 좋은 식품인 것처럼 선전을 해댔다.
미국심장협회는 매일 4숟갈의 다중불포화지방(올레산, 올렌산)을 먹으면 포화지방을 상쇄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때부터 육류는 심장병과 동일시되고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원인이며,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먹는 것이 마치 독약을 먹는 것처럼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포화지방산에는 12여 종류가 있지만 우리가 지방으로부터 섭취하는 것은 스테아르산(C18:0), 팔미트산(C16:0), 라우르산(C12:0) 등 주로 3가지이다. 등심이나 베이컨 그리고 닭고기 껍질에 들어있는 포화지방산의 95%가 이들 3가지이며, 버터와 우유에는 포화지방산의 70% 가까이가 이들 3종류이다.
탄소수가 가장 많고 녹는점이 제일 높은 스테아르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이미 판명되었으며, 오히려 우리 몸에 들어가 올레산(oleic acid)이라고 불리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로 심장에 좋다는 올리브유의 지방산이 바로 이 지방산이다. 사실 포화지방산인 스테아르산은 동물성 지방뿐만 아니라 식물성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포화지방의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로날드 크라우스박사도 포화지방이 우리 건강에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포화지방이 우리 건강에 나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30년 동안 “심혈관계 질환에 지방의 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 사람이다. “포화지방이 동맥경화 현상을 초래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LDL는 흔히 알려진 나쁜 콜레스테롤 분자가 아니다”라고도 말한다.
지질가설, 콜레스테롤 가설이 나오면서 마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는 동물성 지방이 건강의 적이 되고 동물성지방도 등달아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3대 영양소 중 지방만 갑자기 독이 된 셈이다. 역설적으로 포화지방산은 2중 결합이 없어 오히려 산소에 의해 산화(산패)도 일어나지 않으며, 동시에 활성산소도 만들지 않아 불포화지방산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한편 체내에서 대사될 때도 불포화지방산(대사에 효소가 2개 더 필요)에 비해 효소작용을 잘 받아 에너지 생산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래의 설명처럼 세포막의 인지질을 구성할 때도 포화지방산이 녹는점이 높아 적당한 경도를 제공하는 그런 성질도 갖고 있다.
포화지방(산)과 뇌졸중과는 무관하다는 실험결과가 많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1997년 하버드대 길만 교수가 20년간 수행한 연구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45~65세 남자 842명을 대상으로 포화지방(산)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포화지방(산)이 많을수록 오히려 뇌졸중이 낮아진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를 도출하여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남태평양의 섬에는 야자열매가 주식이고, 토케라우 섬은 칼로리의 60%를 포화지방(산)에서 얻고 있다. 그래도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서구인에 비해 70~80mg이 낮으며 순환기 질환도 거의 없다. 이들은 포화지방이 가장 많은 야자열매를 매일 먹으면서도 심장병, 암 등의 질환과 무관하다는 뜻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코코아유를 1인당 연간 120개분을 소비하면서도 심장병 사망률은 10만명당 1인꼴로 무시할 정도다.
포화지방(산)이 그렇게 몸에 나쁘다면 왜 모유에 많은 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는 것일까? 지방이 모유 고형분의 1/3을 차지한다. 조물주가 그렇게 나쁜 지방을 인간에게 먹일 의도였을까. 인간이 빨리 심혈관에 걸려 죽어라면서! 우유의 지방을 분리한 게 버터다. 버터는 소의 찌찌로부터 나온 동물성지방이라 나쁜 건가? 그래서 식물성지방으로부터 만든 마가린이 나왔다. 식물성 지방의 불포화지방산에 강제로 수소를 집어넣어 포화시킨 것이다. 이도 처음에는 좋다고 열광하다가 요즘은 천하에 몹쓸 식품으로 변했다. 그래도 식물성지방이라 좋은 건가? 어느 인간의 농간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만든 마가린은 트랜스지방이라면서 건강에 치명적인 것처럼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산에 대해서는 다음 주제에서 다룰 예정이다.
지방은 비만하고도 별관계가 없다. 내가 먹은 지방과 내 몸에 쌓이는 지방은 다르지 않다. 문제는 과식이다. 지방만을 먹어서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고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단백질을 먹어도 살은 찐다. 왜냐고? 여분의 포도당, 아미노산도 지방으로 전환되어 몸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가드너 박사가 주장한 황제다이어트(Atkins diet)라는 게 있다. 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먹는 다이어트다. 저지방식보다 체중을 두 배 이상 줄일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때 한국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인기였다. 몸에 나쁘다는(?) 버터 값이 폭등하고 동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좋다고 입에 거품을 물더니만 이제는 왜 시큰둥하지? 다중 불포화지방(산)의 과잉섭취는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근거는 부족하지만 “세포막의 유동성을 너무 키워 출혈성이 높아진다고도 하는 것이 이유다.
최근 결정적인 증가가 나왔다. 영국의 권위 있는 과학논문 조사기관에 알트메트릭(Altmetric)라는 것이 있다. 연말에 ‘올해의 인기논문 베스트 100’을 선정한다. 학술적 평가뿐 아니라 언론이나 일반대중의 반응까지 포함해 논문지수를 산정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있다는 평가다.
2017년 인기논문 베스트 100가운데 1위는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논문으로 고지방보다 고탄수화물이 건강에 더 해롭다는 내용이다. 캐나다 맥마스터대를 주축으로 한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18개국 13만5335명을 대상으로 평균 7.4년에 걸쳐 식단과 질병,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대규모 역학 조사다. 그 결과 “고지방 식단이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키고 사망률을 높인다는 의학상식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지방의 섭취비율이 높은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은 하위 20%의 섭취군에 비해 사망률이 23% 낮은 반면, 탄수화물 비율 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사망률이 28% 더 높았다는 결과을 얻었다.이른바 고지방 식단보다 고탄수화물 식단이 건강에 더 해롭다는 말이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까지 의 상식(?)을 뒤집는 결론이다. ‘나쁜 지방으로 알려진 포화지방 섭취비율이 상위 20%인 경우가 하위 20%에 비해 뇌졸중 위험성이 오히려 21% 더 낮았다’고 하는 점이다. 놀랍게도 불포화지방(산)이 포화보다 오히려 인체에 더 해롭다는 거였다.
이런 식품과 영양소에 대한 주장과 가설은 관계기업이나 이익단체의 농간에 의해 조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구미에 맞는 과학자를 찾아 돈을 퍼앵기고 데이터를 왜곡 조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식물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동물에는 적은가?
생육온도나 체온 때문인 것으로 짐작한다. 지방이 지방세포에 저장될 때는 적장한 경도가 중도하다. 너무 굳어도 안되고 너무 묽어도 안된다. 즉 생물의 체온에 맞게 적당한 유동성을 유지하도록 지방산조성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론이다. 사람보다 체온이 높은 가금류는 불포화지방산의 양이 사람보다 다소 높다. 환경의 온도에 근접하는 식물의 경우는 당연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아야한다는 가설이다.
한편 지방산은 동식물의 세포막을 구성할 때도 매우 중요하다. 세포막의 주성분인 인지질(phospholipid)속에 2분자의 지방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의 세포막은 생육온도에 관계없이 항상 반유동성(semi fluid)을 유지해야 한다. 적당한 굳기(경도)로 죽상(粥狀)이 되어야 막구조속에 떠다니는 기능성단백질의 수평이동이 가능해서다. 막에 박혀있는 단백질은 이동하면서 반응에 관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항상 일정해야한다. 비율이 달라지면 세포막의 경도를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막의 삼투압 및 투과성에도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온도조절이 불가능한 식물의 경우에는 낮은 온도에서도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녹는점이 낮은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는 거다. 반면 항온동물은 그 반대다. 동물이라도 어류나 변온동물인 파충류 등은 항온동물보다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낮아야 된다. 심지어 대장균(E. coli)을 서로 다른 온도에 배양하면 그 생육온도에 적응하여 막의 지방산조성을 달리할 정도다.
즉, 동식물의 종류와 생활환경이 체내 지방산의 조성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실제 이런 세포막의 반유동성은 우리가 먹는 지방의 종류하고는 관계가 없다. 항상 우리 몸이 스스로 그 비율에 맞도록 합성량을 조절하고 있어서다. 지방산은 아미노산, 포도당으로 부터도 쉽게 만들어 진다. 필수지방산(리놀렌산 등)은 아니지만.
결론은 실온에서 고체, 액체, 동물성, 식물성이 지방의 몸에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데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방이 굳어 있다고 우리 몸에 나쁘게 작용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실온에서 녹아있지 않기 때문에 생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도 만들어 준다는 역설도 성립한다. 다음 주제는 필수지방산과 오메가 지방산에 대서 쓴다.
불포화지방이 포화지방보다 불안정한 이유 – 불포화지방산의 산패
불포화지방은 2중결합이 많아 불안정하다. 그래서 고온이나 산소에 노출되면 트랜스지방이 되거나 산화된다. 산패는 온도가 높거나 공기와 오래 접촉하면 촉진된다. 즉 지방의 가수분해(유리지방산의 생성)가 일어나고, 불포화지방산의 2중결합 부위가 산소와 반응하여 과산화물(일종의 활성산소)이 되거나, 혹은 2중결합 부위가 잘리면서 반응성이 강한 각종 알데하이드(aldehyde), 저급지방산(길이가 짧은) 등이 생성되며 인체에 해롭게 되고 불쾌취도 동반한다. 실은 트랜스지방산보다도 오히려 더(?)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 진다고 보면 된다. 산패는 실온에서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저온에서 보관하고 산소와의 접촉을 피하라고 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때로 각종 산화방지제를 첨가하기도 한다.
이 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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